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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는 힘을 기르자

작심삼일의 선순환

많은 사람들이 새해 첫 날 일출을 보며 경건하고 의미 있게 한 해를 시작했을 것이다. 붉게 타오르며 산 정상 위로 얼굴을 내미는 태양은 우리를 숙연하게 만든다. 새해 첫 날 해맞이는 새로운 결심과 시작을 위한 최고의 메타포이며 자극제이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한 새해 첫날의 감동과 결의는 그리 오래 가지 못한다. 이렇게 결심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거나 시작과 중단을 반복하는 것은 우리의 일상이지 년초에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다이어트, 건강관리, 학원과 같은 비즈니스를 결심산업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다. 결심산업은 매년 1월에 매출이 급증했다 2월에 제자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로드 아일랜드 대학의 심리학 교수인 제임스 프로차스카의 연구결과는 이런 현상에 설득력을 더 해준다. 자신의 행동이나 습관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 사람 중 한 번의 후퇴나 퇴보없이 변화에 성공한 사람은 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프로차스카는 사람들이 변화를 결심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거나 실행 후 중단을 반복하는 것은 일종의 예외 없는 원칙이라고까지 말한다. 

위와 같은 변화에 대한 경험과 연구는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거나 작심삼일을 반복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큰 위안이 될 것이다. 그러나 시작해봐야 어차피 쉽게 중단하고 포기할 건데 시작은 해서 뭐해 하며 변화를 위한 시작을 망설이거나 시도조차 하지 않으며 자신을 합리화하는 ‘시작무기력증’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이런 사람들은 “중요한 건 당신이 어떻게 시작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끝내는가이다”라는 앤드류 매튜스의 말도 차라리 시작하지 말라는 말로 들릴 것이다. 
   우리는 정말 중단과 작심삼일을 반복하는 자신을 지긋지긋하게 생각하며 아예 포기하고 시작조차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 또 그런 자신을 인내와 끈기가 부족한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이 올바른 판단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프로차스카의 또 다른 연구결과는 위와 같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제시해 준다 새로운 습관이나 행동을 시도하고 바로 다음 달에 실패한 사람이 6개월안에 성공을 거둘 확률은 전혀 시도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2배 높았다.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 아예 포기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미국의 시인 헨리 롱펠로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는지 모른다. “시작하는 재주는 위대하지만 마무리 짓는 재주는 더욱 위대하다” 이 말은 마무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시작의 중요성도 놓치지 않으려는 롱펠로의 메시지가 담겨져 있다. 
  그러나 시작이 누구에게나 쉽게 놀라운 힘이 되고 위대함이 되지는 않는다. 다음의 세 가지가 수반돼야 한다. 그것은 변화와 시작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접근과 관련 된 내용이다. 
   첫째는 새로운 습관을 만들고 변화하는 과정은 한 번의 시작으로 성공에 이르는 직선형의 모델이 아니라 나선형의 모델이라는 것이다. 중단과 실패 그리고 원래의 행동과 습관으로 회귀했다 시작하기를 반복하다 성공에 이르는 것이 일반적인 변화의 단계이다. 영국 런던대학교의 연구는  습관을 형성하는 데 같은 행동을 66일간 지속해야 된다고 밝혀냈다. 하지만 이 연구에서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우리의 상식과는 다르게 몇 번의 일시적인 중단이 습관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단되도 포기하지 않고 또 시작해야 한다. 
   둘째, 시작 후 중단되는 것을 실패가 아니라 교훈을 터득할 기회를 갖는 재순환으로 인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희망찬 시작이 자존감과 효능감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중단과 과거의 나쁜 습관으로의 재발을 문제의 원인을 이해하고 해결하여 변화의 단계를 더 진전시킬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또한 변화를 시작하면 한 번에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과 그것이 가능하다는 착각을 버리자. 변화의 과정에서 얻는 경험과 성장을 더 중요하게 생각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중단 후 시작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에서 벗어나 시작의 진정한 가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셋째, 변화는 자제력과 인내력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다양한 학자들의 실험연구에서 자제력에도 총량의 법칙이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어떤 일에서 일정량의 자제력을 소모한 사람이 다른 일에서 자제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다는 내용이다. 또한 자신의 자제력만을 믿지 말고 환경과 상황을 변화시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매일 술을 마시는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금주를 하겠다는 것은 매우 어렵고 어리석은 시도이다. 술자리를 아예 피하거나 만나는 시간을 조정하는 것이 금주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작의 어려움과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시작은 반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 되는 기적은 누구에게나 일어나지 않는다. 위에서 제시 한 세 가지를 잊지 않고 실천하며 계속 시작할 수 있는 힘과 동기를 얻어 포기하지 않을 때 가능해진다. 포기하지 않으면 작은 성공을 맛보게 되고 결국 지속하는 당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시작의 놀라운 힘이다. 
   혹시 새해를 맞이 했지만 매번 작심삼일에 그친 자신에 대한 불신으로 ‘시작 무기력증’에 걸려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고 있다면 지금 이라도 작은 목표라도 정해서 시작 해보자. 지금 시작이 당신의 남은 인생의 첫 시작이자 가장 빠른 시작이 된다는 것만으로 시작할 가치가 충분히 있지 않은가?   


참고서적 : 『차이를 만드는 습관』 (나비의 활주로),  『자기혁신프로그램』 (에코리브르), 『스위치』(웅진지식하우스), 『습관의 재발견』 (비즈니스북스)

글쓴이 : 변화디자이너 허일무 박사 (HIM변화디자인연구소 대표,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 초빙교수), 저서 : 차이를 만드는 습관, 체인지 웨이, 습관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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