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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경민 Nov 05. 2023

나 역시 피할 수 없었던, 초기 창업의 함정 피하는 법

주간회의 기반 성과관리 시스템, 티키타카 출시와 함께,

저와 저희 팀의 경험과 이야기를 담은 웨비나를 개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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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신청 바랍니다.



난 2년간 실패의 늪에서 허덕였다. 무엇 때문에 무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실패에서 벗어나지 못했을까?


난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 자잘하게 세상에 있는 불편함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혁신적인 일을 하고 싶었다. 아직 젊어 잃을 것이 거의 없는 지금이 아니면, 이러한 큰 시도를 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원대한 목표를 세웠다.


목표가 원대하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어지간한 일을 막 갖다 붙여도 그 목표 안에 포함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목표가 '세상 사람들에게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아 주는 것'이라고 하면 진짜 어떤 행동을 하던 웬만하면 말이 된다. "세상 사람들"도 엄청 크고 "행복해지는 방법"도 엄청 큰 개념이기 때문이다.


큰 개념을 목표로 잡으면 대충 아무 일이나 해도 과녁을 맞히는 꼴이 되니까 실행에 있어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깊게 고민하지 않고, 내가 무언가 하고 있지 않은 것에서 오는 불안함을 없애기 위해 일단 지금 손에 잡히는 일을 막 한다.


내가 취미 커뮤니티 서비스, 팔레트로 하고자 했던 일도 비슷했다. 모든 사람들에게 취미를 더 쉽게 갖게 해주는 것. 여러분들도 느꼈다시피 모든 개념이 다 추상적이어서 어떤 일을 해도 목적에 들어맞았다. 그래서 목적성 없이 열심히만 해도 자기 위안을 하기 충분했다. 그때 했던 일 중 하나가 수어(수화)를 가르쳐주는 유튜브 영상을 만드는 것이었다. 할 수 있는 일을 무턱대고 찾던 중에 '사회적 프로젝트'에 돈을 지원해 주는 사업이 있었고, 그걸 시작했다.


일단 취미라는 범주 자체를 제한해두지 않으니, 수어를 배우는 것 또한 취미라는 목적성에 부합했다. 그래서 그때는 올바른 의사결정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팔레트 수어교실'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무려 20강이나..!

(https://www.youtube.com/@tickitacka_official)

역시나 팔레트를 알리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초기 창업가가 빠지는 가장 큰 실수는 목표를 원대하게 세워 당장 하는 실행에 목적성을 불분명하게 하며, 단순히 열심히 하는 것을 위안 삼는다는 것이다. 성과가 나오지 않아도 나는 더 큰 목표를 위해 하는 것이니까. 성과가 한 번에 크게 나올거라 합리화하며, 결국엔 '돈을 어떻게 벌 것인가?' 보다 '내가 이 일로 얼마나 큰 혁신을 가져올 것인가?'에 집착한다. 당장에 나온 성과는 전혀 없음에도 "의미"에 집착한다. 명심하자. 우리는 예술이 아닌 사업을 하고 있다.


우리가 만약 취미 커뮤니티 팔레트를 성공시키려 했다면, 가장 먼저 '어떤' 취미를 공략할 지부터 찾아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어떤'을 고르는 기준은 현재 네이버 카페와 같은 취미 커뮤니티가 주는 불편함을 가장 크게 느끼고 있는 취미, 인싸들이 가득해서 그 취미만 공략해도 다른 모든 취미 커뮤니티에 소문이 날 취미를 선택해야 했다. 온갖 취미 커뮤니티 활동자를 인터뷰해서 치열하게 그들의 페인 포인트와 그 페인 포인트의 크기를 파악해야 했었다.


그러고 나서는 목적성을 명확히 한 활동을 했어야 했다. 이들의 가장 큰 불편을 해결해 주는 기능 가장 간단하게 만들었어야 했고, 그 기능을 가지고 다시 그들을 찾아가 이게 그들의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는지, 이 불편함을 해소하는데 돈을 낼 수 있는지 알아내야 했다. 한 개의 취미 커뮤니티가 우리 것을 쓰는 사례를 만들고 정리해 그 사례를 가지고 다른 취미 커뮤니티로 확장을 해야 했다.


하지만 정말 그 무엇도 하지 않았다. 우린 타임스퀘어 광고판을 과녁으로 잡았다. 그리고 그 과녁 중 어느 곳이 10점을 주는지도 표기해두지 않았다. 그리고 눈을 감고 다트를 던졌다. 가끔가다 과녁에 다트가 꽂혔지만, 0.1점인 경우가 허다했고,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5점도 얻지 못했다.


그럼 어떻게 이러한 초기 창업의 함정을 피할 수 있을까?


첫 번째, 목표를 구체화해야 한다. 타임스퀘어 전광판을 과녁으로 두고 그 과녁을 모두 채울 때까지 다트(돈)를 던지는 건 스타트업이 할 일이 아니다.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치약 뚜껑만 한 타깃 포인트를 잡아야 한다.


두 번째, 목표 달성을 위한 방법론을 구체화해야 한다. 우리에겐 많아봐야 3개의 다트가 주어진다. 그러면 단 하나의 다트도 허투루 던지면 안 된다. 치약 뚜껑에 다트가 꽂힐 수 있게, 던지는 각도와 힘 그리고 날씨와 바람과 같은 것, 다른 사람이 던지는 다트를 활용하는 방법까지 정말 모든 요소들을 미리 계산하고 던져야 한다. 명심하자 이 3개의 다트를 "잘" 던진다면, 투자사나 고객이 우리에게 새로운 다트를 쥐어줄 것이다.


처음 창업을 시작하면 열정이 넘친다. 그래서 내가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모든 창업에 관한 조언은 양 방향이 다 존재하는데, 그중 내가 듣고 싶은 조언을 취사 선택해서 듣는다.(처음에 나는 소비자의 의견을 많이 듣고 서비스에 반영하라는 조언은 무시한 채, 잡스의 '사람들은 뭘 원하는지 모른다'는 조언만 선택했다.)


창업이라는 길에 들어선 순간 늘 '자기 미화'와 '합리화'를 가장 크게 경계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도 함정에 빠져, 함정에 빠져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같은 자리를 방황하다 주저앉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실패 또한 내 탓이 아닌 어리석은 소비자를 탓하게 될 것이며, 아주 나중에서야 내가 함정에 빠졌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때도 그 사실을 순순히 받아들일 순 없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곧 내 인생을 부정하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실패가 가장 큰 실패라고 했다. 자기 미화와 합리화에 빠지는 순간 그 가장 큰 실패가 그림자처럼 날 쫓아다닐 것이다. 그렇기에 더 크게 경계해야 한다. 실패를 하더라도 그것에서 반드시 배우는게 있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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