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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문 Feb 04. 2023

나와 타인을 인정하고 격려하는 연습에 대한 기록

주간 칭찬 일기 모임 회고


지금 팀에 합류한지 벌써 5개월 차에 접어들고 있다. 그 사이 빠듯하게 세 개의 계절이 지나갔고 업무는 반은 안정궤도, 반은 여전한 소용돌이 속에서 어지럽게 흘러가고 있다.

초반엔 두 자리 수 규모의 팀이 낯설기도 했고, 이런 업무 접점이 없는 팀원들도 많다 보니 조직에 어떻게 적응해야 할까 하는 고민도 컸는데 다행히 '주간 칭찬 일기 모임' 에 초대 받은 덕에 제법 빨리 적응했던 것 같다. 중간 합류했던 1기, 그리고 짧은 기간이나마 처음부터 끝까지 완주했던 2기의 시간을 꼽아 보니 11주에 달한다.


기본 룰은 각자 한 주의 끝에 일주일을 돌아보며 스스로를 칭찬하는 주기(週記)를 작성하는 것.
그리고 동료의 칭찬 주기를 읽은 뒤 타인에 대한 칭찬 또한 아끼지 않고 격려한다.


처음 모임에 초대 받고 룰을 들었을 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잘한다 잘한다' 하는 긍정적 강화는 누구에게나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과 함께 수년 전 다른 팀으로 트랜스퍼 하기 전에도 "우리 팀은 퍼포먼스에 비해서 서로서로 칭찬이 너무 박한 거 같아요." 라는 의견이 많았으니 이 또한 어느 정도 해결되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참여를 결정했다. 조금 더 속내를 드러내보자면 나처럼 '칭찬'하는 행위 자체가 익숙하지 않고 타인에게 시선을 잘 못 두는 편인 사람에겐 참 좋은 습관을 만들어 주는 시작이란 생각도 들었고. 조직 분위기 적응, 동료 개개인 파악, 그리고 나 자신의 변화에 대한 기대까지 컸으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주기를 쓰는 내내 나는 내 속에 고인 생각과 말을 날 것으로 꺼내 놓지 못해 안달이었다. 내내 긍정적인 기세가 넘쳐서 오만 것을 다 칭찬한 주도 있었고, 자책할 것만 줄줄이 생각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칭찬해줘야만 하는 티끌을 골라내는 데에 안간힘을 쓴 주도 있었다. 나는 때때로 나에게 지나치게 관대했고, 또 때때로 나에게 지독하리만치 가혹했다.

그럼에도 좋았던 것은 내 시간을 돌아보고, 그 안에 스치고 고인 내 생각과 감정을 곱씹어 보며 오롯이 칭찬만 혹은 채찍질만 하고 넘어가진 않을 수 있었단 거다. 나에 대한 긍정이 넘칠 땐 그 여유로 동료의 한 주를 살피고 칭찬했고, 나에 대한 부정으로 땅굴을 팔 때는 그래도 괜찮아 다음주엔 더 나아질 거야-하고 마음에 밴드를 붙이고 동료들의 '좋아요' 하나, 위로와 칭찬의 댓글 하나에 또 에너지를 충전했다.


그렇게 11주의 중간, 칭찬 일기 모임 1기가 끝난 시점에 가졌던 마무리 회고를 떠올려 본다.



1. 그동안 주로 어떤 상황들을 칭찬했나요? 3개의 키워드로 정리해 보세요.

- 적응

내게 가장 중요했던 아젠다. 이전에 있었던 팀이라고는 하지만, 다들 변한 게 없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나에겐 전과 결코 같을 수 없고 새롭게 만난 동료들도 많아서 적응이 필요했다. 그 과정에서 주간 칭찬일기를 함께 한 동료들이 있어서 좀 더 빠르게 친밀감을 쌓을 수 있었던 것 같다.

- 요가

거의 1.5주에 한 번 가긴 하지만 한 번 가면 100분간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고강도로 수련을 하고 왔기 때문에. 다녀오면 꼭 스스로 칭찬을 해줬다. 스스로 칭찬을 해주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라는 감각 때문에라도 덜 게을리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주기가 좋은 감시관(?)이 됐다.

- 절주

반주하는 습관이 든 게 지금 팀에 처음 들어와서였는데(다른 팀에 다녀오기 전의 일), 시간이 꽤 흐른 지금 다시 이 팀으로 돌아와서 보니 이젠 일이 고된만큼 술을 덜 마셔야 버틸 수가 있더라. 아무래도 몸이 나이 든 탓이겠지만... 그래도 많이 줄인 건 좋은 변화니까 나를 칭찬했다.


2. 자신의 주간 칭찬일기를 한 문장으로 요약해 보세요.

- ...나는 나한테 너무 관대한 인간이다...!


3. 주간 칭찬일기를 하며 좋았던 점 1가지를 꼽는다면?

