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말하지 않아도 되는 사이
가을이 저물고 있었다.
도시의 빛은 서늘했고, 바람은 오래된 거리를 따라 흘러내렸다.
홍랑은 「소라」의 간판 아래 서 있었다.
유리창 너머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왔다.
그는 잠시 주저했다.
손끝이 문고리에 닿았다가 멈췄다.
문에 붙은 손글씨 메모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필체였다.
그는 혼잣말처럼 웃었다.
문이 열렸다.
따뜻한 공기와 함께 소라가 나왔다.
머리는 예전보다 짧아졌고,
눈빛은 낯설 만큼 차분했다.
그녀의 목소리가 조용히 흘렀다.
그는 미소 지었다.
그녀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예전 같았으면 “그러게, 술 한잔 하자.”라고 농담을 던졌을 그녀였다.
하지만 오늘의 소라는 달랐다.
말끝이 단정했고, 조심스러웠다.
그녀는 그를 안으로 이끌었다.
가게 안은 비어 있었고,
테이블 위엔 아직 치우지 않은 찻잔 두 개가 놓여 있었다.
마치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다 멈춘 자리 같았다.
그녀는 말했다.
그 말투는 처음이었다.
홍랑은 순간, 어색하게 웃었다.
그녀는 조용히 대답했다.
그 말 한마디가
그의 가슴에 천천히 스며들었다.
그녀가 여전히 자신을 사랑하지만,
이제는 사랑으로 머물고 싶지 않다는 걸 알아버린 순간이었다.
둘은 마주 앉았다.
찻잔에서 김이 피어오르고, 유리창엔 빗방울이 맺혔다.
소라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녀는 말을 고르며, 잔을 천천히 돌렸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그녀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홍랑은 잠시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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