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WS EXPO 위주의 후기
AWS 서밋이 3년 만에 돌아왔다. 행사의 꽃은 역시 오프라인이고, 특히 최대 규모의 국내 IT 행사인 AWS 서밋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물론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온라인에서 AWS 서밋이 진행되기는 했다. 하지만 북적이는 기조연설, 현장감 있는 세션, 그리고 축제 같은 AWS EXPO가 생략된 온라인 서밋은 앙꼬 없는 찐빵처럼 심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AWS Summit Seoul 2023은 오프라인 행사를 고대해온 모두에게 반가운 소식이었을 것이다. AWS에게도, 참가자들에게도, 그리고 홍보의 장을 기다려온 스폰서사들에게도.
홍보 경력의 약 70%를 B2B IT 기업에서 쌓아온 내게 AWS 서밋은 그냥 행사가 아니라 업계 동향을 다방면으로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특히 AWS EXPO에 가면 IT 기업들의 주력 서비스를 손쉽게 파악하고 브로슈어를 털어올 수 있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기존에는 일반적인 전시회처럼 행사장 외부에 띄엄띄엄 부스를 배치했지만, 'EXPO'라는 형태를 갖추면서 집중도도 높아졌고 특유의 축제 분위기가 더 두드러진다.
서밋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AWS EXPO는 점점 더 통일성을 갖추는 느낌이다. 개별 기업의 개성을 누르고, 마치 AWS의 일부처럼 보이게 하는 모습이라고 볼 수도 있다. 행사의 주체는 AWS이니 당연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큰 비용을 들여 참가하는 스폰서사 입장에서는 아쉬울 법도 하다. 행사 기획과 운영 과정에서 심심찮게 잡음이 들려오기도 하나 사실상 AWS 서밋을 대체할 만한 행사가 없으니 '락인'을 감수하고서라도 꼬박꼬박 참가하게 되는 모양이다.
AWS가 서밋 스폰서십 참가비를 공개한 적은 없지만 2017년 디지털타임스의 기사를 통해 대략적인 비용이 보도된 바 있다. 마지막으로 확인된 내용은 2018년 AWS 서밋 참가비이다. 2018년 신설된 Exhibitor 등급 참가비는 3천 달러. 2x2m 면적의 작은 부스다. 최고 등급의 플래티넘 등급이 4만 달러. 세금이나 환율 등을 고려하면 약 4천 8백만 원에 이를 것으로 생각된다. 순수 참가비가 이 정도인데, 1만 명 이상의 참석자에 대응하는 이벤트와 경품을 준비하려면 총비용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표의 스폰서 수는 완전히 정확하지는 않고, AWS 서밋에 갔을 때 열 손가락 접어가며 일일이 세어본 숫자를 기준으로 했다. 이걸 굳이 기재한 이유는 스폰서십 총 비용이 얼마나 될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2023년의 스폰서 참가비가 2018년과 동일할 경우의 총 예상 비용을 계산해봤다. 플래티넘($40,000x8개사)+골드($35,000x14개사)+실버($20,000x8개사)+Exhibitor($3,000x30개사)=106만 달러. 원화로 환산하면 최소 12억 원 이상일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여기에 코엑스 대관료도 계산해보고 싶었으나 그건 실패했다. 대략 전시장(B홀, D홀)과 회의장(하모니볼룸, 그랜드볼룸, 아셈볼룸, 오디토리움) 정도만 봐도 B홀이랑 D홀이 4일에 2.1억 정도. 회의장 대관료는 비공개인데, 오디토리움은 엄청 옛날 자료긴 하지만 4일에 2천 2백만 원 정도? 모든 장소의 대관료를 합하면 이것보다는 훨씬 많겠지만 어찌 됐든 대관료 정도는 스폰서십 비용으로 커버하고도 남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약 60개의 스폰서사가 최소 12억 원 이상의 비용을 지불한 행사인 만큼 구경거리는 많다. 실버 등급까지만 포함되는 발표 세션도 물론 중요하지만, 각자의 공간에서 진행되는 별도의 세션이고 타깃 청중도 다르기 때문에 크게 경쟁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반면, 스폰서사도 참가자도 바글바글한 AWS EXPO에서의 부스 운영은 확실히 경쟁이다. 조금 더 눈에 띄고 모객에 성공하고 DB를 확보하기 위한 수많은 이벤트는 유쾌하면서도 처절하다. 4년 만의 오프라인 서밋이라 다들 이를 간 건지, 부스 뒤쪽의 가벽에 붙어 잠깐만 쉬고 있어도 맞은편 부스의 직원이 함박웃음을 띄고 다가와서는 이벤트를 안내하고 멋진 말솜씨로 네임택을 태깅해간다. 누가 봐도 MBTI가 'E'일 것 같은 분들의 미소에 함락되어 나도 모르게 개인정보를 여기저기 나눠주고 말았다. 사실 나는 그들의 잠재 고객이 아니었고 아니고 아닐 것이기 때문에 괜히 시간을 뺏고 불필요한 DB를 주는 것 같은 미안함이 있다. 하지만 이틀간의 이벤트를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거쳐 어렵게 준비했을지를 생각하면 부스 하나하나에 눈이 가고, 쓸모없는 개인정보라도 선뜻 내어주고 싶다.
