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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주씨 Dec 30. 2024

아끼는 데는 이유가 있다

소중하고 유한한 걸 지키는 길



 오늘부터 ‘아낌’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써야 할 때도 안 쓰는 스크루지 수준의 아낌은 허탕인 반면, 좋은 아낌이란 무엇일까. 물건이나 생명체, 돈 등을 소중하게 여기고 대한다는 것이다. 생명체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개체들이므로 그 희소성이 말할 것 없이 귀하고 중한 건 당연하다. 반면, 많은 물자가 넘쳐나는 이 현대 사회에서 희소하지 않은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아껴야 하는 이유도 있다.




 시간과 노동을 돈으로 바꿔 받는 평범한 소시민의 입장에서는 흔한 물건 하나도 인생의 일부를 도려내고 희생해서 얻어낸 것이다. 작은 돈, 푼돈이라도 쌓이면 목돈이 되고 그걸로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큰 일에도 쓰일 수 있는 소중한 것이다. 그러니 인생과 시간을 노동으로 깎아내어 얻은 돈을 함부로 해서 좋을 건 없다.




 천원, 이천원짜리 작은 플라스틱 물건이라도 내 삶의 일부를 떼어내어 얻어낸 것이며, 흔한 물건일지라도 파급력은 크다. 상품이 생산되고 유통되고 또 처분되기까지에 탄소발자국이란 게 있다. 대량생산 제품은 환경적으로도 악영향이 있다는 건 누구라도 익히 알고 있는 것이지만 내 삶의 영역에 깊이 침범하지 않는 한, 실감은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점점 가까워져 올 것임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아낌이라는 것에는 존중과 겸손이 담겨 있다. 일상생활에서 물자에 대한 존중과 겸손의 마음이 없다면 아낌이 전부 지지리 궁상으로 보일 뿐이다. 고치고 때우고 재활용해서 물건을 아껴 쓰시던 우리 외조부모님은 어머니의 알뜰살뜰한 살림력을 키워주셨다. 가난했기 때문이란 이유도 있었겠지만, 물자의 소중함을 알고 헛돈 쓰지 않는 지혜는 부모님이 마침내 가난에서부터 탈출하게 한 조력자이기도 했다. 나는 늘 이런 정신을 잊지 않으려 한다.




 돈 무서운 줄 알라는 곧 작은 물건 하나도 무서운 줄 알라와도 통한다고 생각한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지만 개똥 한 줄 받으려면 개를 밥 주고 키우는 비용이 드는 것이니 삶의 모든 것은 습관으로 통하고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돈은 줄줄 새고 쓰레기는 터져 나오는 세상에서 아끼는 작은 노력과 소소한 생활습관은 나, 가족, 사회, 국가, 지구로 모두 이어져 나비효과처럼 언젠가 크게 퍼져나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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