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 엄마가 항상 입에서 쉽게 뱉을 수 있도록 연습하라고 일러 주었던 두 가지입니다.
사실 감사하다는 말은 미안하다는 말보다 훨씬 쉽게 튀어나옵니다. 누군가에게 감사함을 표현할 때에는 스스로가 긍정적인 감정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지요. 생글생글 웃으면서 고맙다고 몇 번이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반면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보다어렵습니다. 이런 말을 뱉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이미 실망이나 죄책감, 분노 혹은 짜증이 들어서 있는 상태일 테니까요.
객관적으로 본인이 잘못한 상황에서는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타인과 다투거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 먼저 부정적인 감정들을 뒤로 보내고 사과를 건네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특히 저는 남에게 지는 것을 싫어하는 호승심이 다소 있는 편이라서 그랬는지 몰라도, 먼저 사과하는 것이 어려웠던 적이 더러 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온갖 화나는 감정과 부정적 생각들을 꾹꾹 억누르고 어떻게든 몰래 토해낸 다음, 진심을 담아 건넸던 "미안해"는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었습니다. 항상 옳은 선택이었다고 느껴집니다.
사실 저는 능글맞은(..) 사람을 연기하는 일이 자주 있습니다. 남들에게 좀처럼 다가가기 어려운 느낌을 준다고 느낀 적이 많아서 그렇습니다. 말투도 약간 빠르고, 직설적이어서 그런가 봅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다툼의 기미가 보이거나 할 때 징그럽게 웃으면서 미안해~ 하고 건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연기하다 보니 약간은 실제로 그런 사람이 된 것도 같습니다.
본인이 어떤 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치우쳐진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면, 반대의 이미지를 가진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언어를 일단 입에 붙여 보시는 것도 그것을 적절히 중화시키는 데에 도움이 되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