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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문 Don Kim Dec 27. 2020

'Taxi Ballad', 택시 타고 레바논 일상 맛보

영화로 떠나는 아랍 여행 - 레바논

오늘 같이 방문할 나라는 레바논이다.


레바논은 일반적인 분위기의 아랍 이슬람 사회와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북아프리카와 더불어 프랑스 문화의 지배도 받았지만, 전형적인 아랍 문화와 유럽 문화가 어우러진 곳, 전통적인 동방 기독교 문화와 이슬람 문화가 조화를 이룬 곳이기도 하다. 그것이 건축문화나 도로 풍경, 말과 음식 등은 물론, 가치관에도 드러난다. 아랍 이슬람 사회 같지 않은 듯 이슬람 사회의 모습이 뒤섞여 있다.

아주 오래전 레바논을 취재한 한국인 후배 기자가 베이루트를 방문하고는 작은 충격을 받았다. 히잡과 종교성, 폐쇄성만으로 떠올리던 거리 풍경을 보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소한 베이루트에서는.. '중동의 파리'로 불렸던 흔적 덕분이다.


레바논은 어떤 이들의 기준에 따르면 세계 3대, 4대 음식으로 손꼽힌다. 지중해풍의 음식 맛이 손꼽힌다. 육해공 음식에 올리브기름이 잘 어우러지는 듯하다. 프랑스의 식민 지배 영향을 받은 덕분에 전형적인 중동 음식에 프랑스 풍의 음식이 어우러지는 듯도 하다.





이 영화는?


레바논의 택시 운전기사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있다. 택시 발라드(Taxi Ballad, تاكسي البلد‎)이다. 아랍어에서 '발라드'라는 단어는 지역, 토박이 등 다양한 뜻을 담고 있다.


영화의 줄거리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이 영화는 주인공 유수프가 택시 운전을 하면서 마주하는 이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그에 반응한다. 그야말로 희로애락이 어우러진다. 미국인 조던(Jordan)과의 만남을 통해 유수프 개인의 지난날의 이야기, 현재 그리고 꿈이 이야기된다.



택시 운전기사만큼 그 사회 안팎의 다양한 사람과 일상을 마주하며 사는 이는 없을 것 같다. 때때로 외국인 손님을 태우기도 하고, 술에 취한 사람, 이런저런 사연을 가진 이들 때로는 진상 손님을 맞부닥뜨리기도 한다.




영화로 레바논 문화 익히기


이번 영화를 통해서 레바논의 여러 가지 문화를 짚어 본다. 이 글의 목적이 영화 자체에 대한 평론이 아니라, 영화를 통해 아랍 지역 문화를 배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간략하게나마 몇 가지를 다룬다. 한국의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의 골목 공동체가 추억의 풍경이지만, 레바논 등에서는 아직도 그런 정서가 남아있는 곳이 많다.



팔씨름, 우리에게도 익숙한 장면이다. 이발소 풍경이 익숙한 이들은 아마도 기성세대 또는 아재 세대일 것이다. 그런데 위의 이미지에서 눈에 띄는 것이 있다. 자세하게 나오지는 않지만, 이발소 같은 곳에는 가족들, 조상들 사진이 걸려있는 경우가 많다.


오래전 한국의 전형적이 이발소에 이른바 이발소 그림으로 부르는 값싼 그림이 걸려있던 것과 비교가 된다. 지금도 대부분의 남성들은 이발소에서 머리를 다듬는다. 미용실을 찾는 남자는 아직은 보기 드문 풍경이다. 1회용 면도날을 이용하여 면도를 하는 풍경도 친숙하다.



뜨개질을 하는 풍경이나 주차 단속도 낯설지 않다. 레바논 베이루트 시내는 골목이 좁아서 주차하기가 여의치 않다. 영화에도 나오듯이 주차 단속반의 활동이 활발해서 위반 딱지를 떼일 수가 있다.


싸우나 탕 : 무엇보다도 한증탕, 사우나 탕이 존재한다. 터키 제국의 지배를 받으면서 유입된 문화이다. 지금도 오래된 터키탕인 함맘(حمّام‎ ḥammām)과 개선된 터키탕이 흔하지 않지만, 레바논, 요르단, 이집트 등에서는 경험할 수 있다. 요르단과 이스라엘 등에는 사해 지역에서 온천욕과 사해 소금욕을 할 수 있는 사우나 탕이 자리 잡고 있다.



물담배 : 아랍 커피와 물담배, 어느새 아랍 남자들의 상징 코드처럼 사용된다. 레바논 등에서는 아르길라 또는 아르질라('Arjīlah أرجيلة‎), 이집트 등에서는 시샤(šiša شیشه )로도 부른다. 이스라엘에서도 사용하는데, 나르길라(Nargilah נַרְגִּילָה‎)로 부른다.


그런데 물담배의 니코틴 함유량은 일반 담배의 18-20배나 된다고 한다. 한 번 품어내면 담배 한 갑 이상의 효과가 나는 것이다. 그 독한 느낌을 없애기 위해 과일 향을 첨가하여 사용한다. 그런데 아이들, 어린아이들이 있을 때도 스스럼없이 물담배를 피우는 것을 볼 수 있다.



