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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dman Jan 19. 2021

고전을 읽을 때 도움을 줄 책

별로 대단한 건 아니지만, 나름 제 독서 원칙이 있다면

입문서나 해설서 대신에 고전을 원전 그대로 직접 읽자는 것입니다.

아무리 객관적이라 해도 해설서를 쓴 저자의 해석이 개입되어 있거나

저자가 놓친 부분이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여러 철학자나 고전들을 동시에 다룬 책이라면 사실 매우 상투적인 얘기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저는 되든 안 되든 일단 직접 고전 원전에 들이박습니다. 

그렇지만 '되든 안 되든'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기 마련이죠.

특히, 기껏 어려운 책 읽었지만 머리에 남는 것이 없으면 속상하기 마련입니다.


저도 고전에 관심이 많은 편이고, 아직 한참 부족한 독서 내공이지만, 고전과 그 고전을 읽으며 매우 도움을 받았던 해설서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여기서 소개하는 해설서들은, 정말 딱 한 책만 집중적으로 다루고, 그 내용 해설과 구조를 상세히 다룹니다. 그래서 저 혼자만으로는 몰랐던 정보도 알 수 있어 매우 유용합니다.

그렇지만 당부하고 싶은 것은, 해설서부터 읽기보다는 직접 원전을 읽으며, 도저히 이해가 안 갈 때 참고자료처럼 이용해 주었으면 합니다. 1차적으로는 원전을, 그리고 부가적으로 이 책들을 읽으시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남의 눈을 통해서 읽는 것보다는 내 눈으로 직접 보는 게 더 낫기 때문이죠


1. 강유원 <고전강의> 시리즈

고전 강독 강의로 매우 유명한 강유원 박사님의 강의록을 책으로 엮은 <고전강의> 시리즈입니다. 

강의니 만큼, 여러 책을 다룹니다만, 원전을 직접 인용하고, 또 책의 주제의식과 당시 시대적 배경, 구조 등을 매우 충실하고 면밀하게 분석하여 강독하셔 어떤 책을 읽을 때, 강유원 박사의 <고전 강의> 시리즈가 기둥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2. 호메로스 <일리아스> <오뒷세이아>

호메로스의 서사시는 서양고전하면, 바로 떠오를 정도로 유명한 고전입니다. 제가 지금 읽고 있기도 합니다. 확실히 매우 재미있고, 이래서 고전이라고 하는구나 생각했습니다. 아마 도전해보려다가 실패한 분들 많으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대진 선생님의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읽기>와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 읽기>는 제목처럼,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한 권 한 권 충실하게 설명하고, 해설해줍니다. 본인이 직접 밝히듯, 여러 내용을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다소 산만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호메로스의 원전을 동시에 읽으며, 강대진 선생의 책을 참고로 하면 산만한 글도 별 단점이 되지 않습니다. 

강유원의 <인문고전강의>와 <문학고전강의>에서 호메로스 서사시를 읽습니다. 



3.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과 <신국론>

<고백록>도 매우 중요한 책입니다. 신앙에 관계없이. 국내에 여러 번역본이 있는데, 제가 추천하는 번역본은 위 4종의 번역서입니다. 그중에 권위 있는 것은 성염 역본이나 선한용 역본입니다. 개신교인이시라면 선한용 역을, 가톨릭 분이시라면 성염 역을 추천합니다(가장 권위 있는 건 성염 역이지만)

<고백록> 해설서로는, 가토 신로 선생이 쓴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 강의>가 좋습니다. 저도 도움을 많이 받았던 책입니다.


선한용 선생이 쓴 <고백록 해설>은 안 읽었지만, 각 권을 촘촘하게 분석하여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둘다 고백록 전체가 아니라 가토 선생은 10권까지만, 선한용 선생은 9권까지만 다룬 것이 아쉽습니다. 


<신국론> 혹은 <하나님의 도성>은 최초의 역사철학서 혹은 역사신학서입니다. 그만큼 서양철학사와 서양신학적으로 중요한 텍스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읽어도 매우 적확한 통찰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22권, 1천 페이지가 넘는 분량으로 읽기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초반에 로마의 다신교를 비판하는 부분은, 그리스로마 신화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어려우며 사실 오늘날에는 적실성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나님 나라 신학'으로 유명한 김회권 선생의 <하나님의 도성, 그 빛과 그림자>는 <신국론>을 읽을 때 큰 도움이 됩니다. 김종흡 역본을 저본으로 전체 내용을 충실히 요약하고, 각 권마다 소결론을 붙여 한계와 의의를 덧붙입니다. 로마사나 신화에 대한 배경 정보도 잘 정리하여 <신국론>과 동시에 읽으면 좋을 것입니다.



4. 공자 <논어>

 <논어>는 정말 번역본이 많죠. 어디까지나 제 주관으로 읽어볼만한 번역을 추려보았습니다. 

이기동의 <논어강설>로 주희의 해석에만 매달리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미야자키 이치사다는 90년대 세계적인 중국사 연구가였죠. 리링은 고문헌학, 고고학, 고문자학에 정통한 학자입니다. 각자 특색이 있으니 어떤 것을 읽어도 무방하겠습니다.


