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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종규 Alex Jan 30. 2021

3.동남아 사업개발 - 현지 팀 구성은 타이밍이다.

동남아 사업 확장에 필요한 현지 팀 구성시 고려해야 할 요소들

요즘 해외시장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국내 기업 대표님들께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동남아 확장에 있어서 과연 언제부터 현지 인력을 고용해야 하는 가다. 처음부터 현지 General Manager(GM) 혹은 founding 팀을 뽑자니 talent pool도 제한적일뿐더러, 관련 비용에 대한 적지 않은 리스크가 수반된다. 그렇다고 동남아 확장에 대한 대부분의 작업을 한국 본사 직원들이 원격으로 traction과 growth를 이끌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비효율적이기 쉽다. 그렇다면 언제, 어떻게 현지에 팀을 구성해야 할까? 


나는 현재의 리소스를 최대한 활용하여 Product-Market Fit에 대한 Due Diligence, 제품의 현지화, 그리고 POC 발굴을 하며 각 산업, 회사의 상황 등을 고려하여 타이밍을 예의 주시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1) Product-Market Fit Due Diligence

기업에서 동남아 시장 확장을 결정하며 가장 쉽게 간과되는 부분이 우리 프로덕트가 다른 시장에서도 유효한가에 대한 체계적이고 꼼꼼한 Product-Market Fit(P/M Fit) 분석이다. 보통 동남아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률에 위치적 접근성과 시대적인 니즈를 더하여 자사의 서비스가 잘 맞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마치 시 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있는 수영 선수가 다른 도시에서 상금이 큰 운동 대회가 있다고 해서 무작정 도전하는 것과 같은 이야기다. 그 대회가 수영인지, 철인 3종 경기인지, 100미터 달리기 일지 알기 위해서는 보다 더 심도 있는 Due Diligence(DD)가 필요하다.


P/M Fit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두 가지 요소로는 a)고객들이 분명 솔깃해할 만한 프로덕트 USP(Unique Selling Point)와 비전 그리고 b)고객들이 실제로 이 프로덕트를 원할 거라는 정성적 및 정량적 증거가 있다. USP와 비전이 명확하지만 시장 및 고객 니즈에 대한 실제 데이터가 없다면 투자자들에겐 빛 좋은 개살구로 다가올 것이고, 고객 니즈는 충분하지만 프로덕트 USP와 비전이 그 니즈를 밪춰줄 수 없다면, 고객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자만에 빠진 팀이 될 가능성이 높다. 

P/M Fit Journey by Bessemer Venture Partners


그렇다면 P/M Fit에 대한 DD를 초기에 해 볼 수 있는 간단하게 해 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이라는 책으로도 잘 알려진 구글 최초의 엔지니어링 디렉터 알베르토 사보이아(Alberto Savoia)가 고안한 "xyz가설"이 유용할 때가 있다.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 by Alberto Savoia

xyz 가설이란 '적어도 X퍼센트의 Y는 Z할 것이다'라는 가설인데, Y는 표적 시장, X는 성공하기 위한 최소 퍼센티지, 그리고 Z는 소비자의 기대 행동이다. xyz가설은 창업 초기 프로토타이핑에도 매우 유용하지만 특히 새로운 시장으로의 확장을 고려할 때, 이미 거둔 성공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른 시장을 비교해볼 수 있다. 슬랙 혹은 잔디와 같은 제품을 예로 들자면, '서울에 본사를 둔 회사들 중 적어도 40%는 메시징 기반 사내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쓸 것이다'라는 가설을 생각해볼 수 있다. 여기서 서울을 동남아 대도시로 바꿨을 때, 과연 최소 퍼센티지와 소비자의 기대 행동이 어떻게 다른지, 왜 다른지에 대해서 분석해가며 xyz가설을 좁혀나가고, 이를 기반으로 확장 전략을 세우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 책 본문에 기재된 아래 예시 또한 xyz가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https://blog.naver.com/dreamip/221967725317



