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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평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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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천교육교사모임 Aug 31. 2022

나를 내려놓으니 내가 좋아졌다

김현규 씀

네모토 히로유키 저 / 최화연 역 / 밀리언서재 / 2022.06.


  사실 이런 류의 책은 정말 많다. '범람'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서점마다 넘쳐 난다. 대체로 미국과 일본에서 나온 심리학 책은 내용을 사례 중심으로 짧고 가볍게 풀어내는 경향이 있다. 이론적이고 무거운 내용은 주로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에서 나온다. 비슷한 책들도 많고 내용도 가벼운데 굳이 왜 이 책을 읽었을까?


  저자는 머리말 말미에서 밝혔듯 평소 상담이나 강연에서 자주 이야기한 내용을 사례 중심으로 간결하게 정리했다. 그리고 각각의 항목 마지막에 간단한 질문과 실천해 볼 만한 것을 따로 적었다. 본문을 읽을 때는 쉽고 당연하게 읽히는데 질문과 실천해 볼 만한 걸 보면서 막상 내 얘기를 꺼내보려고 하면 이때부터 책이 좀 무거워진다. 내용은 쉽고 간단한데 질문도 저자 말로는 간단한데 그 질문에 내 대답을 하려면 막상 쉽지가 않은 것이다.


  각 항목에 담긴 짧은 글은 심지어 그 안에 다시 소제목을 담고 있다. 상대에 대해 세심하게 배려하는 일본인의 기질이 담긴 책이랄까? 종이와 잉크로 이루어진 무생물인 책인데도 상냥하게(본마음은 모르겠으나 아무튼 겉보기로는) 웃으며 말을 건네며 안내해 주는 일본인 상담사가 눈앞에서 말을 거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인지 질문에 답을 쓰는 건 진행 중이지만 책은 붙잡은 당일에 단숨에 읽었다. 하루에 하나씩 답을 쓰면서 나를 돌아보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많은 면에서 비교 대상이 된다. 일본의 고령화를 우리가 바짝 뒤쫓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산업화와 고도성장을 이룬 일본이 겪은 다양한 사회 문제들을 우리도 일정한 시차를 두고 겪었다. 그래서인지 일본 상담사가 던지는 여러 이야기들이 낯설지가 않다. GDP 2만 달러를 넘으면 상담에 대한 요구가 크게 늘어난다고 들었다. 사람들의 관심사가 물질적인 부와 팽창에서 정신적인 측면으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물질적인 기반이 만들어지면 


그런데 나는 왜 행복하지 않을까? 행복이란 무엇일까? 나답다는 건 무엇일까?


  하는 것으로 관심사가 바뀐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GDP 3만 달러를 넘었다. 이십여 년 전부터 상담과 웰빙, 힐링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앞만 보고 뛰다가 문득 멈춰 서서 어디까지 뛰어야 하는지, 왜 뛰고 있는지, 내 옆에 누가 있고 나는 누구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다 아는 내용, 여기저기서 흔히 볼 수 있는 문장들을 보면서 대수롭지 않게 책을 읽다가 그래서 이걸 나는 얼마나 실천하고 있나 생각해 봤다. 평소 학생들에게


당연한 것, 누구나 다 아는 것, 그래서 너무 기초적이고 쉬운 것.
그걸 실천하는 사람이 진짜 강자다. 어려운 걸 애써 해내는 것도 대단하지만 기본에 충실하고 잘하는 게 정말 대단한 거야.
세 살짜리도 알지만 여든 살 노인도 하지 못하는 기본도 많다.


  라고 말하곤 하는데 내가 그만 교만한 마음을 가졌던 것이다.


  단숨에 읽히지만 단숨에 읽고 다시 한 항목씩 읽으며 질문에 대해 매일 글 한 편씩을 쓰는 방식으로 활용하면 좋을 책이다. 쉽고 짧고 생생하며 단순하다. 그리고 깊은 생각에 잠길 수 있는 질문을 한 줄 툭 던진다. 답하기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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