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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읽고 쓰다

가장 정직한 대답

거트루드 스타인 '해답'을 읽고

by 춤추는 금빛제비

해답

해답은 없다.

앞으로도 해답이 없을 것이고

지금까지도 해답이 없었다.

이것이 인생의 유일한 해답이다.


-. 거트루드 스타인


[원문]

The Answer

There ain't no answer.
There ain't gonna be any answer.
There never has been an answer.
That's the answer.

- Gertrude Stein




처음에는 눈을 의심했다.
너무 짧고, 너무 단호해서.


시라기보다는 마침표에 가까운 문장들 앞에서,
어깨의 힘이 쭉 빠지는 기분이었다.


우리는 늘 정답을 찾으며 살아간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선택해야 옳은지.
수많은 질문을 품고 답을 찾아 헤맨다.


그런데 이 시는 그 모든 노력을 무안하게 만들며,
정면으로 말한다.


"해답은 없다."고.


허무했다.
하지만 세 번, 네 번 곱씹을수록
마음 한구석이 오히려 시원해졌다.


어쩌면 '정답이 있어야 한다'는 그 강박이야말로,
우리를 가장 지치게 하는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이 시는 포기가 아니라, 오히려 깊은 위로를 건넨다.
정답을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정답이 없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그저 살아내는 것,

질문과 함께 걷는 것.
그것이 삶의 유일한 방식이라면,
우리는 더는 길을 잃을 염려도,
오답을 고를 걱정도 할 필요가 없다.


모든 걸음이 그 자체로 길이고,
모든 선택이 그 나름의 의미를 지닐 테니까.


정답이 없다는 것을 아는 순간,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결과가 아닌 과정에 집중할 수 있고,
타인의 답이 아닌 나만의 걸음을

온전히 걸을 수 있게 된다.


모든 질문의 끝에서,
가장 정직한 대답 하나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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