2)POC 발굴

(특히 디지털/테크 제품에 있어) 한국에서 잘 되던 제품을 아무런 변화 없이 똑같이 내놓아서 성공하기는 어렵다. 최소한 언어, 고객지원 관련 UI/UX, 그리고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판매하는 채널 전략은 반드시 현지화가 필요한 영역이다.  제품이 타 시장에 얼마나 준비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실제로 우리 제품이 다른 시장의 타겟 고객에게 어떻게 쓰이는지 직접 POC(Proof of Concept)를 돌려보는 것이다. 여기서 개인적으로 유용하게 활용한 도구는 DuckDuckGo의 창업자이자 <Traction>이라는 책의 저자인 Gabriel Weinberg가 고안한 Bullseye framework다. Bullseye 프레임워크는 근본적으로 시장 규모를 분석할 때 쓰는 TAM, SAM, SOM과 비슷하지만, 시장 확장의 관점에서 훨씬 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불스아이는 다트 머신이나 양궁에서 볼 수 있는 과녁의 중앙 부분을 일컫는데, 해외 사업개발의 맥락에서는 conversion을 최우선 목표로 펼치는 전략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https://medium.com/lumiitgroup/market-analysis-for-startups-87161a8eeef2



아래 framework는 <Traction> 원서에 자세히 나와 있으며, 저자인 Gabriel Weinbarg는 원래 이 framework를 business development를 할 때 가장 맞는 채널을 찾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개발했다고 한다. 나는 뿐만 아니라 시장 확장에 있어서 타겟을 찾는 데에도 매우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https://tech.co/news/hit-customer-bullseye-three-step-framework-2017-01


(C) 과녁의 외곽 부분: 잠재고객이 될 가능성이 있는 타겟

이 군에 속하는 고객은 쉽게 데스크 리서치를 통해서도 알 수 있는 우리 제품의 전체 타겟마켓이다. 다시 xyz가설을 빌려 이야기하자면, 외곽 부분에 속하는 타겟은 다음과 같다.

수제 맥주 회사: 호치민에 거주하는 18세 이상의 성인들 중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

슬랙: 호치민의 가장 규모가 큰 500개 기업


(B) 과녁의 몸체 부분: 아마도 우리 제품을 쓰고 싶어할 타겟

과녁의 몸체 부분은 위의 고객 군들 중 조금 더 우리 프로덕트와 fit이 맞는 고객층을 일컫는다.

수제 맥주 회사: 호치민에 거주하는 18세 이상의 성인들 중 수제 맥주를 즐겨마시는 사람들

슬랙: 호치민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기업 500개 중 규모순으로 이미 사내 커뮤니케이션 툴을 쓰고 있는 100개의 기업들


(A) 과녁의 정중앙: 우리 제품을 쓰면 가장 빠르고 쉽게 결과가 나올 수 있는 타겟

앞서 말한 두 개의 고객층에 비해 훨씬 좁은 이 정중앙 부분은 우리 제품이 해외 확장에 준비가 되었는지 확인하기에 가장 중요한 고객군이다.

수제 맥주 회사: 호치민에 거주하며 수제 맥주를 즐겨마시는 18세 이상 성인들 중, 시내에서 가장 큰 수제 맥주 펍에 일주일에 2번 이상 방문하는 100명의 사람들

슬랙: 호치민에서 이미 사내 커뮤니케이션 툴을 쓰고 있는 회사들 중, 현재 사용하는 툴에 대한 불만과 새로운 툴을 사용해볼 의향이 있는 회사들 5개

위 '100명의 사람들'과 '5개의 회사들'은 예시이며, 회사 및 산업 별로 그 개수가 다를 수 있겠지만, 핵심은 이런 고객을 최대한 빠르게 찾아서 POC를 돌리고, 유저 경험의 처음과 끝을 담은 성공사례 몇 개를 단기간 이내 마무리 짓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세 가지 귀중한 자산은 다음과 같다.  


