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식품 산업에서 2013년 당시의 홈쇼핑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을 시작하는 시기였다. 세상의 모든 비지니스가 성장과 긴축을 반복하겠지만, 특히 당시 홈쇼핑 카테고리 중 건강식품 분야는 연신 최고의 실적을 갈아치우며 고공 행진을 하던 시기였다.
물론 2013년 슈퍼푸드 호황기가 시작되기 전에도 홈쇼핑을 통한 건강식품 판매는 꾸준히 성장을 지속해왔다. 홈쇼핑 유통만을 전문적으로 진행하는 '벤더' 업체가 있었고, 이들은 홈쇼핑 채널을 중심으로 전자제품, 신선식품, 의류 및 화장품 등 카테고리를 가리지 않았다. 그 중 건강식품 사업은 수익성이 좋았고, 그래서 방송시간대도 프라임 타임에 해당하는 오전 9시~10시, 오후 10~11시에 주로 편성되었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형태의 홈쇼핑 진행과정은 어떨까? 공식적인 루트는 홈쇼핑 채널 홈페이지를 통해 아이템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제품 설명서를 기본으로, 구성 및 판매가격 등 완성도 높은 판매 전략을 함께 제안해야 한다. 경쟁사 및 시장에 대한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론 이러한 공식 루트는 전국의 수 많은 유통사들이 셀수도 없는 제안을 하는곳이기 때문에, 선정되기까지는 많은 기다림을 필요로한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수차례 반복적으로 제안하면서, 제안의 수준을 지속적으로 높여가는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본인이 판매하려는 제품이 이미 홈쇼핑 채널중에서 판매된 적 있다면, 선정될 확율은 매우 낮다. 그 이유는 예상외로 간단한데, 홈쇼핑 시스템에서는 수년간의 누적된 상세한 매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매출이 뻔한 제품들은 선정하지 않는다. 심지어 타 방송사 판매실적도 훤히 알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 홈쇼핑사에는 과거부터 오랜기간 협력하며 호흡을 맞춰 온 공급업체가 이미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담당 MD의 입장에서도 일처리 면에서 효과적인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고자 한다. 담당자에게 신규 업체를 처음부터 가르쳐가며 진행하는것은 매우 힘든일이다.
혹시라도 운 좋게 상품이 채택된다 하더라도, 다음 관문은 홈쇼핑사 내부에서 진행하는 객관적인 평가과정이다. 흔히 ‘상품선정 위원회’ 라고하는 공식적인 검토 과정인데, 해당 발표회에서는 판매업체가 제품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 뒤, 홈쇼핑 관계자로부터 다양한 질문을 받고 사업성을 점검 받는다. 내가 홈쇼핑 부하 직원도 아닌데, 홈쇼핑사 상무님, 전무님이 질문하면 왜그리 떨리는지, 발표해본 사람은 잘 알거다.
단, 운 좋게도 매우 인기있는 품목 이라면 해당 검토 과정이 생략되기도 한다. 홈쇼핑사 입장에서도 타사 홈쇼핑에서 이미 크게 히트한 제품은 빠르게 따라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홈쇼핑의 주요 고객층과, 방송에서 풀어내는 포멧이 매우 비슷하다보니, 경쟁 홈쇼핑사에서 잘 된 제품은 다른 홈쇼핑사들에서도 잘 될 확율이 매우 놓다.
삼바존 아사이베리 역시, 앞 서 방송한 타사 제품이 큰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에, 품평회를 약식으로하여 방송을 승인 받을 수 있었다. 당시 경쟁사의 A 아사이베리는 원료를 미국에서 벌크 형태로 들여와 국내에서 소분한 자체 브랜드 상품이었으나, 삼바존 아사이베리의 경우 이미 미국 시장 1등 아사이베리 제품으로서 객관적인 경쟁력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경쟁사에서 이미 한시간에 3억 수준의 대박을 터뜨렸기 때문에, 삼바존 아사이베리의 경우 그 이상을 기대할 수 있었다.
