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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a Oct 20. 2024

모네의 수련과 함께 걷다

파리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클로드 모네의 작품을 좋아한다. 모네 그림에는 빛이 있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모네가 그림 그리는 순간에 같이 있는 느낌이 든다. 보지 마자 취향인 것을 직감했다.


그래서 파리에 갔다. 오직 모네의, 모네를 위한 여행. 친구랑 유럽에서 한 달을 보내기로 했는데 일주일 일찍 출발해 파리에 들렀다. 모네를 더 좋아할 수밖에 없는 운명인 거지.


비평가들은 모네의 작품을 보고 본질이 아닌 인상을 그렸다고 비꼬았다. 모네는 이 말을 보고 “그래, 나는 인상주의 화가야”라고 말했다. 인상주의의 시작을 알린 당당함이 인상 깊었다.


모네는 기차역을 그리기 위해 역에 몇 번이고 찾아갔다. 안된다는 말만 수십 번을 들었다. 그래도 그리고 싶어서 다시 찾아갔다. 거절을 두려워하지 않는 순수한 열정에 허락이 떨어졌다. 그림 그리라고 기차를 멈춰주기까지 했다. 그 끈질김에 밝은 힘이 느껴졌다.


모네는 일본 판화에서 수련을 보고 반했다. 바로 정원을 팠다. 연못을 만들고 수련을 심었다. 그리고 250여 점의 수련을 그렸다. 좋아하는 것을 얻기 위해 행동으로 옮기는 실행력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모네는 햇빛이 드는 전시장에서만 전시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조명 없는 전시장이 탄생했다. 둥근 벽,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춘 그림 위치,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햇빛까지. 자신의 그림을 보는 사람들이 진짜 정원을 걷는 느낌이 나도록 설계했다. 전시장까지 바꿔버리는 고집이 좋았다.


나랑 참 닮았다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건 무조건 해야 하는 마음이나 정원사가 있는데도 꽃의 위치를 직접 지정하는 치밀함. 가까이에서 보면 형태를 알 수 없는 붓질이라도 멀리 보면 의미 없는 손짓은 없었다는 것도.


나도 언젠가 내 인생을 모네처럼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당장은 하나의 작은 붓질이라 의미 없어 보여도 언젠가는 아름다운 작품으로 완성되길. 날 아는 사람들이 그 아름다움을 자연스러운 시선으로 보고 함께 걷는 느낌이 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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