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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호왕 Feb 16. 2023

차갑고 따뜻한, 핀란드

삶을 보는 관점을 바꾼, 핀란드 생활 일기, 첫 이야기

긴 시간 내 집이었던 핀란드 오울루는 작고 조용하고, 스산할 정도로 한적한 도시, 

걸으면 10분 거리에 호수 같은 바다가,

7분 거리에 말도 안 되게 오래된 숲이,

5분 거리에 멋진 공원이,

3분 거리에 산책하기 좋은 길이 있는,

30대 후반의 지친 나에게 필요한 휴식과 사색의 전부를 주었던 그곳. 

오울루(Oulu)의 토필라(Toppila) 지역에서 바다 쪽을 바라본 풍경

2015년부터 2018년까지, 

핀란드의 오울루-핀란드의 중, 북부에 위치한 도시-는 

내 정신적, 육체적 고향이었습니다. 

2013년 말,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2014년, 패기로 얻어낸 미국 유학의 기회를 현실의 벽에 부딪혀 포기하고, 

2015년 입학허가를 받아 북유럽에 첫 발을 내디딘 이후 잊지 못할 추억들을 만들어 준 핀란드.


저는 35의 늦은 나이에 유학을 떠났습니다. 그전에는 이웃나라 일본의 도쿄만 일주일 다녀와 본, 요즘 기준으로는 해외 경험이 거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영어도 서투르고, 핀란드 어는 아예 모르는 상태로, 햇수로 4년을 핀란드를 기점으로 해외 생활을 하며 배우고 느낀 점들을 전하려고 합니다. 


벌써 핀란드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지도, 2023년 기준 5년이 지나, 세세한 부분의 기억이 옅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생생한 기억과, 수많은 사진과 영상, 형제처럼 지냈던 핀란드 친구들과의 이야기에 기대, 기행문 + 일기를 쓰듯이 기록해 내려갈 생각이라, 두서없는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해외여행이나 채류 기간이 저보다 훨씬 길고 잦은 분들도 있겠지만, 핀란드에서 머물면서, 누구보다 충실하고 깊이 있는 시간을 보냈다고 자부하고, 아직도 핀란드 이야기를 하면 밤새서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행복하고 충만한 기억입니다. 제 기억과 경험을 공유하고, 이 글을 보시는 분들에게, 아직은 멀고 편견이 있는 핀란드라는 나라에 대한 이야기들을 알려드리고 싶은 생각에 글을 써보자고 합니다. 



그 나라의 첫인상_눈이 시리도록 깨끗한 공기

2015년 9월, 무려 19시간의 모스크바 스톱오버를 지나 도착한 핀란드, 헬싱키의 반타 공항(Vantaa)에서 바로 국내선으로 환승하여, 한국 출발 후 총 30시간이 넘게 결러서 도착한 오울루(Oulu)의 첫인상은, 긴 여행시간의 피로가 한 번에 사라지는, 눈이 시릴 정도로 선명한 파란색 하늘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선명한 인디고 빛의 하늘, 그리고 깨끗한 청정 공기 탓인지, 눈이 아플 정도로 선명한 풍경이 한국과 다른 도시풍경보다 더 북유럽에 있다는 실감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오울루 서쪽의 해안선을 걷다가 바라본 선명한 파란 하늘과 거울 같은 바다(바다입니다)

학교에서 알선하는 학생 전용 숙소가 준비되기 전이어서, 한주 정도 도심에서 카우치서핑(Couch Surfing)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덕에 오울루 시내에서 며칠 머물면서, 둘러볼 기회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처음 유럽을 가본 것이었기 때문에 타 유럽 국가들과 생생한 비교는 할 수는 없었지만, 책에서만 보던 건물의 모양과, 거리, 그리고 매체에서 보던 사람들의 모습이 그저 신기했었습니다. 뒤돌아 보면, 당시만 해도 동양인이 그리 많지 않았던 오울루에서는 오히려 제 모습이 현지인들에게 더 신기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냥 걷다가 찍은 오울루 시내 풍경

핀란드는 역사가 깊은 여느 유럽의 나라와는 다르게, 국가로서 성립한 지 갓 100년이 넘은 나름 신생 국가입니다. 물론 그 역사는 스웨덴의 일부분이었다가, 러시아이 점령당했다가 그 보다 더 전에는 국가 아닌 남겨진 땅이었다가 등등의 역사를 가진 땅이지만, 국가로서의 핀란드는 상당히 젊은 국가입니다. 독립국으로서의 역사가 짧은 이유로, 다른 전통적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어쩌면 핀란드 만의 독특함은 부족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북유럽 특유의 간결하고 실리적인 정취는 충분히 느껴집니다. 


길고, 춥고, 어두운 겨울 

오울루는 북위권인 핀란드 안에서도, 수도인 헬싱키보다 훨씬 더 위쪽, 북극권이라고 하기는 조금 부족하지만 여전히 높은 위도를 가진 지역입니다. 오울루에는 겨울이 길고, 일사 시간이 짧고, 해가 뜨지 않는 극야 기간도 있습니다. 아예 해가 뜨지 않고 종일 밤인 날도 열흘 정도는 됩니다. 

오후 세시에 짝은 토필라 근처 해변에서 찍은 사진

정말 추울 때는 거의 영하 40도 아래로도 내려가는 한겨울의 날씨. 하지만, 건조하고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아 서울만큼 춥지는 않습니다. 서울은 공기가 차고 바람도 많이 불어서인지 영하가 아니라도 한기를 강하게 느끼지만, 핀란드의 겨울은 뭔가 커다란 냉동고에 들어간 느낌에 가깝습니다. 


한국과 다르지만, 새로운 방향의 교육

저는 건축 석사로 핀란드 유학을 다녀왔습니다. 핀란드에는 단 세 개의 건축대학이 있습니다. 헬싱키의 알토대학, 탐페레의 탐페레 대학, 그리고 오울루의 오울루 대학입니다. 오울루 건축 대학은 그중 가장 예술적인 커리큘럼을 가진 건축 대학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런 연유로 찾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핀란드의 교육 방향은 정말,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유럽 국가에서 온 친구들도 처음에는 이해를 못 할 정도였습니다. 학교는 모든 것이 가능하고 모든 것을 이해해 주며 모든 것을 응원해 주는 곳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오울루 건축대학의 구 건물(지금은 본교로 이동..) 대학원생 공간

본격적으로 핀란드 탐방을 하기에 앞서, 간단하게 몇 가지 이야기를 풀어보았습니다. 천천히 그리고 차분하게 제가 보낸 시간들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풀어서, 엮어볼 생각입니다. 문화, 생활, 인식, 사람, 교욱.. 미디어에서 많이 다루어진 만큼, 알려진 부분도 있지만, 생각과 다르거나 미디어에서 담지 못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천천히 나누겠습니다. 자, 다음엔 핀란드의 어떤 이야기가 듣고 싶으신가요? 시작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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