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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은 하이퍼 로컬의 가치를 지킬 수 있을까?

비즈니스 모델 분석 3호

by 에이든든 Jan 2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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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IT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 당근의 대규모 적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중고거래에서 지역 기반 커뮤니티로 확장하여 제안하는 가치가 당장은 와닿지 않았고, 광고뿐인 수익 모델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꾸준하게 ‘하이퍼 로컬 플랫폼’을 외치며 해당 산업을 주도하던 당근은, 2023년부터 많은 우려를 딛고 흑자 서비스로 거듭났고, 이제는 더 큰 성장을 바라보고 있다.


오늘은 다음과 같은 주제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당근의 어떤 가치가 성장과 흑자 전환까지 가능하게 했을까?

당근이 추구하는 ‘하이퍼 로컬 플랫폼’은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일까?

당근의 미래는 더 작은 범위의 지역 이웃일까, 아니면 더 큰 범위의 느슨한 이웃일까?



당근이 보여준 놀라운 성장과 흑자 전환의 의미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출발했던 당근은 2023~2024년에 이르러 눈에 띄는 성장을 이뤄냈다. 단순히 상품을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확장했고, 이 과정에서 2023년 매출은 전년 대비 2.5배 증가하여 1,276억 원을 기록했으며, 적자였던 영업손실을 뒤집고 영업이익 173억 원을 달성했다. 심지어 2024년 상반기에는 영업이익 200억을 돌파함으로써 전년도 실적을 가뿐히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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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사용자가 ‘사람 대 사람’으로 연결되는 안정감을 플랫폼에서 느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사용자가 당근에서 긍정적인 거래 경험을 쌓으면, 이는 곧 다른 사용자에게도 “여기는 안전해”라는 긍정적 평판을 만들어내고, 결과적으로 브랜드 충성도와 재이용 의사를 높이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플랫폼 신뢰도는 단순 편의성이나 가격 경쟁력 이상의 가치를 창출한다. 무엇보다도 신뢰는 당근이 지역 커뮤니티와 동네경제를 활성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플랫폼에서 이웃들과 접점이 늘어날수록, 서로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이러한 경험은 개인 간의 사적 관계를 넘어 로컬 비즈니스, 지역 광고, 구인·구직 시장 등 다양한 영역으로 파급되며 새로운 수익 모델의 문을 열어주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신뢰, 어떻게 쌓이는걸까?


신뢰는 단순히 “평판이 좋다”라는 감각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디지털 플랫폼 특성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당근이 어떤 방식으로 신뢰를 구축했는지 한 논문을 통해 디지털 플랫폼의 특성과 당근의 성공 요인을 연결해볼 수 있었다.¹


먼저 경제성은 사용자가 플랫폼을 사용할 때 느끼는 가성비와 관련된 부분으로, 가격 경쟁력, 저렴한 거래 비용, 효율적인 매칭 등을 통해 비용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당근은 직거래 중심 구조로 택배비를 절감할 수 있고, 중간 수수료 부담도 없다. 또한, 안심결제 서비스는 사용자가 선택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이 사용자에게 돈을 절약할 수 있는 실질적 이점을 제공했고, 플랫폼을 신뢰하고 다시 이용할 동기를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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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안전성은 개인정보 보호와 안전한 결제·거래 환경을 제공해 사기나 불이익에 대한 불안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런 요소들은 플랫폼이 안전한 환경을 제공한다는 이미지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GPS 기반 지역 인증 기능을 통해 주변 이웃들과만 연결되기 때문에 낯선 지역 거래에 대한 불안감을 줄일 수 있다. 또한, 매너온도와 평가 시스템을 통해 사용자는 상대방의 과거 거래 평가를 직접 확인할 수 있고, 안심통화와 같은 기능을 제공해 거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이나 스팸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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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과 정보성은 플랫폼이 전문적인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해 사용자가 믿음을 가질 수 있게 만드는 요소다. 당근은 머신러닝을 활용해 부적절한 글이나 사기성 정보를 빠르게 차단하고, 카테고리 분류와 상품 정보를 통해 어떤 정보가 사용자에게 도움이 될지 판단하여 피드를 구성한다. 또한, 지역 상권이나 구인·구직 정보를 전문적 수준으로 관리해 다양한 지역 생활 정보를 플랫폼 내에서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공지사항이나 커뮤니티 글을 통해 동네 행사, 지역 이슈, 로컬 가게 정보 등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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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유희성은 플랫폼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와 즐거움에 관한 요소다. 당근은 동네 모임이나 숏폼 콘텐츠와 같은 소통·놀이 요소를 통해 사용자가 지역 커뮤니티 안에서 즐거운 경험을 쌓도록 하고 있다. 직관적이고 귀여운 앱 디자인과 인터페이스는 참여와 콘텐츠 소비 과정에서 부담을 줄여주고, 커뮤니티 활동을 취미로 즐기는 사용자들이 많아질수록 플랫폼에 대한 친밀감도 높아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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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당근은 여러 요소를 효과적으로 결합해 사용자에게 ‘믿고 쓸 수 있는 동네 플랫폼’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동네 모임, 당근 알바 등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때도 강력한 기반이 되어, 사용자들이 부담 없이 서비스를 확장해 나가도록 유도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하이퍼 로컬 플랫폼의 가치제안과 수익공식 문제


