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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춤 출까요?

Yes, let’s dance.

by 춤추는 금빛제비

오래전 영화 "Shall We Dance?" 본 적 있다.
일상이 무료했던 한 중년 남자가 댄스스포츠를 배우며 다시 살아 있음을 느낀다는 이야기다. 영화 속 남자의 표정이, 어쩐지 지금의 내 모습과 많이 닮았다 생각되는 것은 과몰입일까?

나도 한때 춤을 열심히 배운 적 있다. 회사 사내 동호회에서 2년 남짓 댄스스포츠를 했는데, 그중 룸바와 왈츠가 가장 자신 있었다. 더 잘하고 싶은 욕심에 퇴근 후에는 전문 학원까지 다녔고, 어느새 동호회 에이스와 은근한 기싸움을 벌일 정도까지 되었다.

회원분들이 “언제 저렇게 늘었대?”라며 놀라곤 했다. 하지만 곧 깨닫게 되었다. 춤이 즐거움이 아니라 동료와 경쟁이 되는 순간,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것을. 그래서 스스로 동호회를 나왔다.

학원 원장님의 권유로 작은 지역 대회에 출전한 적 있다. 긴장한 파트너가 경기 도중 리듬을 놓쳐 입상은 못 했지만,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괜찮아요. 언젠가 한번 실수할 거라면 작은 대회, 첫 경연에 하는 게 훨씬 낫잖아요.”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대회 경기 장면을 영상으로 남겼었다. 클라우드에서 오랜만에 꺼내보니, 화면 속 나는 서툴렀지만 진지했고, 긴장했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말 행복해 보였다.ᆢ정말,


보고 있으니 부끄러움과 동시에, 내 안에 열정이 아직 살아 있다는 확신 같은 게 스멀스멀 올라왔다.

얼마 전, 퇴직한 친구가 사교댄스를 배우기 시작했다. 실력 테스트 하고 싶은데 혼자 가기 쑥스럽다고 같이 가자고 졸라서, 마지못해 딱 한 번 성인 콜라텍 함께 간 적 있다. 형형색색 조명 속 브루스와 지르박이 흘러나왔고, 그곳은 정말 성인들의 놀이터였다.


배운 춤과는 많이 달라 순간 멈칫했지만 그 분위기에 맡긴 내 몸은 박자를 제법 잘 따라갔다. 난 그날 다시 춤의 여신 '테르프시코레'의 손짓을 느낀 것 같았다. 마침내 뮤즈가 내 안의 꺼진 불씨를 다시 불 붙여준 걸까?

결국 나는 댄스스포츠 전문 학원의 시니어반을 찾게 되었다. 원장은 세계 대회 국가대표 출전 경험이 있는 분이다. 상담 중 원장이 물었다.
“전화상으로 완전 초보는 아니라고 하셨으니, 어느 정도인지 한번 춰보실래요?”

여성 코치와 함께 라틴 음악에 맞춰 발을 내디뎠다. 오랜만인데도 몸은 금세 리듬을 기억해 냈다.

춤이 끝나자 원장이 말했다.
“잘하시네요. 이 반에서는 제일 잘하는 회원이십니다.”

순간, 오랜 시간 꺼놨던 전구에 불이 환하게 켜지는 듯했다. 고맙게도 몸은 여전히 스텝을 기억하고 꽁꽁 숨겨놨던 춤은 내 안에 그대로 있었다.

누군가 나에게
"Shall we dance?" 묻는다면

나는 웃으며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혹 제 스텝이 꼬여도, 마음은 늘 반듯해요.~"

Yes, let’s d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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