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당신도 행복할 수 있다. 어떤 조건에서도.
지난달 내 생일이 지나고 나서, 내 기준으로 이건 사실 지천명의 나이에나 깨닫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내 삶에 대한 관점과 가치관을 뒤흔든 깨달음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모든 인간은 사실 어떤 조건에서도 행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깨달음을 단박에 얻고 나니, 그동안 내가 잘못 살아왔구나.라는 것을 알게 됐는데, 나보다 더 치열하게 살다가 정신적으로 몇 년 동안이나 불안/우울과 같은 어려움을 겪게 된 지인에게 지금까지 내 인생 관점을 완전히 바꾼 이 깨달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나니, 그 지인도 단박에 이해를 하고 몇 년 동안이나 고생했던 그동안의 불안과 우울이 사라지는 경험을 했다.
내가 지금까지 쓴 블로그 글을 통틀어서,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에 대해 쓴 글 하나를 꼽으라면, 내가 나에게 보내는, 최고의 위로 라는 글이다. 나는 지금까지.. 나를 무시한 사람들과 나의 가능성을 알아봐 주지 않은 사회에 대한 가장 큰 복수는 내가 보란 듯이 성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나의 삶은 그동안, 그 누가 봐도 인정할 수밖에 없을 만큼 좋은 회사에 들어가 고액 연봉을 받으며 일하는 것이었다. 여기에 오기까지, 투쟁이고 증명하는 삶이었다. 그리고 더 이상의 증명이 필요 없다 느껴진 순간에 적은 글이, 바로 저 글이었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저 글은 내 인생 20년에 걸친 투쟁기임을 알고 있을 것이다. 권선징악 같은 그런 느낌의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글.
그런데, 그 뒤로 내 마음속에 항상 품고 있었던 의문이 있었다.
정말? 정말로 이렇게까지 20년에 걸쳐서 내 꿈을 이뤄야만 진정한 행복과 자유를 느낄 수 있다면, 간절히 원했고 노력했지만 이루지 못한 사람들은 어떻게 살지? 솔직히 말하면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더 많았다. 누구나 나처럼, 못 이루고 죽어도 이렇게 살다 죽겠다는 독기를 품고 살 수 있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차마 이 질문을 그 누구에게도 할 수 없었다. 꿈을 못 이룬 사람한테 가서 그런 상태로 어떻게 삶을 이어가는 거냐고 말하는 건 너무 무례한 거니까 말이다.
그리고 내가 지난 몇 주 동안 고통스러운 사업 계획을 마치고, 여유롭게 지난 주말 맛있는 브런치에 아이스 라떼를 마시면서 노트에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 리스트를 써보면서 나는 단박에 깨닫고 말았다. 저 답에 대해서. 그리고 내가 그동안 아주 큰 망상 속에서 잘못 살아왔다는 것도.
심리학 실험 중에 이런 것이 있다.
로또에 당첨된 사람 vs. 다리 하나가 사고로 절단된 사람. 과연 어떤 사람이 행복할까?
말도 안 되는 질문이라 생각이 되겠지만, 답이 더 말이 안 되어 보인다. 정답은 둘 다 똑같이 행복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억울하게 자기 죄가 아닌 걸로 감옥에 갇혀서 평생을 감옥에서 지낸 사람도 행복함을 느낀다. 또한, 사람들은 선택지가 많을수록 행복하다고 생각하지만, 실험 결과는 정반대다. 선택지가 없다고 느껴서 선택을 할 때 더 만족감이 크고 행복하다. (여기서 중요한 "만족감"이라는 단어를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행복함보다 만족감을 선택할 때, 행복은 따라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뇌는 항상성을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에 어떤 조건이나 상황이 결국 시간이 흐르고 나면 거기에 적응하도록 조절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인간의 삶이라는 게, 서울대 합격하면 그 순간은 대단히 기쁘지만, 그것은 한낮 순간일 뿐이고 그걸로 인생이 행복해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결론은 20년 동안 투쟁해온 나 포함해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망상 속에 살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정말로 길러야 할 능력은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을 가는 능력도
일잘러가 되서 고액 연봉을 받고 좋은 회사로 이직하는 능력도
내가 맘에 드는 남자/여자를 꼬실 수 있는 능력도
월 1억 소득을 올리는 경제적 능력도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정말로 길러야 할 능력은
내가 어떤 조건과 상황에서도 행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깨닫고, 그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아마 그중에 구체적인 실행 방안 중에 하나가 의식적으로 감사하는 것일 것이다.)
심리학 실험에서 나오듯이, 인간은 다리 한쪽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다면, 무고한 죄로 평생을 감옥에서 살아야 해도 행복할 수 있다면,
내가 그리고 당신이 행복하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
이 사실을 깨닫고 보니, 나는 그동안 20년 동안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애를 쓰며 살아온 것이었다.
꿈을 가지고 그걸 노력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설사 나는 지금 깨달은 것을 알고 20년 전으로 돌아간다 해도, 그동안 살았던 삶을 그대로 살 것이다. 하지만 달라진 것이 하나 있다면..
나는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더 친절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심지어 나를 공격하고 무시하는 사람들한테조차 크게 개의치 않으면서, 내 페이스를 가지고 삶을 더 주도적으로 살았을 것이다. 내가 남들에게 인정받을 법한 뭔가를 이루지 않아도, 나는 그 누구에게도 증명할 이유가 전혀 없는 자유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래서 며칠 전에 로지가 했던 말.. 그 정도는 누구나 애쓰고 노력하면서 살더라고요. 저만 힘든 게 아니더라고요.라는 말에 과거의 나처럼 선뜻, 욕망하고 보란 듯이 성공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나는 지난 20년을 굳이 스스로 쌓지 않아도 될 한을 쌓고 애를 쓰며 살고서 깨달은 것이지만.
이 글을 읽는 누군가는 굳이 나처럼 그렇게 하지 않아도 깨달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어떤 조건에서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
내가 이 글에 인용한 모든 심리학 실험에 대해 나온 댄 길버트의 Ted Talk : 꼭 보세요!!
https://youtu.be/8-B46ienqZs?si=1MB4rQcxPqJqzqzE&t=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