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연천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언제나 애정과 안타까움 그 사이 어딘가에 머물러 있다. 나는 연천 출신의 학자이자 칼럼니스트로서, 우리 고장의 지역문화가 가진 잠재력에 비해 정체되어 있는 현실을 짚어보고자 한다. 지리적으로 유사한 강원도 화천군은 여름과 겨울, 계절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을 불러 모으며 활기가 넘친다. 반면 연천은 왜 늘 ‘머무르지 않는’ 도시로 남겨져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행정 마인드가 단순한 ‘관리’의 차원을 넘어 ‘창의적 경영’으로 대전환해야 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행정학적 관점에서 볼 때 ‘관리’와 ‘경영’은 비슷해 보이지만 그 본질은 하늘과 땅 차이다. 관리는 주어진 정원을 가꾸는 ‘정원사’와 같다. 규정된 틀 안에서 시설을 유지하고, 인력을 배치하며, 예산을 집행하는 일이다. 이는 내부 지향적이며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하기에 창의성이 끼어들 틈이 좁다. 반면 경영은 ‘조경 디자이너’와 같다. 목표 자체를 새롭게 설정하고, 없는 길을 만들어내며, 외부의 자원을 끌어들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창조적 행위다. 지금 연천군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행정적 관리가 아니라, 도시 전체를 하나의 상품으로 기획하는 과감한 경영 마인드다.
강원도 화천군과 경기도 연천군은 모두 접경지역이라는 지리적 한계와 농촌형 지자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두 도시가 그려내는 풍경은 사뭇 다르다. 화천은 여름에는 ‘토마토 축제’, 겨울에는 ‘산천어 축제’를 통해 전국 각지의 관광객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 그들은 단순히 관 주도의 행사에 머물지 않고, 오뚜기 같은 대기업과 손을 잡고 브랜드와 마케팅을 연계한 복합 이벤트형 관광 콘텐츠를 완성했다. 이것이 바로 관광을 수익 사업으로 바라보는 ‘경영’의 실체다. 축제는 지역 경제를 순환시키는 거대한 엔진이 되고, 주민들은 그 안에서 수익을 나누는 주체적인 참여자가 된다.
반면 우리 연천의 현실은 어떠한가. 연천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은 오직 ‘구석기 축제’라는 고정된 이미지 하나뿐이다. 물론 훌륭한 자산이지만, 일 년 내내 관광객을 붙잡아두기에는 역부족이다. 계절마다 변화하는 테마도, 기업과 협력하여 만들어낸 브랜드형 콘텐츠도 전무하다. 이는 결코 연천에 자원이 없어서가 아니다. 나는 이것을 ‘상상력의 빈곤’이자 ‘정책 추진력의 부재’라고 진단한다. 보고서와 용역, 복잡한 행정 절차 속에 갇혀 현장성과 지속성을 잃은 채, 그저 축제를 한 번 치러내는 ‘이벤트 관리’에만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화천이 움직이며 미래를 경영할 때, 연천은 자리를 지키며 현상 유지를 관리하는 데 급급했다. 이제 우리는 관리의 대상을 넘어 경영의 영역으로 나아가야 한다.
도시는 멈춰 있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 숨 쉬는 소프트웨어로 완성된다. 관리가 물을 주고 잡초를 뽑는 유지의 과정이라면, 경영은 어떤 나무를 심어 어떤 숲을 만들지 꿈꾸는 창조의 과정이다. 연천군이 단순한 행정 단위를 넘어 사람들이 찾아오고 머물고 싶어 하는 매력적인 도시로 거듭나려면, 공무원 조직과 지역 사회가 이 차이를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이제 ‘정원사’의 성실함을 넘어 ‘조경 디자이너’의 대담한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연천이 사계절 내내 사람의 온기로 가득 찬 경영하는 지자체가 되기를, 고향을 사랑하는 학자의 마음으로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