이토 진사이는 오규 소라이와 함께 에도 시대 일본에서 가장 중요한 철학자입니다. 그는 '仁'(사랑)을 바탕으로 공자 사상의 진의를 재해석하며, 주자학을 비판합니다. 참고할만한 해석이라 생각하여 같이 소개해봅니다.



5. 노자 <도덕경>

노자 역시 번역본이 셀 수 없이 많이 나와있습니다. 

그중에서 읽어볼만한 번역은, 노자 철학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왕필 주가 수록된 버전과 임헌규 역입니다. 임현규 역은 왕필 주는 없지만 노자 사상을 죽간본까지 수록되어 있어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해제까지 충실하여 다른 해설서 대신에 이 책을 읽을 것을 추천합니다. 리링의 <노자>도 참고하면 좋은 해설서라고 생각합니다. 



6. 후쿠자와 유키치 <문명론 개략>

후쿠자와 유키치는 일본 근대에서 가장 중요한 사상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문명론 개략>은 메이지유신으로 국가 체제에 큰 변혁이 생기고, 문명화를 위해 나아가는 그 시점에 어떤 담론이 오갔는지를 알 수 있는 책입니다. 19세기 후반이라는 전환의 시대에서 한 지식인이 어떤 문제의식을 가졌고, 어떤 해결책을 내놓았는지를 염두에 두며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일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역사뿐만 아니라 이런 책도 읽어야 합니다. 


마루야마 마사오의 <문명론의 개략을 읽는다>는 가장 유명한 문명론 개략 해설서입니다. 

고야스 노부쿠니의 <후쿠자와 유키치의 문명론 개략을 정밀하게 읽는다>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마루야마 마사오를 의식하고 쓴 책인데, 그의 해석을 비판하며 다른 관점을 제시합니다. 

안타까운 점은 둘 다 절판으로 구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대신 <학문의 권장>이라는 후쿠자와의 또다른 텍스트를 비교해서 읽으며, 그의 문명국 구상을 구체화할 수 있겠습니다.



7. 유길준 <서유견문>

후쿠자와 유키치의 <문명론 개략>과 대응되는 한국의 텍스트는 유길준의 <서유견문>입니다. 강화도조약과 서세동점이라는 조선이 처한 위기 상황에서 유길준이 구상한, 말하자면, 문명론이 책의 내용입니다. 후쿠자와의 책과 비교해서 읽어볼 책입니다.


해제도 잘 되어 있고 유길준의 서유견문 한 단락 나오면, 역자 장인성이 상세한 해설을 덧붙여 다른 책 없이 이 책만 있어도 꼼꼼하게 읽어도 될 듯합니다. 다만, 완역은 아닙니다.




8. 투퀴디데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투퀴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 대해서는 얼마 전에 서평도 썼습니다. 전쟁사, 정치사, 역사학 서술의 고전.

그러나 문체가 어렵기도 하고, 생소한 이름과 지명의 나열에 혼자서 읽기에는 힘든 것도 사실입니다. 게다가 국가 간에 서로 얽히고 설킨 그 복잡한 구도.. 

도널드 케이건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그러한 어려운 점을 보완해 줍니다. <투퀴디데스, 역사를 다시 쓰다>는 결이 좀 다르긴 하지만, 투퀴디데스에 대한 의미 있는 정보들을 얻을 수 있습니다.



9. 존 밀턴 <실낙원>


 존 밀턴의 <실낙원>은 단언컨대 최고의 영미 장편 서사시입니다. 창세기 1~3장은 시인만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신의 창조와 구원, 사탄의 유혹, 인간의 타락을 그린 서사시입니다. 


C.S.루이스의 <실낙원 서문>은 매우 차근차근 실낙원을 읽을 때 필요한 요소들을 알려주고 해설합니다. 최재헌의 <다시 읽는 존 밀턴의 실낙원>은 좋은 참고자료입니다. 


참고로 이창배 역은 범우사판과 동서문화사판이 있는데, 범우사판이 오류 등을 바로잡고 낸 판본이라, 범우사판을 읽을 것을 권합니다. 



10. 단테 <신곡>

단테 <신곡> 추천할 만한 번역본은 다음과 같습니다. 최민순 역, 김운찬 역, 박상진 역.

저는 故최민순 신부 역본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테의 신곡은 저도 이제 막 읽기 시작한 단계이기에 특별한 정보가 부족합니다. 프루 쇼 <단테의 신곡에 관하여>는 매우 도움이 될 책인 듯한데, 아쉽게도 절판이라 구할 수가 없네요. 대신 김운찬의 <신곡>으로 갈음하려고 합니다. 문고본 분량으로 구조, 배경 등을 서술한 책입니다. 강유원의 <인문고전강의>에서도 신곡을 다룹니다.



11. 움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은 현대의 고전입니다. 중세 수도원의 분위기를 완벽히 재현하고, 실제 역사 모델을 바탕으로 최고의 고증을 보여줍니다. 물론 주제의식도 탁월합니다.


강유원 박사가 역시나 장미의 이름으로 강의한 책이 있는데, 그 책은 절판되었습니다. 대신 <책 읽기의 끝과 시작>이라는 서평집 부록에 '아주 긴 서평'이라는 이름으로 수록되어 쉽게 구하여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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