테르메스 : 레바논이나 이집트를 가면 번데기 봉투 같은 것에 아니면 다른 작은 그릇에 담아서 파는 콩을 볼 수 있다. 루핀(Lupin) 또는 루피니 콩으로 부른다. 같은 것이지만 이집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토르미스 또는 테르미스(termes ترمس)로 부른다. 기원전 2천 년 전후해서 고대 이집트의 기록에도 나올 정도로 오래된 영양식품의 하나이다. 위의 왼쪽 이미지에 나오는 그것이다.


팔라펠 : 오른쪽에는 '팔라펠'이다. 팔레스타인 요르단 레바논 등지에서는 팔라펠(Falafel فلافل‎)로 부른다.  이스라엘도 같은 이름으로 부른다. 이집트에서는 따-미야 또는 따-메야(ta'miyya, طعمية)로 부른다. 크기가 다른 지역의 것보다는 작은 것이 특징이다. 팔라펠은 병아리 콩 등을 으깨고 쓴 나물 등을 섞어서 올리브기름에 튀긴 것이다.


이것을 넣어서 누룩으로 부풀리지 않은 빵에 넣어 먹는 것을 팔라펠 샌드위치(영어로 적으면)로 부른다. 팔라펠이 팔라펠을 넣은 샌드위치 자체를 가리키기도 한다. 여하튼 나한테는 이 음식이 맛있다. 팔라펠 자체로도 간식거리로 좋고, 피타 빵 등으로 부르는 빵에 싸서 훔무스나 다른 야채를 같이 넣어서 먹으면 더욱 맛있다.

음주? 영화 속에서 술을 마시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이것을 두고서 레바논의 기독교인이나 외국인이 술을 마신다고 애써서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그런데 주인공은 물론 영화 속 술을 즐기는 이들의 종교는 특정되지 않는다. 등장인물의 이름을 보면 무슬림들도 술을 즐기고 있다. 무슬림은 술을 안 마신다.


택시를 타고 가는 한 손님이 작은 병에 든 술을 마신다. 사실 아랍 이슬람 지역을 오가는 기내에서 아랍 승객들 가운데 술을 사랑하는 이를 만나는 것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연거푸 작은 병에 든 백포도주나 붉은 포도주를 찾는 이들, 정말 많이 만났다.


기독교인은 술을 안 마신다 는 식으로 일반화할 필요가 없다. 마시는 사람은 마시고 안 마시는 사람은 안 마신다. 여하튼 레바논은 술 문화가 자유로운 나라의 하나이다.




영화로 레바논 아랍어 배우기


이 영화 속에 레바논 베이루트의 어떤 독특한 아랍어 표현이 담겨있을까? (조금 더 정리를 하려고 한다.)


부르는 말 : 아랍어에서 누군지 존재가 명확한 상대방을 부를 때 사용하는 표현이 있다. 잘못 부르는 한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그래서 최상의 표현으로 상대방을 불러주는 것이 안전하다.


'야 잘라메'(Ya zalameh يا زلمة)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잘라메'가 성인 남자를, '야'가 누군가를 부르는 표현이지만, '야 잘라메'는 조금 독특한 의미로 사용된다. 어린 사람이 나이 든 사람에게 사용하는 표현은 아니다. 또래이거나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


우리말로 '삼촌!' 또는 '아저씨!"를 뜻하는 'Ya aami'(يا عمي)처럼, 누군가를 부를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문법의 뜻으로는 '교수'정도를 뜻하는 '우스타즈'(Ustaz  أُسْتَاذ‎ )도 그냥 누군가를 그냥 부를 때 사용한다. 일반 학교에서 선생님을 지칭할 때도 물론 사용한다.


감탄사 또는 리 액션 표현 : 얄라(Yalla ), '어서 와', '좋아', '자, 자..'알았어' 등 다양한 뜻으로 사용한다. '할라'라는 표현은, '지금', '지금 당장'이라는 뜻에서부터 상대방의 말에 즉각적인 반응을 드러낼 때도 사용한다. '왈라'( Walla!)라는 표현은 말 뒤끝을 올리면서 말하는데, '정말?' 정도의 뜻이다. 상대방이 "왈라?"라고 말할 때, "왈라!"로 대꾸하면 "정말이야?"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서 "(맹세코) 정말이야"가 된다.


김동문


그런데 누군가의 제안해 대해 괜찮아요(No, Thank you) 정도로 말할 때도, "라 왈라"로 표현한다. '라'는 '아니요'를 듯한다. 아랍어는 사전에 담긴 문자적인 뜻보다 맥락과 상황, 분위기, 말을 주고받는 이의 여러 가지 관계성에 의해 뜻이 정해질 때가 많다.


슈(무엇), 레이쉬(왜), 슈 싸르? (Shoo, Leish? shou sar?) 등도 요르단 지역과 같은 표현을 사용한다. 여기서 '슈 싸르?'는 뭔 일 이래? 무슨 일 있어? 어떻게 됐지? 등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한다.



영화 후반부에서 미국인 조던이 유수프를 나중에 초대하겠다고 말하자, 유수프가 자기의 왼손을 머리에 얹는 장면이 나온다. 이것은 전형적인 아랍식 몸짓 언어이다. 알라 라'씨('Ala Rasi على راسي), 직역하면 '내 머리 위에' 정도인데, 상대방의 요청이나 호의에,  적극적으로 반응해주는 표현이다. '알겠습니다" 정도의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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