당근은 동네 단위 중고거래로 시작된 신뢰라는 가치로 여러 서비스를 다각화했고, 이는 하이퍼 로컬 플랫폼으로 재정의되는 계기가 되어 빠르게 사용자층을 넓혀왔다. 다만 이 가치제안을 수익공식으로 연결하는 과정에는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당근이 초기에 채택한 수익 모델은 지역광고가 중심이었는데, 이는 소상공인이 동네 주민들을 타깃으로 한 맞춤형 광고를 할 수 있어 로컬 플랫폼의 정체성과 잘 맞아떨어지는 특징이 있었다. 그러나 국내 지역광고 시장은 전체 광고 시장 대비 비중이 크지 않았고, 네이버 같은 대형 포털이 지역 검색과 지도 서비스를 통해 이미 상당한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어 높은 매출로 이어지기는 어려웠다.


이후 당근은 중고가 아닌 새 상품을 파는 이커머스 광고도 수용하고, 좁은 지역 범위의 광고에서 중대형 기업 광고까지 적극적으로 확장했다. 이는 재무 상황을 흑자로 돌리는 데 큰 도움이 되었지만, ‘하이퍼 로컬’이라는 가치제안과 충돌할 여지가 생기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일부 사용자들은 당근이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서의 특성을 잃고, 일반 이커머스 플랫폼과 유사해진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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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플랫폼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더욱 안정적인 광고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로컬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수익을 극대화할 것인지, 아니면 플랫폼의 범위를 과감히 확장해 전국·글로벌 규모의 광고와 서비스를 유연하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이퍼 로컬이라는 본질적 가치가 훼손되면 당근이 지금까지 쌓아온 사용자 신뢰가 무너질 수 있고, 반대로 수익 확대를 위해 광고 범위를 제한 없이 넓히면 기업 성장의 한계가 사라질 수 있지만, ‘동네’라는 플랫폼 정체성이 희석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딜레마 속에서 당근이 어떤 전략을 택할지에 따라, 앞으로의 성장은 물론 플랫폼 정체성까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수익 모델의 방향성: 로컬 강화 vs 범위 확대


기존의 가치에 투자하는 로컬 강화


로컬 강화 전략은 당근이 지금까지 쌓아온 가치를 더욱 공고히 하는 방향이다. 이는 단순한 중고 거래 플랫폼을 넘어 지역 사회의 사회적 자본을 구축하는, 당근이 꾸준히 강조해온 노선이다. 현재 당근은 이전에 몰랐던 이웃들과 새롭게 관계를 맺는 ‘연결형 사회자본’ 구축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연결형 사회자본은 이전에는 몰랐던 이웃, 동네 사람들과 새롭게 연결됨으로써 형성되는 폭넓은 사회적 관계를 의미한다. 당근은 지역 중심 거래를 기반으로 여러 서비스로 확장해 다양한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도록 했고, 이는 연결형 사회자본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했다. 알바·부동산·중고차로 이어지는 동네 거래부터 미용실·이사·청소 등 동네 전문가 매칭까지 활발히 넓혀온 배경이 되었다.


향후에는 가족, 친구, 직장 동료처럼 이미 지역 내에서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집단의 ‘결속형 사회자본’을 강화하는 서비스로도 확장할 수 있다. 이는 기존 관계를 더욱 끈끈하게 만들면서도, 새로운 형태의 지역 기반 서비스와 수익 모델을 발굴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결속형 사회자본은 기본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관계에 기반하기 때문에, 서비스를 자주 찾고 더 오래 머무르게 하는 동인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10대들이 자신의 동네·학교·학원 정보를 등록해 친밀한 친구들을 초대하고, 별도의 그룹을 만들어 활동할 수 있게 한다면, 지역 내 청소년이 자주 찾을 수 있는 전시·공연·공방 클래스 업체와 협력해 해당 그룹 단위로 참가 신청을 쉽게 진행하게 할 수 있다. 맞벌이 부부가 많은 서비스로 발전시켜 아이가 있는 친구들끼리 어린이집 픽업을 맡거나 공동 돌봄 시간을 만들어 비용이나 노력을 나누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생필품이나 이유식 재료, 공구·육아용품 등을 묶음 할인으로 구매하고 N분의 1로 정산하는 서비스 역시 가능하다. 이를 통해 발생하는 포인트를 당근 페이로 지급한다면 메인 서비스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변화된 당근의 광고 수익화 전략에서 볼 수 있듯, 로컬 위주의 서비스는 중대형 기업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려워 광고 수익이 크게 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국내 플랫폼 산업 구조상 수수료 등 직접적인 수익으로 확장하기도 까다로운 면이 존재한다.


