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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루캐리 May 17. 2023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의 향방

국내 클라우드 사업자의 생존은?

< 출처: AWS Summit Seoul 2023 >


얼마 전 진행된 AWS 서밋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세션은 공공 부문의 ‘클라우드 정책의 현재와 미래: 전문가 대담’이다. '친AWS'적인 내용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어젠다 상의 '순한 맛' 소개와 달리 발표 내용은 제법 노골적이고 매콤했다. 산업 경쟁력, 시장 활성화, 보안 등 다양한 논의가 있었지만 세션의 핵심은 결국 공공 클라우드 시장의 열쇠이자 자물쇠인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이다.


CSAP는 공공 클라우드용 보안인증 제도로 물리적 보안, 데이터 보호, 접근통제 등의 관련 항목을 만족해야 한다. 이 중 물리적 망 분리 등의 일부 요건은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CSP)에 진입 장벽으로 작용했다. 글로벌 CSP가 부재한 공공 영역에서 국내 CSP들은 시장 점유율 확대와 우위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치열하게 경쟁해왔다. 여전히 사업자 간 격차는 크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2022년 6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CSAP 개편 의사를 나타내며 CSAP라는 진입 장벽이 흔들릴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기존의 단일 인증과 달리, 데이터 민감도에 따라 서비스를 상·중·하로 나눠 등급제 인증을 시행하며 '하' 등급에 논리적 망 분리를 허용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르면 3분기 중 마무리한다던 CSAP 개편은 클라우드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며 결국 해를 넘겼고, 2023년 1월 31일 개정안이 공포됐다.


< 출처: 공정거래위원회 >


의견 수렴 과정에서 가장 크게 반발한 것은 서비스형 인프라(IaaS) 중심의 국내 대형 CSP다. 데이터 주권과 역차별 등을 주장하며 상·중·하 등급의 동시 시행을 요구했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CSP는 열세에 몰린 상황이다. 지난 연말 발표된 공정위의 클라우드 분야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 클라우드 시장에서 AWS의 점유율은 그나마 줄어들어 62.1%였다. 2위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점유율은 12%를 기록했고, 네이버 클라우드가 구글을 밀어내고 3위를 차지하며 체면치레를 했다.


AWS와 MS의 점유율을 합산하면 74%에 육박하는 실정에서 현실적으로 국내 CSP가 공략해야 하는, 공략할 수 있는 시장은 공공과 금융이다. 공공 영역은 CSAP로 인해 '로컬 경쟁'이 가능했다. 금융 영역의 경우, 코어 시스템의 클라우드 전환이라면 국산 CSP가 힘을 쓸 수 있다. 네이버 클라우드, KT클라우드, NHN 클라우드가 모두 공공과 금융을 외치는 이유다. 따라서 CSAP 개편은 가장 중요한 시장의 빗장이 풀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


< 출처: 미국 무역대표부  >


개편의 배경에는 통상 이슈도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AWS가 한국에 진출한 이듬해인 2017년, 무역장벽 연례보고서에서 한국 클라우드 시장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지난달 발표된 2022년 연례보고서는 CSAP에 대해 두 문단을 할애하며 '한국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서 미국 CSP의 핵심 장벽'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CSAP 요건을 'onerous(부담스러운)'라는 단어로 수식하며 'CSAP 요건 조율을 위해 한국과 지속 협의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게다가 CSAP 개정 이후에도 미국 상공회의소(USCC)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중 등급에 대한 논리적 망 분리 허용을 골자로 하는 공문을 전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공공 클라우드 시장을 둘러싼 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생존과 성장을 위한 국내 CSP의 발걸음이 더욱 바빠지는 이유다. 공공과 금융 외에 나타나는 공통점은 인공지능(AI)이다.


2017년 출범한 네이버 클라우드의 강점은 네이버, 라인 등 네이버 계열사의 서비스를 지원하며 확보한 IT 기술과 노하우다. 200개 이상의 상품 라인업은 국내 CSP 중 단연 독보적이다. 올 3분기 축구장 41개 크기의 제2 데이터센터 '각 세종'을 오픈하면 더욱 강력한 인프라로 클라우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된다. 다가오는 7월에는 오픈 AI의 최신 LLM(초거대 언어 모델)인 GPT-4에 대응하는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하고 네이버 서비스 전반에 적용할 예정이다. 한국어와 일본어에 특화된 하이퍼클로바X는 챗GPT 대비 한국어 데이터를 6,500배 더 많이 학습했다고 한다. GPT-4의 언어별 정확도가 한층 개선된 가운데 비영어권 시장에서 얼마나 차별점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22년 4월 분사한 KT클라우드는 그룹사의 경영 공백에도 불구하고 6천 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네트워크와 전국 13개 데이터센터를 바탕으로 안정적 인프라를 자랑하는 KT클라우드는 AI 인프라와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기반을 모두 갖춘 풀스택 AI 사업자로의 도약을 강조하고 있다. 종량제 GPU(그래픽처리장치) 서비스인 HAC(하이퍼스케일 AI 컴퓨팅) 고도화, NPU(신경망처리장치)와 PIM(지능형 반도체) 개발, AI 반도체 팜 규모 확대 등의 계획이 눈에 띈다.


KT클라우드와 같은 날 분사한 NHN 클라우드는 특히 그룹사의 핵심 사업인 게임, 결제, 커머스 등의 영역에 특화되어 있다. 각 산업에 특화된 버티컬 클라우드 전략을 가져가는 가운데 안면인식, 광학문자인식(OCR), AI 패션 등 일상과 밀접한 AI 기술을 서비스형 인공지능(AIaaS) 형태로 제공한다. 하반기에는 세계 10위권 규모의 광주 국가AI데이터센터가 개소할 예정이다.



참고한 자료

- [IT조선] 공공 클라우드 보안 더 완화하라고? 도 넘은 美 요구에 업계 '부글부글' (2023)

- 공정거래위원회 클라우드 분야 실태조사 결과 발표 보도참고자료 (2022) 

- 미국 무역대표부 '2022 National Trade Estimate Report on FOREIGN TRADE BARRIERS' (2022)

- 미국 무역대표부 '2017 National Trade Estimate Report on FOREIGN TRADE BARRIERS' (2017)

- 주한미국상공회의소 개최 '글로벌 디지털 무역협정에 관한 정책 세미나' 자료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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