홈쇼핑의 사업성 판단에 있어서 가장 우선시되는것은 가격 경쟁력이다. 방송에서 몇개의 수량을 세트로 묶어, 얼마에 제공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홈쇼핑 수수료의 경우 기본 방송 정액료 및 판매 수량에 따른 정율 수수료를 동시적용하는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매출이 클 수록 홈쇼핑사의 수익도 높아진다.
당시만하더라도 건강식품 카테고리의 홈쇼핑 수수료는 35~45% 수준이었다. 방송시간대와 누적 거래 기록에 따라 차등된다. 홈쇼핑사의 요청으로 진행되는 경우라면 협의를 통해 낮게 책정할 수 있겠으나, 판매사에서 홈쇼핑사를 설득하여 진행하는것이라면 낮추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홈쇼핑에서 판매되는 수량은 기본적으로 3000세트에서 5000세트 수준이다. 이는 홈쇼핑 방송 시간대별로 목표 매출이 있기 때문에, 총 매출 목표액에 따라 수량이 책정된다.
삼바존 아사이베리의 경우 최초 판매구성을 6개들이 6개월분으로 하고 가격은 198,000원으로 설정하였다. 홈쇼핑은 동일 상품을 자주 선보이는 것이 아니므로, 최대한 많은 수량을 한번에 판매하는것이 주효한 전략이기 때문에 책정된 구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삼바존 아사이베리 분말 제품의 온라인 판매수량에 비하면, 홈쇼핑사에서 요구하는 준비수량은 대단한 양이었으므로, 실로 엄청난 자금을 준비해야했다. 한번에 목돈이 들어가는 것이다. 당시 우리 회사가 감당하기에는 큰 부담이 따르는 규모였다.
판매 구성과 가격 그리고 초도 준비수량까지 해결했다면, 그 다음과정 부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제품의 품질에 대한 QC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검사와 검증을 통화하면 되는것이었는데, 삼바존 아사이베리는 이미 미국 내 시장은 물론 전세계로 수출되는 제품이었으므로, 제품 검증과 관련된 많은 자료들을 준비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뿐만 아니라, 삼바존은 마케팅에 필요한 브랜드 콘텐츠도 굉장히 풍부했다. 이미 마케팅팀에서 상당량의 자료를 보유하고 있었으므로, 홈쇼핑 영상에 녹일 수 있는 내용들이 많았다. 그래서 미국과 브라질의 이국적인 브랜드 콘텐츠가 타사 제품들과 월등히 차별화 될 수 있었다.
또한 홈쇼핑은 모든 재고를 방송전에 홈쇼핑사 물류센터에 입고해야 한다. 이는 재고없이 방송을 했다가는 대형 품절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입고하는 과정에서 랜덤으로 제품을 검수한다. 대기업의 유통 시스템 답게 모든 면에서 철저하고 빈틈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을 준비하다보면 하다못해 제품 라벨이 잘못 인쇄된 오타라든가, 서류상의 오류 등 홈쇼핑사 품질팀에서 워낙 샅샅이 따저주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제품과 회사 전반에 걸처 검증받고 보완 과정을 거치게 된다. 회사의 신용평가를 받는것은 물론이다.
결과적으로 이는 회사와 브랜드의 성장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경험이 된다. 부족한 요소가 있다면 즉시 지적당하므로 추후에 보완하여 개선된다. 믿을 수 있는 품질이야말로, 소비자가 홈쇼핑 제품을 선호하는 이유기도 하고, 유통사가 홈쇼핑 판매 실적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나 역시 수년간 홈쇼핑을 진행하면서 대규모 식품 유통 시스템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수 많은 고객들의 다양한 질문에 대응하기 위해서, 모든 과정에 대해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고, 최초 제안부터 방송까지 약 10여차례의 미팅에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요구된다. 그렇게 약 3개월의 과정에서 예정된 첫 방송일은 점점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