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의 침묵을 깨고 연천은 경영의 시대로 가야 한다

by 김정겸

경기 북부의 접경지라는 숙명을 함께 짊어진 연천, 파주, 포천. 이 세 도시는 안보와 규제라는 공통된 삼중고 속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반세기를 돌아보는 제 마음은 무겁기만 합니다. 학자로서, 그리고 이 땅을 사랑하는 군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주한 50년의 성적표는 냉혹합니다. 파주와 포천이 시대의 흐름을 타고 도약하는 동안, 우리 연천은 왜 제자리를 맴돌다 못해 뒷걸음질 쳤을까요. 오늘 저는 감상적인 한탄 대신, 차가운 데이터와 냉철한 원인 분석을 통해 우리 연천이 나아가야 할 생존의 길을 묻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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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50년의 성적표와 뼈아픈 현실


통계청의 시계열 자료를 펼쳐보면, 지난 50년의 격차는 단순히 숫자의 차이를 넘어섭니다. 1975년, 파주와 포천, 그리고 연천은 모두 비슷한 출발선에 있는 군 단위 지역이었습니다. 하지만 2025년 현재, 파주는 인구 51만 명의 거대 광역 도시로 성장했고, 포천 역시 16만 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 연천은 어떻습니까. 6만 7천 명이었던 인구는 이제 4만 1천 명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인구 감소가 아닙니다. 지역 내 총생산(GRDP)과 소득 수준에서 연천이 경기도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은,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지역의 경제 엔진이 완전히 멈춰 있었음을 증명합니다.




살림꾼에 머물렀던 행정의 한계


그렇다면 무엇이 이런 참담한 격차를 만들었을까요. 저는 가장 큰 원인을 '경영의 부재'에서 찾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연천의 행정은 주어진 세금을 알뜰하게 쓰는 '살림꾼' 역할에만 치중했습니다. 교부세와 보조금 범위 안에서 생활 SOC를 확충하고 군민의 편의를 돌보는 것에는 충실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도시는 살림만으로는 성장하지 못합니다. 민간 자본을 유치하고 대규모 전략 산업을 기획하는 '경영적 마인드'가 결여된 결과, 우리는 미래를 위한 먹거리를 만드는 데 실패했습니다. 파주가 통일경제특구를 논하고 포천이 산업단지 카드를 던질 때, 우리는 그저 주어진 예산을 집행하는 데 만족했던 것입니다.




희망 고문과 닫힌 소통 구조


또한 실현 불가능한 장밋빛 청사진만이 난무했습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이나 군사 규제 같은 구조적 장벽을 넘기 위한 치밀한 협상 전략 없이, 그저 대형 산단 유치나 관광 특구 같은 구호만 외쳤습니다. 결국 거대한 벽에 부딪히면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축제나 행사 같은 단기적인 성과로 군민의 눈을 돌리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국방부나 중앙정부를 상대로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협상력은 부족했고, 외부와의 소통보다는 내부 결속용 정책에만 집중하며 '우리끼리의 만족'에 취해 있었던 것은 아닌지 뼈아프게 반성해야 합니다.




연천의 새로운 심장을 위한 제언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연천만의 특수성을 살린 실질적인 해법이 필요합니다. 첫째, 접경지의 특성을 역이용한 국방·평화 경제 기반을 닦아야 합니다. DMZ 관광지구와 군사기술 스타트업을 연계한 산업 클러스터는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둘째, 연천의 청정 자연을 활용한 대형 워터파크 조성으로 체류형 관광 생태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셋째, 방치된 삼영모방 부지 같은 유휴 공간을 주거와 산업이 복합된 혁신 지구로 재탄생시켜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죽어가는 연천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할 구체적인 대안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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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0년의 침묵은 우리에게 뼈아픈 교훈을 남겼습니다. 주어진 살림을 꾸려가는 것만으로는 도시의 소멸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제 연천군은 단순한 행정가를 넘어, 지역 전체를 경영하는 CEO의 자세로 무장해야 합니다. 파주와 포천이 걸어간 길을 부러워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만의 경제 엔진을 장착해야 할 때입니다. 50년의 침묵을 깨고, 이제는 연천이 긴 잠에서 깨어나 역동적인 경영의 시대로 나아가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그것이 바로 이 땅을 지켜온 우리들의 의무이자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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