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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어리랏다 Nov 16. 2023

[장사일기] 그래도 계속 가야 한다.

감정은 흩어지고, 결과는 현실로 남아 나를 잡기

2023. 11. 15

1.

현재의 나는 사업가가 아니다. 장사꾼이다. 사업과 장사의 차이는 명확하다고 한다. 사업은 내가 일하지 않아도 돈이 들어오는 상황이고, 장사는 노동이 없으면 돈이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나는 지극히 장사꾼이다. 내가 아프거나 일이 있어 매장을 나가지 못하면, 그 날은 임시휴무일이 되어버리니까.

2. 

함께 일할 사람을 구하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혼자 시작했던 장사가 점점 매출이 커져, 사람이 필요해진 순간. 딱 그 순간에 나와 합을 맞출 수 있는 적절한 사람을 찾는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결국 지인에게 부탁할 수 밖에 없는 상황도 생기게 마련인데, 내 성격상 업무 관계에 개인적 관계가 들어온다면 정작 해야 하는 말을 돌려 말하려다 나 자신이 돌아버린 적이 더 많다. 

모두가 사장 같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하나를 알려주면 하나 삼분의 일이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하는 것도 너무 어렵다. 정작 내가 원하는 그런 인간상은 결국 다른 곳으로 가버리고 만다. 생각해보면 내가 원하는 주체적으로 알아서 잘하는 사람이 왜 내 밑에 있겠는가. 내가 회사를 나왔던 것처럼 그 사람도 자기가 주도적으로 무언가 하기 위해 나가겠지. 

그럼에도 시작한 장사(사업이 되고 싶은)를 키워 나가려면 믿을 수 있는 좋은 사람을 모셔와 잘 안착시키는 것이 필수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딱 맞는 사람을 고용하여 그 사람이 이 곳에서 성장감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직무를 부여하는 것. 그것이 내가 해야 하는 일일 터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무조건 이번 달 내지 아무리 늦어도 새로운 가게로 이전하기 전까지는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3. 

하루 10시간 넘도록 매장에서 직접 장사를 하다 보면, 도저히 새로운 것을 기획하거나 기존에 있던 것들을 개선할 수 있는 시간이 나지 않는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휴무일에는 전혀 손대지 못한 가정 일이나, 개인사 업무들을 처리하다 보면 시간이 이미 다 지나있을 때가 부지기수이다. 도대체 우리나라에 있는 수 많은 사장들은 초기 어떻게 업무들을 처리하고 시스템을 만들었을까. 오늘 나는 너무 힘이 들어 가게를 조기마감했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 자체가 없는 이 바쁜 챗바퀴가 너무 숨이 막혀 집에 들어와 이렇게 아무렇게나 글을 적고 있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이 시간, 그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지는 오로지 나에게 달려있다. 소중한 보물 같은 이 시간들을 어떻게 배분하고 활용할 것이냐가 지금 나에게 있는 최우선 되는 주제다. 매장 이전을 위한 권리금 / 임대차계약이 몇 일 전에 마무리되니 이제서야 보인다. 내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새롭게 해야 하는지. 얼마나 급하게 이 일을 진행하는지. 

1) 새로 들어갈 매장을 꾸미고 리뉴얼 개념에 걸맞게 모든 것을 새롭게 기획해야 한다.

2) 그와 별개로, 돈 들어갈 곳은 여전히 존재하니 기존 매장에서 매출은 계속해서 창출해야 한다.

3) 그와 별개로, 이전을 위해 자금을 확보하고 기존 매장과 연결되어 있는 업체와 사람들, 여러 관계들을 잘 정리하거나 이관해야 한다.

4) 마지막으로 점점 지쳐가는 나를 일으켜 세워 앞으로 나아가게 할 원동력을 찾아야 한다.

나에게는 현재 4) 가 가장 중요한데, 아이러니하게도 해야할 우선순위는 가장 마지막에 놓았다.

4. 

이 한 몸, 유기체로 살아가는 이 한 몸 건사하여 존재하기 위해선 경제활동은 필수적이고 살아가야 한다는 의지에 걸맞는 여러 결정과 이를 통해 이어지는 행동들이 당연하다. 하지만 그 일들은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가끔 너무나 버겁다. 

쉴 틈 없이 달려 가끔 내가 인생선 안, 어느 곳에 있는지 가늠도 못할 지경이더라도... 

앞으로 가야한다. 나의 실존을 위해선 끝없이 행동하고 나아가는 수 밖에 없다. 고통 속에서도 나아가야 한다.

내가 아무리 힘들고, 주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나의 인생과 시간은 계속 흘러가니까.

다시 한 번 힘을 내야겠다.

오늘도 아쉬움 없이 잠자리에 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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