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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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처음부터 3년간 나는 계속 발전했다. 그것도 아주 빠르게 발전했다. 빠르게 발전했음에도 지금 돌아보면, 이야기하는 것조차 부끄러울 정도로 모자랐기에 그런 발전조차 하지 못했던 나의 처음은 정말로 초라했고, 처참했다.
처음 사업을 시작하고 학교 창업경진대회에서 수상을 했고, 300만 원가량의 돈을 받았다. 처음에는 그 돈이면 충분히 앱도 개발하고 웹도 개발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크몽 사이트에서 몇 개의 상품을 보니 다들 그런 식으로 적혀 있었으니까. (지금은 외주 개발까지 해주는 입장에서 돌이켜보면 얼마나 처참한 수준이었는지.. 끔찍하다.) 부푼 마음으로 사업을 시작하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제대로 서비스를 만들려면 최소 4천만 원은 필요했다. 그래서 돈을 벌 방법을 찾았고, 그게 강의를 판매하는 것이었다. 웃기게도 돈 벌 궁리를 좀 하다가 그게 우리의 리소스를 최소한으로 들이고 가장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길이라 생각했다.
당시 가장 인기가 많았던 코딩 강의를 선택해서 팔기로 마음먹었다. 직접 강의를 할 수 없었기에 강사를 구했고, 그 강사와 커리큘럼을 정한 뒤 수강생을 모았다. 2명의 강사와 온라인으로 파이썬 코딩 강의를 팔기로 했다. 강의 판매를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했지만, 팔리지 않았다. 나는 그때 서비스 기획과 디자인 등의 다른 일을 하고 있었고, 강의 기획 이후 판매는 모두 재준 매니저가 도맡아 했다.
강의 기획도 완료했고, 강사도 구해 계약금도 지불했으니 팔아야만 했다. 나도 어떻게 하는지 방법을 모르니 담당하기로 한 재준 매니저한테 화내고, 어떻게든 팔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 화가 나서가 아니라 단지 어떻게 할지 방법을 몰라서 화를 냈다. 화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돈을 구하는 게 목적이라면 그 목표를 위해 모든 역량을 쏟아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아마 내가 잘할 자신이 없어서 그랬던 것 같다. 비겁했다.
하지만 재준매니저는 나와 달랐다. 도망치지 않았고, 맡은 바에 최선을 다했다. 어찌 됐건 4명의 수강생을 구해왔다. 돈은 벌었지만 결론적으로 처참한 실패였다. 강사 두 명에게 계약금을 줬는데, 하나의 강좌는 열리지도 못해서 한 명 치 계약금을 통째로 날렸기에 그리 많은 돈을 벌지 못했다. 그런데 그때는 좌절감에 휩싸이거나 아쉽지도 않았다. 멍청하게도 얼마라도 벌었으니 좋다고 생각했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알 능력조차 되지 않았다.
정말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내 안에 방어기제가 저 부끄러운 기억을 지웠나 싶을 정도로 고작 2년밖에 되지 않은 일임에도 왜 했는지, 무슨 결과를 얻었는지, 그 이후에 어떤 가르침을 얻었는지 기억이 거의 나지 않는다.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실패가 최악이라고 하는데, 저때는 최악을 전전하고 있었다.
지금도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저 일이 고작 3년 전임을 생각하면, 감회가 새롭다. 사업을 오래 고민했다고 생각했음에도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고, 그 많은 회사의 사업계획서를 보고 투자 심의도하고 심지어 구조조정 작업을 했음에도 아는 게 전혀 없었다. 사업은 하면서 배우는 것이다. 하면서 실패하고 단단해지는 것이다. 실패를 하고도 그게 실패인지도 몰랐던 시절, 앱 개발을 300만 원이면 할 수 있을 줄 알았던 시절부터 실패를 한 사람에게 조언을 해주고, 개발에 애를 먹는 회사에 외주 개발을 해줄 수 있을 때까지 고작 2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저때가 사업을 시작한다고 말하고 두 달이 채 되지 않았던 때였다. 저 실패 이후론 '목표 설정'과 '실패 원인 분석' 정도는 할 수 있게 되었다. 사업가가 알아야 할 덕목을 하나의 경험당 1~2개 꼴로 배워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