네이버는 2009년에 부동산 매물 정보를 직접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기존 부동산 정보업체와 중개업자들로부터 ‘골목상권 침해’라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2013년 네이버는 해당 서비스에서 철수하고, 부동산 정보 전문 회사들의 매물 정보를 유통하는 플랫폼 형태로 전환했다. (부산일보)
카카오 모빌리티는 꽃, 간식, 샐러드 배달 중개 서비스 등 전통적 소상공인 영역에 진출하면서 논란이 일었고, 이후 해당 서비스 철수 및 ‘스마트호출’ 서비스를 폐지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 (KBS 뉴스)


새로운 가치를 모색하는 범위 확대


반면 범위 확대 전략은 좀 더 과감한 변화를 추구한다. 지역 인증 제도를 완화하거나 거래 범위를 전국 단위로 넓히는 방식이다. 이 경우 기존의 지역 기반 신뢰 모델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리스크지만, 이를 보완할 새로운 신뢰 체계를 구축한다면 더 큰 성장을 이룰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거래 과정에 플랫폼이 적극 개입하고 그에 따른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 Facebook Marketplace 사례가 이를 뒷받침해주는데, 원래 당근처럼 무료로 운영되던 이 서비스는 수수료 수익을 활용해 사기 방지 시스템과 사용자 보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명목 아래 판매 물품 수익의 5% 수수료를 도입했다. 이를 기반으로 매달 12억 명이 이용하는 대규모 서비스로 성장했고, 2024년 4월 기준으로 10%까지 수수료가 인상되면서 Meta의 새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했다.


당근도 지역 기반 커뮤니티라는 틀을 유지하되, 운영자가 적극 개입해 결제·분쟁 조정 시스템을 도입하고 이를 통해 수수료 부과를 정당화한다면, 플랫폼 신뢰도와 수익 안정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커뮤니티 측면에서도 범위를 확대하면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예를 들어 B2B 중개 플랫폼으로 확장해, 로컬 자영업자뿐 아니라 전국 규모로 구인·구직, 프리랜서 매칭, 소기업 공동구매 지원 등을 제공하고 중개 수수료를 받는 구조를 구축할 수도 있다. 혹은 해외 동포나 외국인 커뮤니티 거래를 지원하고, 물류사와 협업하거나 자체 물류 시스템을 구축해 해외 직구·역직구 기능까지 붙일 수도 있다.


결국 범위 확대의 핵심은 지금까지는 지역 단위의 저비용·고효율 신뢰 모델로 성장해왔다면, 앞으로는 확보된 자본과 기술을 바탕으로 안심 거래나 분쟁 조정, 사용자 평판 관리 등을 더욱 정교하게 도입해 전국·글로벌 단위 거래까지 커버할 새로운 신뢰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범위를 넓히면 전체 광고 지면이 확대되어, 중대형 광고주가 더 많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단기적인 수익 상승이 예상된다. 다만 기존의 ‘하이퍼 로컬’ 강점이 희석되지 않도록, 플랫폼이 직접 개입해 ‘느슨한 관계의 이웃’에서 출발하는 새로운 신뢰 모델을 구축해야만 기존 사용자 이탈 없이 새 수익원까지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당신 근처’를 지키고자 하는 당근


당근이 보여준 성장은 단순한 비즈니스 성공을 넘어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믿을 수 있는 이웃’이라는 전통적 가치를 현대 기술로 재해석해 공동체성을 되살리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재 당근의 서비스 방향은 범위 확대보다 더 작은 범위의 이웃들과의 교류를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아파트나 대학교같이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며 소속감을 가질 수 있는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하는 실험에 주력하고 있다는 인터뷰를 사내 블로그를 통해 공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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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향성은 국내 산업 정서상 당장 큰 수익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문제를 풀기만 한다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당근은 ‘로컬’이라는 가치와 ‘성장’이라는 비즈니스 명제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더 큰 도전 앞에 서 있다. 이는 단순히 하나의 기업이 마주한 전략적 갈림길이라기보다, 디지털 플랫폼이 추구해야 할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어떻게 조화시킬지,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 테크놀로지가 지역 사회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


결국 당근의 다음 행보는 하나의 서비스를 넘어 디지털 시대의 ‘로컬리티’가 나아갈 방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혁신적 기술로 지역 사회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면서도, 그 가치를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시켜나가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지, 우리는 당근의 실험을 주목해봐야 한다.



¹김상영, "디지털 플랫폼의 특성과 상호작용성이 브랜드 신뢰와 충성도에 미치는 영향 - 콘텐츠 관여도와 가격 민감도의 조절효과를 중심으로 -,"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과 석사학위논문, 2023년 2월.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nd/2.0/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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