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짹짹 Oct 21. 2021

아등바등 살고 있나요?

굿 플레이스 <The Good Place> 피날레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는 언제 어디서나 대단한 물음이었으며, 늘 다른 답안이 딸려 나오는 마법 같은 질문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정답이란 없다는 것을. 답 없는 질문에 우리는 늘 정답에 가까운 삶을 살아보려 노력한다.


아등바등 살고 있다.


노력하는 우리 자신을 폄하하는 아주 가소로운 문장이다. 그런데도 부정하기도 어려운 말이다. 

동기보다 먼저는 아니더라도, 남들 할 때 같이 승진하기 위해서

강남 8학군에 들어가진 못하더라도, 남들 다 있는 아파트 한 채를 위해서

메이드 바이 독일 브랜드는 아니더라도, 네 바퀴 달린 멀쩡한 차 한 대를 위해서

아등바등 살고 있다.


행복이라는 큰 별을 따기 위해서, 낚싯대도 장만하고, 미끼도 장만한다.

낚싯대 하나에 퇴직하고 싶은 마음을 숨기고

미끼 한 움큼에 눕고만 싶은 몸뚱아리를 일으킨다.


그렇다면 또 다른 문장이 남는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인생이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보다 더 앞서 답변해야 하는 위대한 물음이 아닐 수 없다.


!스포주의!

(굿 플레이스 시즌 4 마지막 3 에피소드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굿 플레이스 시즌 4에는 모든 것을 가지고, 모든 것이 이뤄지고, 모든 것이 편한 삶에 대한 무기력함을 알려준다. 인간에게 가질 수 있는 건 다 가질 수 있는 삶과 영원(eternal)을 더하니, 남는 건 제로(zero)를 향한 욕망이었다. 


그래서 일당들은 결심하고 '굿 플레이스' 사람들에게 제로를 선사한다. 죽을 수 있는 권리를 준 것이다. 사랑하는 연인과 매일 나란히 앉아 노을을 바라보고, 내 손으로 뚝딱뚝딱 가구도 만들어 보고, 미칠 듯이 놀아보고.. 그 모든 것을 해보고 '굿 플레이스'에 남고 싶은 이유가 사라지면, 그때는 떠날 수 있는 권리를 준 것이다.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굿 플레이스가 그린 것은 죽음에 대한 권리가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삶의 이정표를 제시한 것이다. 


다 가지면 행복할 거야.

이것만 하면 저것만 하면 우린 행복할 수 있어.

이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행복을 자꾸 미루고, 충분함이 우리의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착각을 버리라는 걸 알려준 것이다. 삶은 영원하지 않다는 걸, 영원할 것 같은 삶도 끝난다는 걸, 끝나니 더 아름다운 거란 걸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많은 이들이 불로장생을 꿈꾼다. 영원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영원히 살 수밖에 없다면, 우리는 죽음을 쫓을 것이다.

결핍이란 인간에게 주어진 축복이다.


그렇다면 결핍을 쫓는 우리에게 아둥바둥 사는 이 삶이 축복이지 않는가

아등바등을 무시하고, 아등바등을 폄하해도 좋다. 

행복을 좇고 있으니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가장 하얗고 순결했던 당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