- 동료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어떤 생각과 고민을 했는지 엿볼 수 있다는 게 가장 좋았다.


4. 주간 칭찬일기를 어떤 분에게 추천하고 싶나요?

- 삶의 시간을 잠시라도 멈추고 돌아보고 싶은 사람

- 재택 근무 비율이 높은 1인 가구

- 은근히 고독사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 사람


5. 1기를 종료하는 한 마디

- 둘러보니 다들 셀프 칭찬을 많이 어려워했던 것 같다. 그에 비해 역시 나는 나에게 너무 관대하다...!

- 1기에는 중간 합류를 했다 보니 어색하기도 하고, 스스로의 주기를 쓰는 일에도 좀 급급한 편이었다. 2기가 있다면 그땐 타인에 대한 관심과 칭찬에 더 노력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 이런 생각이 들게 해준 경험이 정말정말 감사하고 좋았다.






그리고 어쩌면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들춰봐도 좋을 것 같은 주기의 일부를 발췌해두며.


2022년 10월 X주

이번 주 요가 수련은 불참자가 있어서 춘희 선생님이랑 차도 마시고 1:1로 수업 했다. 차 마시는 동안 선생님이 이것 저것 물어보셨는데 명상의 어려움에 대해 토로하니까 "그런 생각을 하는 스스로가 싫어질 땐 그 생각에서 몇 발짝 떨어져서 바라봐요. 그렇게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연습을 하면 많은 게 해결되기도 하고 실마리가 좀 찾아지기도 하더라구요." 라고 하셨다. 예전에 같이 일하던 그렌이 회의실에서 다같이 얼굴 붉히고 나오는 날이면 '소중하지 않다. 덜 소중하다.' 하고 스스로 다독인다고 했던 얘기도 문득 생각났다.그렇게 거리를 두고, 지독하게 소중한 나와, 나의 생각, 나의 감정과도 조금 더 거리를 두고 생각하다 보면 나쁜 건 왜 나쁜지 좀 더 알게 되고, 좋은 건 좀 더 예뻐해주고 칭찬해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내가 나를 조금 더 건강하게 잘 키울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갖고. 일단 이런 마음을 먹어봤으니까 칭찬부터 냅다 해봐야지. (시작은 반이잖유.)

예전에 누가 "나이 들면 크게 아프지도 않아. 계속 골골거리기만 하지." 했었는데 이게 반복되면 그냥 컨디션이 안 좋은 건지 진짜 아픈 건지 좀 긴가민가해진다. 그래도 이쯤 연식이 쌓이면 "애매하게 안 좋을 땐 정신력! 어차피 수발 들 건 나다!" 하는 마인드 컨트롤, 그간 경험치로 쌓은 민간 요법들 이것저것 시도할 줄 알아서 어제도 올랑말랑 올랑말랑 하는 것들을 잘 떨쳐냈다. 내 몸 칭찬하고, 올 겨울 독감과 코로나 재감염 잘 피해보자. 화이팅.
2022년 10월 X주

사실 이번 주 어떻게 지나갔는지 흐릿하고 잘 기억도 안 난다. 하나 기억 나는 건 주말부터 영 기분이 안 좋은 거 같아! 하면 일단 밖에서 왕창 걷고 돌아다닌 거. 일요일에는 볕 좋은 마로니에 공원에 앉아서 일광욕도 길게 했다. 밤에 걷는 것도 충분히 좋긴 한데 역시 햇빛을 쬐니까 참 좋더라. 해가 점점 더 짧아지고 있지만 그래도 틈틈이 햇빛 쬐고 기분 전환용 산책 자주 다니기로.
2022년 11월 X주

올 겨울 건강 목표로 잡은 것이
  1. 열흘에 한 번은 요가 수련 가기
  2. 독감 피하기
  3. 코로나 재감염 피하기
몸이 건강하고 깨깟해야 머리도 좀 더 맑아지고 마음에 여력도 생겨서 회사에서도 좀 더 참을성이 생긴다.
일단 독감 예방주사 뽀개고 온 나 칭찬.
2022년 11월 X주

'할 수 있다! 해야 하니까!'
요즘 살짝 체력 딸리고 정신 없어서 자꾸 곱씹게 되는 표현이다.
예전엔 좀 자조적으로 포기의 농도 60% 로 썼었는데 요즘은 '까짓 거 해버리죠, 뭐!' 의 느낌을 더 가미해서 쓴다. 긍정적인 건지 광기인 건지 좀 헷갈릴 때가 있는데 나쁘지 않은 거 같다. (마일로한테 이 얘길 했을 땐 화면 너머에서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약간 후자를 의심하는 기색이긴 했다.)
누가 너어어어무 자존감 떨어지고 사는 게 힘들고 스트레스 투성이고 축축 늘어질 때 그의 지인이 조언해준 방법이, '아침에 눈 뜨자마자 "나는 짱이다" 를 세 번 크게 외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라' 였다고 했었는데 다음 주부턴 그것도 병행해야겠다.
매일 아침 소리 내어 하는 셀프 칭찬으로 힘 더 내야지.
2022년 12월 X주

