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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 Dec 12. 2020

한국어 교원 자격증 취득 그리고 ‘진짜’ 한국어 강사

한국어 자격증 2급은 돈이 있고 시간만 있다면 학점은행에서 누구나 취득 가능하다. 성적 기준도 없으며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 학위가 생긴다. 


한국어 교원, 한국어 강사를 검색해서 볼 수 있는 수많은 광고글의 흐름은 똑같다. 한국어 학습자가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부업으로, 노후에, 직업으로 강사가 될 수 있다며 긍적적인 말들만 가득하다. 


하지만 실제로 자격증을 취득하고 일자리를 구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끼리는 다 아는 사실이다. 절대 장밋빛 미래가 아니라는 걸. 


자격증은 누구나 딸 수 있고 공급에 비해 수요는 없으니 자격증은 사실 있으나 마나이다. 학점은행은 대부분 본업을 하면서 짬을 내서 수료하곤 하는데, 나는 한국어 강사 일을 바로 본업으로 하고 싶었기에 자격증 공부를 메인으로 했다. 내가 한국어 원어민인 것과 국어를 잘 아는 것은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과 아예 다른 일이기 때문에 스무살에 다닌 대학교 공부보다 더 열심히 했다. 


하지만 그렇게 공부해도 나라에서 공인 된 교육기관이나 대학교 어학당에서는 석사 학위를 기본으로 원한다. 유일하게 그렇지 않았던 세종어학당에서도 이제 학력 기준이 석사 이상이 되었다. 이 현실에 많은 자격증 취득자들이 힘들어 한다. 석사가 있다 한들 200시간 이상의 강의 경력이 필수인데 사설 학원에서 강의한 것은 아예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에 지역 센터나 기관 등 나라에서 인정한 곳에서 자원봉사를 하려는 사람이 많고 이 조차도 경쟁률이 치열하다. (자원봉사 채용에 석사나 경력자를 원하는 경우도 봤다.) 어떤 이는 청와대 청원 글을 올렸더라. 


어쨌든 나는 이러나 저러나 벼랑 끝이라는 마음으로 한국어 교원 2급 자격증 과정 실습수업까지 마쳤고 곧 자격증이 생긴다. 공인된 교육기관이나 대학교 어학당에서 일하느냐, 사설 학원에서 일하느냐는 사실 고민도 안 했다. 복지나 급여 모두 전자가 좋겠지만 (그리고 이곳도 참 문제가 많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걸 알기에 애초에 사설 학원 시간 강사 계약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내게 힘든 것은 한국어 강사의 미래가 창창하지 않다는 게 아니었다. 한국어 강사를 준비 중인 동료나 지인이 없다는 사실이 힘들었다. 2년이 좀 안 되는 시간 동안 하루에 8시간의 카페 알바와 병행하며 성실하게 들었던 온라인 수업을 마치고 실습을 갔을 때, 처음으로 오프라인에서 동지들을 만난다는 사실에 마음이 부풀었다. 동영상 속에 있는 선생임이 아닌 ‘진짜’ 선생님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하지만 강사 일을 한국에서 본업으로 하려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여러 지방에서, 심지어 다른 나라에서도 온 열정적인 학생들에게는 각양각색의 이유가 있었다. 노후에 소일 거리로 해보실 분, 부업으로 삼고 싶은 주부, 본업이 있지만 언젠가를 위해 따놓는 분들 그리고 외국 생활 중에 한국어를 가르쳐보려고 한국에 들어오신 분들. 나잇대도 천차만별, 30명 남짓한 학생들 중 내 또래는 총 네 명 정도였다. 그 중에서도 나처럼 한국에서 바로 강사일을 해보려는 사람은 없었다. 어쩔 수 없고도 현실적인 일이지만 많이 아쉬웠다. 


실습 수업에서는 모의 강의를 총 두 번 하는데, 처음엔 학생들과 선생님 앞에서 수업을 하고 피드백을 통해 수정된 교안으로 두번째 모의 수업을 하며 녹화를 한다. 하지만 2월에 개강한 수업은 하루 하루 무서워지는 코로나의 영향으로 휴강, 중단... 결국 온라인으로 전환 되었다. 모의 강의 순서가 뒤쪽이었던 나는 한 번도 사람들 앞에서 수업을 해보지 못 했고, 어학당 참관 수업도 끝까지 듣지 못했다. 그 누구와도 제대로 한국어 강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채 실습수업이 공중분해 되었다. 실망감에 눈물이 났다. 



그래도 나는 한국어 강사를 해야 했다. 이것 말고는 없다고 생각했고 또 하고 싶었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국내에 외국인은 얼마나 줄었을까, 학원 교실에 학생들이 모일 수는 있을까 걱정이 가득했지만 카페에서 권고사직으로 퇴사하게 되어 신청이 가능했던 실업급여 덕분에 천천히 취업을 준비했다. 


채용 공고가 아예 없진 않았지만 통근 2시간 이내의 위치, 석사를 원하지 않는 곳, 신입을 뽑는 곳을 추리면 한 달 반 동안 지원 한 곳은 겨우 네 군데였다. (그 중에 서울은 두 곳, 나머지는 수원) 막막해서 온라인 한국어 튜터 사이트에 강사 등록을 하려 하던 차에,  그중에서 가장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곳에서 전화가 왔고 면접을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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