네임택 태그나 설문 이벤트는 대부분 진행하고 있기에 비슷비슷하지만 그래서 더 쉽게 참여하게 된다. 워낙 인산인해라 경품이 특별히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캡슐 뽑기 등 가내수공업 느낌의 이벤트가 대세인 가운데, 메가존클라우드의 최신식 럭키드로우는 (다소 마카오스럽긴 하지만) 굉장히 모던한 느낌을 주는 데다가 회전율도 빨랐다. 에티버스는 30주년과 3주년을 각각 기념해 ‘3.33초’에 맞춰 버튼을 누르는 게임을 준비했다. 귀여우면서 효율적이고 의미도 챙기는 이벤트였다. 베스핀글로벌은 비슷한 이름의 배스킨라빈스와 협업했는데, 논리가 없는 듯하면서도 굉장히 기억에 잘 남는 마케팅이었다. 핑크색 티셔츠를 준비하는 센스도 좋았다. 스플렁크는 맥라렌과 협업해 맥라렌 레이싱 게임 체험을 운영하고 경품으로 레고 맥라렌 하이퍼카를 걸었다. 팝콘(시스코), 소프트아이스크림(기억 안 남), 캔커피(LG CNS) 등의 식음료는 AWS EXPO의 스테디셀러.
다소 아쉬웠던 건 NDS와 SK. NDS는 포토존에서 사진을 촬영한 후 SNS에서 인증샷을 올리고 필수 해시태그까지 해야 리유저블 백을 증정했는데 진입 장벽이 너무 높아 보였다. LG CNS 등은 네임택 태깅만으로 리유저블 백을 증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인증샷을 촬영하고 업로드까지 할 만한 유인이 부족했다. SK는 '추억의 뽑기' 이벤트를 준비했는데 여러 가지로 성의가 없어 보였다. 핸드폰 대리점 앞에 있을 만한 뽑기 판넬은 조악했고, 대학생 등 MZ세대도 많이 방문하는 AWS 서밋에서 종이 뽑기 이벤트를 하는 것도 의문스러웠다. 밀레니얼 세대인 나의 추억에도 그런 뽑기는 존재하지 않는데, 너무 올드하고 안일한 기획이 아니었을까.
나의 주 목적이었던 브로슈어 수집도 무사히 완료했다. 업무 참고차 어지간한 브로슈어는 다 챙겨왔는데, 8할 이상이 '설명충'이었던 가운데 협업툴 잔디의 브로슈어는 '심플 이즈 더 베스트'임을 증명했다. 메시지에 충실한 핵클의 브로슈어도 좋았고, 'HELPING YOU ADOPT CLOUD'라는 슬로건을 꾸준히 보여주는 베스핀글로벌의 뚝심도 멋졌다. 잠재고객들 보시라고 비치한 브로슈어일 텐데 죄송합니다. 그래도 이게 다 돌고 돌면서 구경하고 발전하고 그러는 거 아니겠어요.
이렇게 나의 AWS EXPO 구경 끝. 일부에서는 전문적 상담도 진행됐겠지만 AWS EXPO는 점점 더 경품 수집과 DB 털이의 공간으로 자리 잡는 듯하다. 물론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수 있겠지만, 작게는 3천 달러에서 최대 4만 달러 이상을 지불하는 스폰서사들에게는 이 주객전도가 청신호만은 아닐 것 같다. 물론 AWS코리아는 성공적 행사 모객을 통해 KPI를 달성했으리라 생각되지만, AWS 서밋이 AWS와 스폰서사 양쪽의 윈윈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좀 더 고민이 필요해보인다. 내년의 AWS EXPO는 어떤 모습일까. 개인적으로는 더 정신없는 도떼기시장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런 내 생각을 깨준다면 오히려 기쁠 것 같다.
참고한 자료
- [디지털타임스] 클라우드기업 '서밋' 참가비용 수천만원 부담, 국내 공신력 갖춘 행사 없어 '울며 겨자 먹기'
- [디지털타임스] 천정부지 오르는 아마존 행사 참가비… 파트너사 "부담 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