이발을 했다. 거의 허리까지 오던 길이를 2/3 정도 잘라냈다. 머리카락이 짐스럽게 느껴지는 시기가 한 2년에 한 번씩은 찾아오는 것 같다. 부쩍 날도 춥고 하니 샤워 시간도 줄일 겸 마음 먹었을 때 잘랐다. 자르고 나니까 그때부터 기온도 훅훅 떨어지고, 내 체력도 훅훅 떨어지고 있는데... 삼손의 머리카락 같은 거였을까.
지난 주부터 슬슬 땡겨다 쓴 체력이 이번 주 초가 되니까 똑 떨어졌다. 기운 없고 축축 늘어지니까 머리도 안 굴러가 말도 잘 안 나와 재밌는 걸 봐도 재밌는 줄을 몰라. 집에 와선 마스크조차 못 벗고 거실 바닥에 앉아서 한참을 멍하니 있곤 했다. 그럴 때 해야 하는 게 '오늘의 운세' 보기인데 그 생각도 안 들었다.(운세 핑계라도 대면 좀 나은데!) 무의식 중에 타인의 말과 행동, 내가 처한 상황을 과도하게 해석하고 부정적으로 움츠러들 때마다 '오~ 나 되게 별로야' 하고 허벅지도 몇 번 꼬집었다. 좋을 때는 눈치 없이 아방방하게 '어떻게든 되겠지~' 하면서 안 좋을 땐 쓸데 없이 스스로 부정적인 걸 퍼먹게 된다.
한 번 끊어줘야 할 것 같아 급 휴가 내고 겨울잠도 자고 산책도 멀리 다녀와볼까 고민하다 일정표 살핀 뒤엔 포기했고. (포기할 수 있을 정도면, 덜 힘들었던 걸 거야! 하구 또 생각해봄.)

그래도 한 주가 또 어찌저찌 끝나간다. 못되게 굴 것 같은 스스로를 붙잡아 두는 힘도 전보단 쪼오끔 늘었고, 어디가 문제적으로 아프지도 않았다. 예정했던 것들도 (만족스럽진 않지만) 거의 마무리 지었고, 이어서 무엇을 해나가야 할 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게 그리 싫거나 부담스럽지도 않다. 이 정도면 이번 주는 된 것 같다. 나 고생해쏘. 칭찬혀.
2022년 12월 X주

생일을 보냈다.
물리적으로 가족들 품 떠나 살기 시작한 후로 생일에 대한 감상은 괜히 좀 서럽고 외롭고 그런 쪽이 더 커서 생일 아닌 척 하고 보냈었다. 엄마, 아빠가 날 낳은 나이가 된 해부터는 날 무사히 낳고 길러준 가족들에 대한 감사함과 애틋함을 되새기는 날로 보냈고. 그리고 코로나 유행 시작 후로는 크게 앓지 않고 건강하게 1년 또 잘 보냈네~하고 스스로를 칭찬하는 날이 됐다. 그래서, 올해 생일날에도 "내년에도 무탈하고 건강해야지!" 다짐.
당일에 "생일인데 휴가 안 내요?" "약속 없어?" 묻는 말엔 굳이 생일이라고 의미부여하고 특별한 무언가를 도모했다 실망하고 싶지 않아서, 꼭 생일이 아니어도 요즘은 많은 날이 소소하게 특별하다- 라고 답했다. ...하지만 오후에 괜히 빠른 퇴근을 하고 싶긴 했어... 마음처럼 되진 않았지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제법 건강한 나!> 를 칭찬하면서 혼자 조용히 보내는 날임에도 이 독거인 집까지 마음 써서 축하해주고 챙겨주는 사람들이 있는 게 올해도 참 감사했다. 며칠을 나눠 받는 선물 택배들을 뜯다 보면 이 친구가 나랑 어떤 추억과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는지가 은은하게 읽혀서 또 되게 재밌었다. 앞으로 제가 더 잘할게요옹- 하고 생각.
2022년 12월 X주

"나는 말이 너무 많아요. 이런 날 누가 좋아하겠어요."
-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 중 '헥터'의 대사

