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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주씨 Aug 28. 2024

이모라니 언니지

친근감 넘치는 마법의 단어

 입사 초, 조용히 주변을 관찰하며 분위기를 살폈던 나. 현장에서 근무하는 여초 회사, 이곳은 과연 어떤 곳인가. 찬찬히 파악할 시간도 없이 미친 듯이 일해야 하는 분위기에 바빴지만 그 와중에도 조금씩 사람들을 관찰했다.    


 일단 직위나 근속연수에 상관없이 나이가 위면 언니라고 부른다는 걸 알았다. 역시 이곳도 그렇구나!     





20대 때 어느 맥줏집에서 알바를 했을 때의 일이 떠오른다. 서빙과 조리를 맡았는데 먼저 일하고 있던 다른 알바생으로 40대 초반의 여자가 있었다. 그 사람이 나에겐 선배가 되는 상황이었으니 친해지려고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보았다.


“저.. 혹시 뭐라고 부르면 될까요?‘’


그때까지만 해도 경험 부족으로 한국의 사회생활 눈치를 덜 장착한 내가 물었던 질문이었다. 그러자 그분의 한 마디,


“야, 당연히 언니지! 그럼 이모라고 할 거야?”


원래 목소리가 큰 건지, 화내듯 대답하시는 모습에 순간 깨달았다.

  



‘아, 우리나라 직장에서 여성 연장자는 직위명 아니면 무조건 언니라고 불러야 좋아하는구나!‘ (무릎탁)






 위의 경험으로 아무리 나이차가 나도 무조건 언니라고 불렀다. 언니 소리 듣고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무조건 좋아하는 게 국룰이더라. 어떤 분은 당신을 이모라고 부르는 다른 팀에 있는 내 또래의 남사원에 대해 센스 없다고 말씀하시기도 했으니까. 여사님 아닌 게 어딘가 싶지만 입장 바꿔서 내가 그분의 나이대였어도 언니나 누님으로 불리는 게 기분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엄마뻘의 분께 언니라고 불러서 입술이 닳는다면 하지 않겠지만 말 한 마디는 결코 어렵지 않았다. 게다가 언니라는 단어에는 이모보다 훨씬 가까운 친근감이 있어서 서로 친해지기 좋고 마음도 편하다는 것도 알았다. 




 사실 초기엔 텃세를 부리는 분도 계셨다. 그러나 그 친근한 ‘언니!’와 적당히 사회화된 넉살을 무기로 어느 순간부터는 농담과 맥주 한 잔도 같이 할 만큼 친해졌다. 다들 내가 그분과는 절대 융화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며 놀라워 했다. 털털함과 업무에 대한 성실한 자세로 마음을 녹인 걸까. 아니, 그분이 까칠하다 해도 마음을 열어주셨으니 원래 속은 좋으신 분일 거다. 텃세 없는 직장이 세상에 어딨겠나.  



   

 나는 내향적인 면이 강하지만 사교성도 없진 않다.사람의 성격을 어떻게 하나로 단정 지을 수 있을까. 그래서 MBTI도 경향성으로 받아들이고 극단적으로 고착된 성향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편이 단점을 의식하여 자신감을 잃지 않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그 사이 어딘가…?

 다행히 내향성과 사교성이 각각 기능을 발휘해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며 부드러운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경험을 반복해서 쌓고 나서는 나도 더 이상 자신을 의심하지 않을 수 있었다. 또 사회생활의 긍정적 경험이 나를 건강한 자아상으로 새롭게 재건해주는 느낌이었다.



 

 한편, 회사에는 자신만의 기준이 확고한 동료 남자애가 있었는데, 혼인이나 자녀 유무에 상관없이 딱 한국 나이 40살을 기준으로 아래는 누나, 위는 이모였더랬다. 그런데 40대에 진입한지 얼마 안 되어 들어온 한 언니가 억울하다며 자꾸만 누나라고 불러달라고 장난을 치는 게 웃겼던 기억이 난다. 그럼에도 절대로 불러주지 않던 그 동생. 음~ 이런 방식도 있구나 라고도 했지만 따지면 머리 아프니 난 계속 언니라고 하기로 했다.



    

 솔직히 한두 살 많으면서 언니라고 깍듯하게 대하길 기대받는 것보다 한참 나이차가 나서 언니라고 부르는 쪽이 훨씬 마음 편했다. 식당 이모님께도 언니라고 부르며 친근하게 지냈으니 반찬도 더 많이 주신 거겠지. 반장님도 과자 하나씩 더 챙겨주셔서 나름 이쁨 받으며 회사를 다녔다 싶다. 이렇듯 이쁘게 말하면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얻는 것도 있다는 것, 이것이 전회사가 내게 남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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