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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해방구 - 글과 춤

브런치에서 찾은 작은 자유

by 춤추는 금빛제비

브런치? 처음엔 그냥 아침과 점심 사이 어중간한 식사인 줄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발을 들여놓고 보니, 이곳은 나를 조금씩 드러내고 또 나를 만나는 특별한 공간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저는 평소 사람들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성향입니다. MBTI 검사를 굳이 하지 않아도, 저는 안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담아두는 쪽에 가깝다는 걸 잘 압니다. 그런데 글을 쓰는 행위는 또 다른 것 같네요. 브런치 화면을 열고 나를 써 내려가는 순간, 저는 조금씩 가벼워지고 점점 자유로워짐을 느낍니다.

글은 이렇게 나를 해방시키는 또 다른 출구가 되어갑니다.


브런치에는 정말 다양한 작가들이 있습니다. 시인, 교수, 에세이스트, 혹은 삶을 깊이 파고든 글을 쓰는 분들. 그들의 묵직한 문장을 읽다 보면, 부럽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저런 글을 쓴다는 건 분명 오랜 시간의 훈련과 경험, 그리고 수많은 독서와 깊은 사유가 만든 결과일 테니까요.


하지만 동시에 깨닫습니다. 내 글은 '결'이 다르다고. 나는 어렵고 화려한 내용은 쓰지 못하지만, 대신 일상의 숨결을 느낀 대로 솔직하게 담아낼 수 있고 그게 어쩌면 보잘것없는 내 글의 힘이란 걸,


그러던 어느 날, 별생각 없이 브런치 앱을 열었다가 구독자 100명이 찍혀 있는 걸 보게 되었습니다. 순간 많이 설렜습니다. 좋았습니다. 마치 고등학교 때 친구 대타(?)로 나갔던 첫 미팅, 허름했던 빵집에서 여학생을 기다리다, 수줍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녀의 모습을 처음 본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저는 100번째 구독자님 작가명을 정확히 기억합니다. 그분은 모르시지만 저에게 100번째 '손님'은 매우 특별합니다. 그분의 새 글 알람이 뜨면, 만화 속 ‘달려라 하니’처럼 저는 곧장 뛰어갑니다. 글로 만난 인연이 내 삶 속에서 또 다른 지나온 흔적이 되는 순간입니다.


때때로 구독하는 작가님의 글방에 들러 응원 댓글을 남깁니다. 길게 쓰지 않아도 좋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그 한마디면 충분합니다. 그런데 그 짧은 댓글이 글쓴이에게는 오래 준비한 글을 읽어준 감사의 표시가 되고, 나에게는 작은 다리 하나를 놓는 행위가 됩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답글은 더 큰 기쁨을 주네요.


아, 글로도 이렇게 소통할 수 있구나. 글은 결국 '혼잣말이 아니라 누군가와 연결되는 방식'이구나. 깨닫습니다.


그래도 아직 제 글방의 댓글창은 열지 않았습니다. 왠지 부끄럽고 많이 쑥스러워서요. 하지만 제 글을 찾아와 읽어주고, 길눈 밝게 기다려주는 구독자님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따뜻합니다. 글이 주는 힘은 결국 거기서 오는 것 같습니다. 서로의 하루를 나누며, 서로의 마음을 잠시 비춰주는 것. 그게 글이 가진 가장 단순하면서도 깊은 힘이 아닐까요?


그래서 생각합니다. 저에게 글은 내적 성장을 이끌고, 춤은 외적 표현을 깨웁니다. 얼핏 보면 좀 언발란스한 조합 같지만, 사실 균형이 맞습니다. 글로 마음을 세우고 춤으로 몸을 깨우니, 안팎이 겨우 맞춰지는 셈이지요.


그러니 결론은 간단합니다. 나의 해방구는 분명 글과 춤입니다.

(아, 그렇다고 춤추며 글 쓰겠다는 건 아닙니다. 손이 두 개뿐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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