최근 들어 더 자주 생각나는 대사다.
낯설고 다정한 사람들을 마주하면 어쩔 줄 몰라서 내가 내가 아니게 된다. 쓸데없이 말이 많아지고 나 답지 않은 모습이 내 것인 척 뚝딱거린다. 이게 사교성 부족한 사람들이 많이 갖고 있는 면 중 하나인 것 같더라. 귀가해서, 또는 며칠 내내 시시때때로 떠올리고 곱씹으며 스스로를 탓한다는 것까지.
파트 플레이샵 때도 내내 내가 나를 더 어색하게 느끼고 어쩔 줄 몰랐는데, 밤에 이어진 입사 동기 몇 모인 자리에서도 좀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었던 게 자꾸자꾸 생각난다.
하지만? 오늘 좀 다르게 생각함. 이런 게 계속 반복되면 내가 내가 아닌 것이 아니라, 이건 그냥 나인겨... 그리고 이런 나를 좀 탓하고 아쉬워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나라서 나는 이런 나를 데리고 끌어 안고 살아야 한다는 걸 인정하고...
는 난 그냥 이런 사람이다- 하고 나를 쬐끔 더 알게 됐군. 인정도 했고. 이런 식으로 자꾸 자기위안 하고 셀프 칭찬 하니까 초연한 것 같다 하는 소리를 듣나 보다. 사실은 포기와 타협인데...!

그나저나 어제 수년간 궁금했던 joy랑 얘기 나눌 시간이 많아서 되게 좋았다. 히히.
2022년 12월 X주

이번 주에 이르러서는 '오~ 나야말로 이런 내가 되게 별론걸~' 하는 순간도 몇 차례 있고 비교적 덜 웃었는데, 12월치 칭찬일기를 보니까 어째 12월 내내 이런 것 같다...?! 점점 더 안 좋아진다...?!!! 어째서?!!!!!! (별안간 지금 일기의 효능 같은 걸 다시 한 번 실감하는 중)
이럴 때는 날씨 탓을 해봐야 한다. 너무 추워서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힘들고 몸도 움츠러들고 외출을 거의 안 하니까 이럴 수 밖에 없는 거라고. 그러니까 기온이 올라가거나, 추위를 견디고 조금 더 움직이면 괜찮아질 거라고.
(...)
연말 연초에 잡혀있는 술 약속이 여럿이다. 1월 중순부턴 보러 다닐 공연도 있다. 너무 설렌다. 낡을수록 설렐 일도 줄어드니까 이런 거 너무 좋아.
언젠가 이런 약빨까지 떨어질 땐 카일이 술이 익을 때까지 기다리는 설렘이 대단하다고 했으니까 그거 해봐야지.
2022년 12월 X주

(회사 밖에서) 전보다 좋은 감정과 생각을 더 표현하고 행동으로 옮기려고 노력했다. 그 영향인지 새로운 친구를 셋 정도 사귀었고, 둘은 서로 챙겨서 자주 시간을 보내며 꽤 가까워졌다. 가까운데도 올해 잘 못 봤던 친구들은 연초에는 꼭 연락해서 약속 잡아야지 생각.
...내년엔 회사에서도 좀 더 노력해야지ㅋㅋㅋㅋㅋ

내년에는 회사에서도 개인으로서도 좀 더 완성과 결과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
물론 그렇지 않더라도 그저 재밌게 즐거운 삶의 시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면 그 또한 충분히 의미 있을 거고. 헤헤.

요즘 들어 일과 관련해서 종종 생각나는 코멘트 세 가지가 있다.
어느 개발자분이 내게 정신 차리란 의미로 기획자의 역할에 대해 해줬던 코멘트랑,
어느 리더분이 PM에게 기대하는 소양에 대해 해줬던 코멘트랑,
그리고 예에에전에 션이 1on1 때 해줬던 걱정 비스무리한 코멘트랑.
일하는 나에 대해 내가 만족 못 하는 시기라 자꾸 생각나는 듯.
그래도 나침반 비슷한 걸 잃지 않고 있으니까 앞으론 좀 더 잘 할 수 있겠지? (그러엄~)




주기 모임이 끝난 뒤로는 낯선 친구로부터 선물 받은 다이어리 노트에 손으로 매일을 조금씩 기록하고 있다. 매년 '다이어리 써봤자 1월의 2주도 못 넘긴다!' 의 반복된 실패와 구제불능 악필이 나를 가로 막으며 "나무야 미안해, 지구야 미안해"를 복창하게 했었는데. 올해는 11주의 주기 쓰기가 내게 용기를 줬다.


흘러가는 매일의 속도를 어설프게나마 붙잡아 본다.

좋았던 것들, 먼 훗날 다시 돌아보면 또 다르게 보일 것들에 대한 기대와 설렘, 위안을 담아.




며칠 전 2기 모임의 개근상을 탔다.

이번 주는 업무적으로 과부하가 걸려 머리도 아프고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친 한 주였는데 들여다 보고 있으니 또 위안이 된다.


2기 종료 후 잊혀질 뻔한 습관을 다시 되살려야지.

앞으로도 잘 지낼 수 있도록.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 그리고 삶의 많은 것들을 따뜻하게 긍정하고 사랑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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