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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림보 Oct 14. 2024

오늘도 그렇게 살아진다.



 #1  “살아가는 이유가 뭘까?”


 진짜 나를 찾기 위해 방황하던 어린 시절부터 줄곧 같은 질문이었지만 여태까지 정답은 없었다. 처음에는 ‘두근거림’을 찾아야 한다며 그 이유는 무언가 인생에서 아주 대단한 것이어야만 한다고 외쳤다. 돌아오는 공허함에 진짜 이유는 한 가지가 아닐 거라며 장황하게 ‘버킷리스트’를 두어 장 적은 적도 있었다. 훗날 처박혀 있던 리스트를 곱씹어 보며 해냈던 것들은 두줄로 그어보았지만 여전히 두근거림은 없었기에 단순히 해내는 것이 삶의 목적은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또다시 시간은 흘렀고 이제는 질문조차 까먹었을 때가 바로 지금. 하루를 살아가지만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에 잊힌 물음이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같다.

 “......”


 #2 어제도 살아남았다.


 저녁을 굶기는 했지만, 단지 점심을 많이 먹어서였을 뿐 삶의 끊을 놓으려는 행위는 아니었다. 결코 행복했던 순간만 가득했던 하루는 아니었으나, 1분 1초를 걸어가는 와중에 언제든 죽어버려도 괜찮다며 한숨을 쉬던 때는 없었다. 오히려 타인과 만나 부딪히며 생겨나는 수많은 감정들이 날 살아있다고 은연중에 느끼게 했다. 그리고 오늘도 마찬가지로 별다를 것 없는 하루로 마무리될 것이다. 돌이켜봐도 대단한 이유는 찾지 못했다. 누가 들어도 탄성이 터질 듯한 성취라거나, 말도 안 되는 재주를 부려서 성과를 냈거나 혹은 누구도 하지 않을 일을 도맡아 하여 도움을 준 적도 없었다. 하루를 ‘때웠다’라고 해도 무방한. 분명 누군가는 앞서 이야기한 것들을 이뤄낸 하루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들의 내일은 존재해야 하나, 나의 내일은 없어도 되는 것일까? 눈부신 무언가를 이뤄내야 하는 게 삶과 죽음을 가리는 것이라면 이미 죽고 없었겠지. 하지만 내일도 여전히 나는 남아있을 예감이다.


 #3 '그래도' 살아갈 만하기 때문.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겠지만 그 와중에 기다려지는 순간들이 있기 때문이겠지. 사랑하는 이와 나누는 짧은 대화 속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감정, 아무도 몰라주지만 어쨌든 주어진 일을 마무리 지은 스스로에게 느끼는 소소한 벅참, 김이 모락 나는 쌀밥 한 숟갈에 함께 먹는 찌개 한입으로 가질 수 있는 작은 즐거움까지. 사소한 감정의 순간들이 하루를 지탱하게끔 했다. 공허함 속에서도 분명한 순간들이 있었기에 스스로도 내일이 기대되는 것이 아닐까.


 이유는 여전히 불분명하지만 어쨌든 다시 오늘을 살아가기엔 아직까지 충분하다고 여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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