1. POC를 성공적으로 진행한 타겟고객과 유사 고객을 10x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크레덴셜
2. 시장에서 바꾸고 보완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있다는 것

3. 해외 시장 확장을 위해 필요한 투자유치가 더 용이해진다는 것



3)현지 팀 구성

위에 나와있는 Long-shot, Promising, Inner Circle 그리고 Bullseye를 찾아 초기 POC 클라이언트를 발굴하는 업무는 외부인력 고용 없이 lead generation과 pipeline development에 대한 전략 및 스킬을 갖춘 본사 Biz Dev 담당자가 출장과 원격으로 충분히 시작할 수 있다. 산업과 회사에 따라 다르지만, 주로 sales cycle이 짧고 OPEX에 대한 부담이 적은 서비스는 원격으로 POC에서 closing까지 진행이 가능하다. B2B SaaS의 경우에는 POC 클라이언트가 최소한 국가별 10개 정도 발굴된 이후 현지 팀을 꾸리는 걸 추천한다. 물론, 비교적 위험성이 적은 파트너십을 통해 동남아 사업개발에 경험이 풍부한 사람, 현지 업계 전문가, 믿을 수 있는 현지인 집단(지난 3년간 내가 근무해온 회사가 하는 일)을 보유하고 있다면, 가능한 한 도움을 많이 요청하는 걸 추천한다.


현지 팀을 구성하는 시점으로부터 가장 중요한 인력을 꼽자면 현지 BD(사업 개발) 담당인력, 그리고 customer success 인력이다. 가장 먼저 뽑게 되는 사업개발 담당자는 <동남아 사업개발 - 하나로 묶는 것 자체가 큰 함정>에서 적은 대로 각 나라별 해당되는 타겟 마켓, 법과 문화, 그리고 인프라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풍부한 인력이어야 하며, 무엇보다도 기업가 정신과 함께 부족한 리소스를 스스로 메울 수 있는 발로 뛰는 사람이 가장 필요하다. POC 클라이언트를 아무리 많이 발굴했다고 해도, 아직은 매우 관계 중심적인 동남아의 비즈니스 현장에서 조금이라도 현지에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준다면 POC는 의미가 없어진다.


시장별 사업개발 담당자를 찾아 POC 단계의 클라이언트를 closing 단계로 발전시키고 있다면, 이때 현지에 customer success 담당자를 물색해야 한다. 발품은 잘 팔았는데 내부 리소스가 부족해서 delivery가 안 되는 상황은 사업 개발 담당자에게 가장 끔찍한 악몽이다. 보통 customer success 담당자는 크게 retention과 loyalty를 기반한 customer satisfaction, up-selling, cross-selling등의 KPI를 가지고 사업을 성장시킨다. 추가적으로, 첫 번째로 고용하는 customer success 담당자는 마찬가지로 기업가 정신을 갖고 BD 기능의 일부를 드라이브해야 하는데, BD 담당자가 closing을 하는 과정에서  고객이 우리가 약속한 바를 충분히 이행할 수 있음을 신뢰하고  안심시켜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현지 트랙 레코드가 없는 회사의 잠재 고객에게 현지 담당자는 신뢰를 얻는데 결정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4년 전 APAC 시장에 처음 진출하고 지금은 싱가폴, 홍콩, 태국, 인도네시아에서 수백만 불 단위의 고객들을 보유한 SaaS 클라이언트가 있었다. 처음 우리 회사의 서비스를 통해 due diligence를 진행하고 주요 국가별 순차적으로 8개에서 15개 정도의 POC를 발굴한 후, 사업 개발 담당자를 늘렸다. 동시에 본사에서 동남아로 customer success manager를 파견 혹은 relocate하여 POC 단계에서 계약단계까지 50% 이상의 성공률로 지속적인 성장을 일궈낼 수 있었다.

이렇듯 동남아 확장에 있어 액션 기반의 due diligence, POC 형태의 수요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고, 적기에 반드시 필요한 현지 인력을 순차적으로 채용하는 것이 확장의 성공률을 높이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Note

벤처를 다음 단계로 성장시키기 위해 동남아 시장 확장을 하는 일은 위에 나와 있는 내용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회사와 산업 그리고 동남아 국가에 맞는 적절한 사업개발 전략, 충분한 준비, 그리고 알맞은 팀이 있다면 반드시 고려해 볼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저는 싱가포르를 베이스로 8개의 국적을 가진 팀을 운영하며 다양한 업계의 미국, 유럽 출신 벤처들이 동남아 6개국 및 한국에 사업 론칭 및 Biz Dev를 담당해왔습니다. 이 기업들 중에 후속 투자를 유치하거나 IPO를 진행한 곳도 있는 가하면, 물론 동남아 사업을 철수하게 된 기업들도 있었습니다. 싱가포르,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에 사업 확장 및 개발을 고려하고 계시다면 연락 주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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