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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Kim Apr 16. 2024

퇴준생, 번아웃 1년 후

내 명함은 이제 내가 만들자 

퇴준생은 번아웃 일년 만에 깨달았습니다. 

퇴사를 하건, 회사를 다니건 

회사와 상관없이 내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걸요. 

세상 당연해서 쓰고도 부끄럽네요. 


2, 30대는 회사의 성장을 개인의 성장과 동일시 여기기도 했던 것 같아요. 

회사의 성장에 기여한다는데 보람을 느끼고 

업무 성과나 프로젝트 덩어리들이 실제로 개인의 레퍼런스가 되기도 하니까요.  

업무에 몰입하다 보면 희열을 느끼기도 하고 함께 성장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당연히 잘못된것은 아닙니다.좋은거죠. 

하지만 그것만 있어서는 안되었던거죠. 

 회사가 거름이 되어주기는 하지만 회사에 단단하게 뿌리를 내려서는 안된다는 걸  


딱 1년이 걸렸습니다. 

번아웃이라는 무겁고 딱딱한 껍데기를 벗고 기어 나오기까지요. 

번데기를 벗고 하루 아침에 이뻐져서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는 나비처럼 나올 순 없었지만 

겨우 겨우 기어기어 나왔지만 빠져 나올 수는 있었습니다. 


여튼 나올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리고 결심했습니다. 

이제 새로운 명함을 만들기로요. 


회사 타이틀과 직함을 가진 누구누구가 아니라 

내가 만든 진짜 내 명함을요. 


이참에 말라비튼 창작혼을 쥐어짜 시도 썼습니다. 

'속세에 찌든 시인'이라는 타이틀도 명함에 추가하렵니다.  





벗아웃 일년 후 
 
 

딱 일년을 입고 있었네      

단단하고 무거워 숨도 안 쉬어져 
 

이 무거운 번데기 껍질에서 나오기까지      

일년.      

여기서 이대로 죽는 줄 알고 얼마나 무서웠게. 
 

나비처럼 아름답게 날아올랐음      

얼마나 좋았게.      

겨우 벗었어.      

딱 일년 걸리더라.      

무겁고 더럽고      

추적추적      

끈적끈적해      

기어나온 몸 뚱아리      

밖에 나가 탁탁 털자      

볕 좋은 날 널어놓고      

햇빛에도 말리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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