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오자무의 소설「인간 실격」의 주인공 요조는 제대로 된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면 그의 친구인 호리키는 상당히 현실적인 인물입니다. 호리키는 요조에게 가르침을 늘어놓습니다.
"처세술만 믿다가는 언젠가 꼬리가 잡힐걸"
"그나저나 네 난봉도 이쯤에서 끝내야지. 더 이상은 세상이 용납하지 않을 테니까"
다음은 이어지는 요조의 독백입니다.
세상이란 게 도대체 뭘까요. 인간의 복수(複數)일까요. 그 세상이란 것의 실체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그것이 강하고 준엄하고 무서운 것이라고만 생각하면서 여태껏 살아왔습니다만, 호리키가 그렇게 말하자 불현듯 "세상이라는 게 사실은 자네 아니야?"라는 말이 혀끝까지 나왔습니다.
'그건 세상이 용납하지 않아'
'세상이 아니야. 네가 용납하지 않는 거겠지'
'그런 짓을 하면 세상이 그냥 두지 않아'
'세상이 아니야. 자네겠지'
'이제 곧 세상에서 매장당할 거야'
'세상이 아니라 자네가 나를 매장하는 거겠지'
갖가지 말이 가슴속에서 교차했습니다만, 저는 다만 얼굴에 흐르는 땀을 손수건으로 닦으면서 "진땀이 나네, 진땀." 하고 웃을 뿐이었습니다. 그때 이후로 저는 '세상이란 개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 비슷한 것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장엄하고, 이해하기 어렵고, 대단히 복잡하다고 느끼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다. 정의와 부정의, 국가와 정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대립, 인간 세상 ...
거대한 관념으로 느껴지는 그것들이 실은 해체해서 보면 결국 개인의 집합체 혹은 개인의 사상의 집합체가 아닐까요. 하늘에 형형색색 다양한 빛깔을 빚어내는 무지개 - 라는 것도 실은 햇빛이 물방울을 통과하여 빛이 번지는 것뿐 - 인 것처럼요.
만약 이 세상이 실은 개인이라면, 그리 무서워할 것도 없습니다.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라는 과제는 없고, 그저 비슷한 개인들 틈바구니에서 자신의 몫을 다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