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파도와 거울
바다는 오늘따라 예사롭지 않게 부산스러웠다.
잔물결이 부딪히며 끝없이 이어졌지만,
내 마음은 그와 반대로 바람 한 점 없는 수면처럼 고요했다.
너무 잔잔해서, 오히려 무서웠다.
거울처럼 반사된 하늘이 내 안에 비쳤다.
그 풍경은 아름다웠지만,
그 안에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마음이 이렇게 고요해지면 결국 끝에 다다른 걸까.
파장이 잦아든 수면 위엔
이제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나는 스스로 놀랐다.
내 마음이 이렇게 차갑게 식을 줄은 몰랐다.
사랑이 무너질 땐 폭발음이 날 줄 알았는데,
이건 그저 미세한 진공처럼 조용했다.
소라는 늘 말했다.
그녀가 좋아하는 영화는 언제나 복잡했다.
〈글루미 선데이〉, 〈아내가 결혼했다〉.
사랑은 하나의 모양으로 머물 수 없다는 믿음.
그녀는 한 사람만을 품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걸 이해하려고 애썼지만,
결국 나는 이해 대신 멀어졌다.
질투를 내려놓으니
사랑도 함께 식어버렸다.
사람들은 질투를 찌질하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것은 사랑의 체온 같은 거였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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