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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선 llOK Apr 26. 2024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영화 ‘오펜하이머’를 보고

 원자폭탄의 투하가 만들어 낸 파장은 맨해튼 프로젝트를 이끈 오펜하이머의 삶을 흔든다.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그는 엄청난 유명세와 물리학자로서의 권위를 얻었으나 죄책감이 자신에게 내린 형벌 속에 고통의 삶을 살아간다. 원폭 투하 후의 연설 장면에서 오펜하이머가 보는 관중의 환호와 오버랩되는 피해자들의 모습은 그의 삶이 죄책감으로 휩싸이게 될 것임을 보여준다.


 마치 끝이 확실한 것처럼 ‘맨해튼 프로젝트’의 성공을 향해 내달리던 미국과 과학자들은 새로운 적을 만들어 다시 경쟁을 시작했고, 이념을 핑계로 자신들의 새로운 목표 역시 정당한 것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많은 동료가 수소폭탄 제작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으나 원자폭탄을 투하한 후에야 자신의 손에 피가 묻어있음을 안 오펜하이머는 그 반대에 서서 군축을 위한 목소리를 낸다.


 ‘원자폭탄의 아버지’와 ‘군축의 아버지’라는 상반된 수식어로 표현되는 오펜하이머의 삶은 양립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는 많은 것들이 사실은 양립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빛이 입자인 동시에 파동인 것처럼 우리의 삶도 그렇게 모순되어 보이는 것들이 함께할 수 있다고...

로스앨러모스에서 프로젝트를 지휘하던 때의 오펜하이머는 몰랐겠지만, 폭탄 개발을 위해 내달리던 그 시간과 공간 속 그가 내린 선택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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