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 AI PC 팝업 체험 A to Z, 그리고 느낀점
2주 전, 델에서 광고 SMS가 왔다. 언젠가의 컨퍼런스에서 경품에 눈이 멀어 델에 개인정보를 넘긴 이후 주기적으로 SMS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여상하게 읽고 넘기려 했다. 하지만 델의 팝업 체험존이라니. 델이? 성수동에? AI로? 팝업을? 구미가 당겨 바로 신청했고 첫날인 오늘 더위를 뚫고 성수동에 다녀왔다. 참고로 델 AI PC 팝업스토어는 에스팩토리에서 오늘부터 3일간 진행된다.
등록데스크에서 메일로 받은 QR코드를 스캔하고 명함을 제출한 후 체험존에 입장했다. 델의 AI PC 팝업존은 1) AI 사원증 촬영 2) AI 도슨트 영상 시청 3) AI PC 체험 후 설문 등 총 세 개의 체험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각 체험 진행 후 스탬프(스티커)를 받으면 럭키드로우 참여권을 받을 수 있었다.
중앙에는 델 AI PC 존이 있고, 바닥의 화살표와 직원들의 안내를 따라 체험이 진행됐다. 시간 슬롯별 예약제로 운영되어서 붐비지 않고 순조로운 체험이 가능했다.
첫 번째 체험은 AI 사원증 촬영. 거울을 비치해 두는 센스가 돋보였다. 이름과 핸드폰 번호를 입력하면 나만의 AI 사원증을 만들 수 있다. 역시 이런 유형의 체험은 거부감 없이 DB를 자진 납부하게 된다.
AI 캐릭터 체험에는 NHN의 생성형 AI 기술이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노트북이 아래에 있다 보니 사진이 예쁘게 나오긴 어려웠지만 어차피 AI가 만들어줄 거라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더위에 지친 나를 똘망똘망 파랑공주로 만들어줘서 만족스러웠다. 개떡같이 입력해도 찰떡같이 출력해 주는 게 AI지.
체험을 모두 마친 후 출구 방향의 별도 공간으로 이동하면 사원증을 수령할 수 있다. 좋은 동선이다.
두 번째 체험은 AI 도슨트 영상 시청. 'From AI to AI, AI 도슨트가 읽어주는 온디바이스 AI'라는 컨셉이었다. 일반적인 제품 소개 영상에 비해 몇 초 더 눈길이 가고, AI 도슨트는 제법 자연스러웠지만 크게 흥미가 가진 않았다. 영상에 집중할 만한 환경이 아니기도 했고, 이 영상 시연에 크게 의의를 둔 것 같지도 않았다. 게다가 제품 소개에 메타휴먼과 TTS를 적용했다는 정도의 느낌이라서, 도슨트라고 표현한 건 약간 무리가 아니었을까. 완성도보다는 활용성 혹은 적절성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두 가지 체험을 완료한 후에는 델의 다양한 제품을 자유롭게 둘러보면 된다. 이 동선에서 러쉬 매장 같은 분위기라면 상당히 부담스러웠을 텐데 다행히 각자 알아서 관람하는 차분한 분위기였다. 정확한 DB 확보를 위한 여러 가지 장치가 있었기에, 그리고 PC가 충동 구매할 만한 제품군도 아니기에 가능하겠지. 참고로 체험존에서 델의 제품을 구입할 경우 프로모션이 있었다.
가장 인기가 많은 건 델의 게이밍 PC 브랜드인 에일리언웨어 체험이었다. 대기줄이 긴 건 아니지만 제품 특성상 체험 시간이 길어 조금 기다려야 했다.
마지막으로 설문을 완료하면 모든 체험 끝. 특별히 길거나 복잡한 설문은 아니었고 DB 확인 차원인 것 같다. 네이버 QR코드 서비스를 이용했길래 아 사람 사는 거 다 비슷하구나 생각했다.
체험을 마치고 나오면 이런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놀이공원에서 놀이기구 타고 나오면 관련 기념품 샵으로 바로 연결되는 것과 비슷했다.
북적이는 이유의 8할은 케이터링. 한두 가지만 준비한 게 아니라 원하는 종류를 고를 수 있었다. 빵은 근처의 오우드 베이커리에서 공수했다. 얼핏 봐도 단가가 꽤 될 것 같다. 사실 좀 부러웠다. 나도 이런 케이터링하고 싶었는데.
테이블이 만석이라서 안에서 먹지는 못했다. 이렇게 케이터링과 휴식 공간을 함께 배치해 놓으니 관람객들이 좀 더 머무르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네트워킹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여러 가지로 섬세하게 신경 쓴 티가 많이 난다.
체험존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만든 AI 사원증도 발급받을 수 있다. 실물로 발급받고 사진도 다운로드하고. 사실 그냥 사진만 인화해 줘도 되는데 사원증이라는 컨셉을 잡아서 명찰에 넣어주는 것도 은은하게 귀여운 아이디어다.
그리고 내가 늘 하고 싶었지만 늘 반대에 부딪혀 실행하지 못했던 포토존.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포토월도 귀엽고 조명도 두 개나 있어서 본격적이다. 포토월을 역광으로 대충 세워놓는 행사와 비교하면 사진을 찍는다는 목적에 100% 부합하고 당연히 사진이 잘 나온다. 파란색 옷까지 입었으면 인간델 물아일체 델아일체 실현인데.
마지막으로 뽑기 돌려서 기념품까지 받으면 체험 완료.
자리가 없어서 들고 온 케이터링 박스, 그리고 다양한 기념품들. 제일 유용한 건 보조배터리, 제일 귀여운 건 열쇠고리였다. 유용한 것도 좋지만 역시 귀여운 게 최강이다. 뜯자마자 열쇠에 달았다.
텀블러, 칫솔세트, 충전기, 보조배터리 등 기념품의 질이 좋아서 이것 또한 부러웠다. 아니, 칫솔 세트라기에 페리오 세트를 상상했는데 이렇게 고급스러울 일이야? 행사 예산이 도대체 얼마였을까. KPI는 얼마로 잡았을까. 궁금하다 궁금해.
이렇게 델 AI PC 팝업 체험을 마쳤다. 예산도 공수도 많이 투입했으며, 정교하게 기획해 매끄럽게 운영되는 이벤트라는 걸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와 별개로 이 공간이 AI PC 체험을 위한 공간이라는 점은 아주 크게 와닿지 않았다. 'AI x PC'보다는 'AI + PC'에 가까웠다. 델은 왜 AI PC 팝업을 기획했을까?
개인적으로는 이번 팝업이 델의 현재보다는 미래를 보여준다는 인상이었다. AI에 빠르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대응해 다음 시대에도 선두를 달리겠다는 의지, 온디바이스 AI를 향한 야심 같은 것들. 세일즈보다는 브랜딩과 마케팅 차원에서 이러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팝업을 기획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를 계기로 새로운 파트너사와의 협업 기회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고.
더불어 마케팅 관점에서는 DB 수집의 정확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도 돋보였다. 1) 팝업존 체험을 신청할 때, 2) 입장할 때(명함 제출), 3) 설문에 응답할 때, 4) AI 사원증을 수령할 때. 총 네 번에 걸쳐 간단한 개인정보를 입력했는데 거의 이름/핸드폰 번호/메일 주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행사 진행 후 DB를 확인하면 부정확하거나 무성의한 응답이 많은데, 델은 문항을 줄이고 연락처에만 집중해 여러 번에 걸쳐 수집한 DB를 크로스체크하는 방향을 선택했지 싶다. 여러 가지로 벤치마킹할 것이 많은 행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