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에는 회사가 특효약
작년에 회사에서 첫 건강검진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받은 적은 있지만 병원이 회사에 찾아오는 검진은 처음이라서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흉부 엑스레이 찍을 때 속옷을 갈아입는 과정이 번거로우니 스포츠 브라를 착용하고 오라는 조언도 받았다. 다음 날, 긴장했던 검진은 잘 끝났고 결과도 이상은 없었다.
치아 검진에선 잘 관리한다며 칭찬을 받았다. 회사에서도 식사 전후로만 간식을 먹고 쉬는 시간에는 먹지 않는 습관을 들였다. 어릴 때 치아 관리를 제대로 안 해서 성인이 된 후에 크게 후회했었다. 충치를 치료할수록 재료 때문에 비용이 올라가니 조심하는 것이다. 이빨은 다 돈이라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니까 내게 타협은 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동료 언니들이 쉬는 시간에 먹을 것을 권하기도 했는데 절대 안 먹으니 얄미워하는 듯한 분위기도 있었다. 그에 대응해 충치 생길 거라고 말하면 싫어하는 걸 안다. 그래서 정중히 거절하는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몇 년간 충치는 생기지 않는 상태다.
다만 양치할 때 운동화 솔질하듯 세게 닦는 버릇이 있어서 잇몸 땜질 치료를 몇 군데 받았다. 회사 화장실에서도 양치로 지적을 하도 당하니 살살 닦는 연습을 하면서 나아지고 있다. 이것도 강박이려나 싶기도 하지만, 순전히 치료비 덜 쓰고 임플란트까지 안 가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병원비 많이 쓰면 벌어봤자지.
회사를 다니면서 좋았던 점 중에 하나는 몸을 움직이고 밥을 든든히 먹으니 건강해져서 입술포진이 안 났다는 것이다. 백수로 지낼 땐 거의 한 달에 한 번 입술포진이 생겼었는데 직장 생활을 하니까 1년 N개월 동안 딱 1번 났다.
회사 공기에 보약이 들어 있나 싶을 정도로 피곤하고 바쁜 생활에서도 면역력은 오히려 좋아졌다는 게 신기했다. 그러니 사람은 되도록 일을 하는 편이 좋은 것 같다. 현재 다시 입술포진이 올라온 걸 보니 역시 입술포진에는 일하는 생활이 특효약이다.
회사에서 허리를 삐끗해서 병원을 다니고 첫 코로나에 일주일을 쉬기도 하고, 반복되는 작업에 스트레스가 심할 때는 정신적으로 불건강한 적도 있었다. 그래도 무더위에 잠 설치며 생활리듬이 망가지는 것보단, 일해서 건강해지고 돈도 벌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웃고 지낸 루틴이 훨씬 건강했다는 걸 느낀다.
일해도 스트레스, 백수로 지내도 스트레스를 받았던 나한텐 차라리 들어온 돈으로 맛있는 거 사 먹고 저축하고 바빠서 잡생각을 덜 하는 게 힐링이었더라. 나의 치유는 먼 여행지가 아니라 가까이에 있었다는 것. 그렇게 전회사가 내게 남긴 것 중 하나는 건강함이란 무작정 요양하는 것보단 일단 몸을 움직일 때 찾아온다는 깨달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