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아무리 그래도.
홍랑은 자신의 현재 상태에 놀랐다.
너무 차분했다.
분노도, 서운함도, 슬픔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고요했다.
마치 모든 감정이 증발한 뒤 남은 투명한 공기처럼.
그는 그렇게 낮게 중얼거렸다.
그 말은 이상하게 따뜻했다.
누구를 탓하지도, 미워하지도 않는 온도였다.
그저 — 끝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답답한 마음에 그는 지인들을 만났다.
한 카페 구석, 오래 알고 지내온 선배가 있었다.
사람들이 말하는 T성향,
늘 논리적으로 이야기하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타입.
그 선배는 소라와 동갑이었다.
홍랑은 소라의 이름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그리고 이 일들을 천천히 털어놓았다.
선배는 잠시 말없이 듣고 있었다.
잔 속의 커피가 식을 만큼 오래.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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