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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진 Aug 27. 2022

20년 중 반평생의 꿈을 이제는 이룬 줄 알았는데,

나이를 무기로 삼아 뱉어보는 치기 어린 글

수의대에 들어오고 나서, 나는 이제 평생 동물과 연관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누군가는 어린 내 나이를 비웃을 수도 있지만, 나름 스물 하나의 나이를 먹어가는 중 그 절반인 10년을 “동물에 관련된 일을 하겠다.”라는 꿈을 꿔왔다. 마침내 내 꿈의 첫 단계를 밟게 된 입학은 행복할 줄로만 알았는데, 입시 준비라며 고3 기간 내내 곱씹던 여러 고민들은 이미 내 꿈의 길이 순탄하지 않을 거란 것을 예측하고 있었던 것 같다.

동물을 고려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내 모든 삶은 불편해졌다. 고기 한 점을 먹을 때, 옷을 입을 때, 화장품을 사용할 때, 또 내가 살기 위해 필요한 약을 먹을 때 조차도 동물의 영향을 안 받은 분야가 없었다. 이걸 알고 있음에도 이 모든 것을 포기하지 못하는 나는 죄책감을 느끼고, 다시 내 행동을 정당화하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며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래서 앞으로 이곳에 내가 쓸 글은 내 머릿속에서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어서 늘어놓는 일이다. 나는 아직 배운 것도 없어서 내용도 탄탄하지 않고, 이성적으로 멋지게 글을 쓰기에는 아직 너무 감정적이고, 줏대도 없어서 글에 담긴 내 생각도 모순적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글을 써보려는 첫 번째 이유는 언젠가 더 배우고 성장한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거나 지식을 전달하고자 할 때 내 투박한 글솜씨가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서이고, 또 다른 하나는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는 속담처럼 훗날 다양한 경험과 쌓은 지식으로 생각을 정리한 내가, 아직 어릴 내 아랫세대의 생각을 경시할 못돼 먹은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이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수의예과생이 뭔 글을 쓰냐며 스스로를 비웃으면서 글을 쓰겠다는 계획을 1년 동안 미뤄왔지만, 부모님의 지지와, 나의 의지에 기대어 이제는 그냥 뱉어보려고 한다. 21살이라는 어린 나이를 무기로 삼아 치기 어린 생각들과 현실성 떨어지는 글들을 내뱉어보려고 한다.

미래의 내가 이 글들을 읽으면서, 좁은 우물에 살던 난 어떤 고민을 했는지, 그리고 그 고민들에 어떻게 나름의 답을 내렸는지를 떠올리며, 자만하지 않고, 계속 성장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길 희망하는 바람을 갖고, 글을 써 내려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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