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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주씨 Jan 05. 2025

아낌과의 줄다리기

적당선을 찾아서


 아끼는 일의 적당한 선을 찾는 건 쉽지 않았다. 내가 어디까지 불편을 감수할 수 있는지, 시간과 돈과의 문제 그리고 남의 시선을 얼마나 무시할 수 있는지까지가 고민거리였다. 숨 막힐 정도로 모든 생활에서 아껴서는 더 중요한 걸 놓치고 스트레스가 쌓이니 적당하게 합의를 해야 한다.



 언제부턴가 스테인리스 빨대를 사용하게 됐다. 텀블러뿐만 아니라, 큰 구멍의 버블티용과 작은 구멍의 일반음료용을 파우치에 챙겨 카페에 다니는 걸 습관화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가끔 잊고 갈 때도 있었지만 자책은 하지 않았다. 빨대 하나가 하루의 기분을 망치게 할 만큼 영향력이 크진 않고, 내 마인드 유지를 위한 하나의 노력일 뿐이다.

스텐 빨대




하지만 회사를 다닐 때는 조금 이야기가 달랐다. 나름 아끼는 노력을 지속하려면 어느 정도 타인의 시선을 무시해야 했기 때문에 타협을 할지, 고수할지를 자주 고민했다.


 한 번은 화장실 세면대에서 수돗물을 콸콸 틀어놓고는 쓰지 않고 거울만 계속 보는 친한 동료를 지켜보다가 슬쩍 물을 잠가준 적이 있다. 내 입장에선 낭비로 보였는데 동료는 회사 물은 공짜라고 생각했는지 유난스러워 보였나 보다. 엄청 아낀다며 좀 놀리는 투로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물이 콸콸


 또 모두 종이컵에 커피를 타먹었지만 난 두유 유리병을 잘 씻어서 믹스커피 타먹는 용도로 들고 다녔다. 한 컵에 10원도 안 되는 종이컵을 사는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고 쓰레기 좀 덜 만들려는 개인적인 노력이었다. 누군가 구내식당에서도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종이컵을 왜 쓰지 않느냐고 물었지만 설명하기 귀찮아 환경호르몬을 피해 건강을 챙기려고 한다고 둘러대었다.


 가치관의 차이라고 느꼈기에 쓰는 사람들을 향해 내가 뭐라 하지도 않았으니 된 것 같지만, 어딘가 다수와 다른 내 모습에 가끔 위축된다는 사실은 스스로도 속일 수 없었다. 그래도 그저 조용히, 꿋꿋하게 내 습관을 유지했다. 스쳐 지나가는 남이 던지는 의견은 내 인생에 영향력이 매우 작다.






아낌의 적당선을 찾아가는 건 쉽지 않았다. 20대 때는 자취하면서 지독한 아낌의 역사를 제대로 썼던 적도 있다. 철저히 외식을 줄이고 오로지 집밥 만들어먹기에 올인하며 식비 10만 원으로 한 달을 살았다. 한겨울에는 혼자 사는 작은 오피스텔에 보일러 트는 게 아까워서 아플 때도 전기장판만 튼 채, 찬 공기에 벌벌 떨기도 했다.

오래 전 한겨울의 자취

 지금은 20대였던 당시에 기본 생활비를 아끼는 것보다 돈을 더 벌 궁리와 미래의 커리어 준비를 치열하게 했더라면 지금의 인생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적당함을 몰랐던 그 시절은 흑역사일까, 과정일까?





 그렇게 건강이 따라주지 않아 선택했던 아낌의 역사는 회복 후에도 이어져 어떨 땐 도움이 되기도 했고 때론 유난스럽기도 했다. 그래도 아낌은 이제 소중함과 감사함의 마음을 담는 작은 실천이기에 앞으로도 적당선을 찾아 줄다리기하며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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