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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익명 Mar 24. 2021

냉장고를 부탁해 1

밀리 요리 일기-먹어 치우기 편

하루에 한 번 요리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후 요리를 하고 먹어서 없애는 것도 중요한 일이 되었다. 한번 먹으면 끝나는 게 아니라 반찬 같은 경우에는 냉장고에 쌓인다. 쓰고 남은 식재료도 쌓인다. 또 새로운 식재료를 사서 요리를 하면 냉장고가 가득 찰 테니 얼른얼른 먹어서 치워야 한다.  전에 만든 부추 겉절이, 쓰지 않은  레몬, 딸기잼이 아직 냉장고에 있다. 부추 겉절이는 그냥 반찬으로 먹기엔 손이 잘 안 간다. 나 혼자서 한 번에 다 먹고 끝낼 수 도 없어서, 그래서 삼겹살을 샀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고기를 굽고 그 위에 겉절이를 올려서 젓가락으로 집어 한입 가득 먹었다.

 그리고 가족에게도 고기를 구워서 꼭 겉절이에 같이 먹으라고, 안 그럴 거면 먹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렇게 먹고도 겉절이가 남았지만 오빠도 삼겹살이 있어 다음날에 부추 반찬을 다 먹을 수 있었다.

레몬은 욕심이 나서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마음에 무엇을 해먹을지 검색을 많이 했었다. 레몬 소금, 레몬청, 레몬 마들렌, 연어스테이크와 레몬소스, 레몬 버터 파스타 등등..

연어스테이크와 레몬소스를 해 먹어보고 싶었지만 이미 배꼽보다 큰 배를 먹은 지라 있는 재료에서 소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정한 음식이 버터레몬 파스타다. 버터레몬 파스타는 예전에 유튜버가 맛있게 해 먹는 영상을 보고, 존맛이라는 댓글이 줄줄이 이어진 것을 보고 기대와 궁금증에 만들어본 요리였다.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도 다 맛있다고 그러는데 다시 한번 만들어봐야지 싶어  만들게 되었다. 마늘을 볶고 면과 면수를 넣어 볶고 그 위에 노른자와, 버터, 레몬즙을 뿌려서 먹으면 된다. 한입 딱 넣자마자 기억이 났다. 마요네즈 맛. 그때 마요네즈 맛이 났었다. 마요네즈를 만드는 재료(원리)가 식초와 오일, 에 물과 기름이 잘 섞일 수 있도록 해주는 계란 노른자(레시틴)를 이용해 만든다. 재료가 비슷하니 맛도 비슷할 수밖에. 아 그렇다고 이번에도 마요네즈 맛이 났다는 건 아니다. 말로 설명하기엔 어렵지만 먹을만했는데 이게 맛있는 맛인지 잘 모르겠는 거다. 젓가락은 계속 면을 집고 입은 흡입을 하는데 유튜버가 음미하면서 먹을 만큼 황홀한 맛 까진 아닌데 "너무 맛있어요ㅠㅠ"라고 댓글로  울던 사람들이 떠올랐다.  내가 잘못 만든 건 아닌 것 같은데 식재료의 차이일지, 내 입맛이 높은 건지, 아니면 정말 잘못 만든 건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음식이었다. 아마 이 궁금증을 해결하려 여러 번 해 먹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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