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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사삭 Oct 28. 2022

조성진,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Piano Concerto No.3 in D minor, OP.30)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연주시간이 40분이 넘는 이 곡은_대부분의 피아노 협주곡이 30~40분정도 소요되지만_ 듣고 나면 왠지 모르게 체력이 방전?되는 에너지 과몰입의 난(難)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단조의 쓸쓸한 정서 속에서도 아름다운 선율 또한 풍성하게 담고 있기에 '라흐마니노프는 어쩜 이토록 고운 멜로디를  창조했단 말인가' 하며 감동에 벅차오르다가도, 어느 순간 피아노 연주가 강한 템포와 격정으로 고조되기 때문에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곡입니다.


라흐마니노프(1873~1943)가 미국에서 피아니스트로 데뷔하기 위해 1909년 이곡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피아니스트가 피아노를 통해 보여줘야 할 모든 고난도의 기교와 비르투오소적인 카덴차를 꾹꾹 눌러 담아 이보다 더 한 피아노 협주곡은 나올 수 없다 하는 라흐마니노프 세계의 집대성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하여,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은 피아니스트가 곡에 대한 내재화와 내면의 정립이 되지 않고서는 표현할 수 없는 어려운 곡이란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곡의 낙폭이 워낙 큰 데다 연주자의 감정표현 또한 하늘로 올라갔다가 다시 땅으로 급강하 하는 변화무쌍함이 많기 때문입니다. 


조성진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그만의 깊이감과 템포로 감성을 더하여 아름답게 풀어냅니다. 곡에 담긴 수많은 디테일을 자신만의 리듬과 화법으로 연주했다고 해야 할까요.

(서정적인 피아노 터치의 유려함과 역동적인 연주의 대비가 정말 압도적이면서 탁월합니다.)


그가 보여주는 이 피아노의 세계 속에는 존재의 슬픔을 읽다가도 다시금 생(生)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하게 되는 나름의 스토리텔링이 담겨져 있는 것 같습니다. 


매번 곡과의 진검승부를 하는 조성진의 연주가 오늘도 저에게 동력과 위로를 선사해줍니다.^^


https://youtu.be/GFfhS32PVuU

(덧) 1. 앵콜곡인 쇼팽의 프렐류드 17번은 제가 좋아하는 곡인데, 마음이 시리거나 위로가 필요할 때 들으면 힐링이 된답니다. 


2. 개인적 바램이 하나 있다면..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함께 협연했던 핀란드 지휘자 한누린투(Hannu Lintu)와 라흐마니노프 3번을 함께 협연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어쩌면 같이 연주했는데, 제가 아직 못 들어봤을 수도 있습니다.^^;)

지휘자, 그리고 오케스트라의 합(케미스트리)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인데, 한누린투 지휘자의 호흡과 조성진의 피아노가 빚어내는 하모니가_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_ 뛰어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보여줄 라흐마니노프 3번은 어떤 색깔의 연주가 될지 잠시나마 상상해보게 됩니다.


3.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은  조성진이 17살 나이에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 결선 때 연주한 곡인데, 한 인터뷰에서 조성진은 그 당시의 피아노 연주가 실망도 되고, 흡족하지 않아 한동안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을 연주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나름의 내적 힘겨움이 있었을 텐데, 그것을 견디어 내고 다시금 더 단단한 모습으로 연주하는 그의 모습을 보자니 음악이 더욱 가슴 깊이 와닿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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