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시험 문제도 알 수가 없다
한 달간 시험 하나를 위해 기출 예상 문제집을 공부해 왔다. 말하기가 위주가 되는 첫 시험이라 공식 문제집을 1독 이상 했고 문제도 풀면서 준비를 했지만, 도저히 자신감은 안 생긴다. 문제 유형은 파악했어도 당장 내일 보는 시험엔 뭐가 나올지 몰라 긴장이 앞선다.
난 어릴 때부터 잘 놀라고 겁이 많았지만 성인의 나이가 되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확실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안과 걱정은 그냥 타고나는 성향이란 것도 알게 되었다. 시험이나 면접에서 떨지 않는 것도 타고 나는 거에 따라 다르다는 말을 어디서 들었는데 정말 맞는 것 같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불안과 걱정. 물론 내일 시험 점수를 잘 따지 못한다 해도 재시험을 보면 되는 일이지만, 한 번에 끝내고 싶다는 욕심은 스스로를 또 몰아세운다. 불확실한 것도 두려운데 점수를 낮게 받는 것도 두려우니 책을 읽고 또 읽고만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내 순발력을 믿을 수 없는 만큼 반드시 문제에 잘 대처해서 대답한다는 보장도 없으니 첩첩산중에 마음이 답답하다.
하지만 이런 식이면 취업은 또 어떠한가. 면접을 어떻게 잘 볼지도 알 수 없고 입사를 한들 내가 잘 적응할지도 모두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그냥 운명론 같은 걸 믿는 게 낫다는 생각까지 간다. 될 때가 되면 되겠지라는 식이다. 내일 시험도 운 좋게 대답을 잘할 수 있는 문제들을 만나면 잘 받겠지, 아님 말고 하며 긍정하는 수밖에 더 있나.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강박과 욕심은 툭 떨구고 우선 불확실한 삶의 문제에 회피 없이 맞서야 한다. 고득점은 못 받더라도 쓸만한 점수가 나오게 하려면 긴장이라도 덜 되게 마음을 정리 정돈하기로 한다. 시험 문제가 뭐가 나오든, 내 머리와 집중력은 최선을 다하리라 하는 낙관의 지도를 활짝 펼쳐본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끝없는 잡념이 나를 집어삼키기 전에 잠을 푹 자고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것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