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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dman Feb 13. 2021

지속적이면서도 열정적인 책읽기

책읽기가 지식이 되기까지

강유원, <책 읽기의 끝과 시작>, 라티오, 2020


저자 강유원은 오랜 기간 여러 매체에 다수의 서평을 기고해 온 서평가이자, 10년 넘게 그리고 현재까지 대중에게 인문고전을 강독하는 강좌를 진행하는 철학자이다. 그 결과물은 라티오에서 출간한 <인문고전강의>, <철학고전강의>, <역사고전강의>, <문학고전강의>에 담겨져 있다. 


<책 읽기의 끝과 시작>은 서평가로서의 역량을 보여주는 서평 모음집이다. 그러나 단순히 서평 모음집이 아니라 책 읽는 방법과 서평 쓰는 방법도 함께 다룬 메타 서평집이기도 하다.


저자는 모든 공부는 책 읽기로 이어지며, 이는 결국 서평 쓰기로 수렴된다고 본다. 저자에 따르면, 책읽기란 "본래 목적은 지식을 얻는 것"인데, 서평은 이렇게 얻은 책 내용을 요약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책 내용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정리하여 자기화하는 작업이다.


그의 생각을 정리하면, 서평 쓰기에는 세 가지 유용성이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서평을 통해 책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 더욱 책 내용이 기억에 잘 남는다. "자신이 읽은 책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것을 전제하고" 읽는 것. 그것이 책을 자기화하는 방법인데, 서평을 쓰면 최소한 서평에 쓴 내용은 확실하게 자기 것이 되는 것이다. 


또한, 서평을 쓰고 책 내용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서 단편적인 지식이 아니라 유기적인 지식을 쌓을 수 있다. 이는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즉, 책 읽기가 하나의 지식이 되려면, 한 책의 문제의식이나 주제 등과 연결된 책을 읽는 것이 좋다는 저자의 고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서평 쓰기란 결국 좋은 책 고르는 안목을 기르는 훈련과도 같다고 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서평 쓰기는 개인의 사적인 독서를 공적인 독서로 성취시킬 수 있는 행위이다. 왜냐하면 내가 쓴 서평을 읽고 타인이 그 책을 이해하고 읽게 된다면, 나의 책읽기가 타인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책읽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책 읽기의 끝과 시작>이라는 제목도 한 책을 읽은 다음, 서평을 통해 그것을 자기화하여 새로운 독서를 하여 자연스럽게 유기적으로 자신만의 지식 체계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는 저자의 공부관과 독서관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문구로 보인다. 


저자의 공부관은 제3부에서도 드러난다. 저자의 평생 독서 경험에서 나온 노하우가 담긴 책 읽기, 서평 쓰기에 대한 내용을 제시한 후 나오는 제3부는 1~2부의 내용을 반영한 서평들을 "근대와 정치, 그리고 인간"이라는 주제 아래 모은 것이다. 3부의 나오는 서평들도 어떤 형식을 가지고 배열되었는데, "대체로 개념 설명과 사상의 측면, 특정 시기와 국가, 그리고 구체적인 개인에 대한 책들" 순으로 서평이 정리되었다.


사상 - 시기와 공간 - 개인 순인 것인데, 이는 저자가 생각하는 공부 순서와도 관련이 있지 않나 싶다. 즉, 하나의 사상을 먼저 공부하고, 그것의 바탕이 되는 시간적 공간적 배경을 탐구한 다음, 그 시대 속 한 개인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먼저 "세계의 궁극목적과 역사"와 "근대의 정치"로 시작하여 '근대'라는 시기, 조선, 일본이라는 국가를 다룬 서평들을 싣고, 마지막으로 "근대의 이면, '인간 실존'"(서평 도서: <쇠얀 키에르케고어>)으로 끝마치는 것이다.


독서 행위가 그저 한 권의 책을 그저 읽는 행위로 그치면 족하다고 생각한다면, 사실 좋은 책을 어떻게 고르고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그리고 서평을 어떻게 쓰는지에 대한 고민은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책읽기를 통하여 진지하게 지식을 탐구하고, 이를 위해 책의 내용을 최대한 잘 이해하고 더 잘 기억하려는 이들에게는 이 책의 조언이 유용하게 다가올 것이다. "지속적이면서도 열정적인 책읽기", 읽고 정리하고 쓰고 다시 읽는 일이야말로 책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겪는, 혹은 겪어야 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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