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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숙세미 Jun 06. 2021

거실장 없는 거실

우리 집에도 가능하더라고요?

미니멀 라이프란 그야말로 각자의 라이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이전에는 미니멀 라이프를 들어봤어도 나랑 상관없는 라이프라고 선을 긋고 살았다. 정리정돈도 유전자의 하나라고 생각하며 영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정리란 식탁 오른쪽 끝에 있던 물건을 왼쪽 끝으로 옮겨두는 것 정도였다.


코로나 이전에는 밖으로 다니느라 집이 너저분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보기 싫어도 외면하려 나돈 적도 있으니까.

코로나 이후에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니 더 이상 우리 집을 이렇게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집을 떠올리면 ‘쉼’이 되는 공간이어야 하는데 그런 상태가 아니었다. 크고 작은 짐들이 많았고 정돈되어 있지 않으니 우리 가족 몸 하나 앉고 누우려면 그곳을 또 정리해야 했다.


집에 머물면서 하나하나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정리란 필요 없는 물건을 치우거나 버리는 것을 말한다. 미니멀 라이프가 아니더라도 정돈이 되려면 기본적으로 정리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동안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살림들과 대면하는 순간이었다. 언제부터 우리 집에 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은 물건들을 중고마켓에 내놓으며 소소한 푼돈도 챙기며 그렇게 시작했다. 눈에 보이는 짐들이 정리되면서 욕심이 나고 급기야 거실장까지 비우게 되었다.


우리 집 거실은 다른 공간들에 비해 확연히 넓은 편인데 제일 미니멀한 공간이 되었다. tv, 소파, 고양이 캣타워, 고양이 화장실, 고양이 스크래처, 키 큰 책장 하나 이것이 전부다. 수납장을 열면 물건이 가득 찬 공간들도 있지만 수납장에 들어가는 물건만 가지고 산 다는 것이 나에겐 큰 발전이다.



비우면 비울수록 비울 것이 보인다는 말이 하나 틀린 것이 없다. 물건이 많을 때엔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댈지 몰라 막막해서 마주하고 싶지 않은데 비울수록 공간이 생기고 공간이 보이기 시작하면 몇 없는 물건들이 더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미니멀이든 정리든 한 번에 끝낸다고 생각하지 않아야 시작할 수 있다. 그동안 쌓아뒀던 세월을 생각하며 한 번에 완벽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여기 한 칸만 대충 해볼까 라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시작이 쉽고 더 나아가 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렇게 남과 비교하지 않고 각자의 스몰스텝으로 해보자. 나의 과거와 비교해서 나는 지금 크게 발전했다. 지금도  자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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