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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피 Aug 13. 2023

MBTI의 역습

당신의 mbti는 무엇입니까?


  친구가 ‘나 요즘 좀 힘들어서 화분을 하나 샀어’라고 말할 때 당신의 대답은?



  지난 몇 년간 성격 유형을 알아보는 mbti 테스트가 유행인데, 그중 하나의 척도를 가늠해 보는 질문이다. ‘무슨 일 있어?’ ‘괜찮아?’와 같은 반응이 나왔다면 F, ‘무슨 화분?’이라고 물으면 T 유형이라고 한다. 또 다른 예로는 친구가 ‘나 시험에서 떨어져서 속상해’라고 했을 때 ‘다음엔 꼭 붙을 수 있을 거야’라고 하면 F,  ‘무슨 시험인데?라고 하면 T. 어떤 차이인지 감이 올 것이다. F 유형의 사람은 상대의 감정에 공감하고 위로를 해주지만, T 유형에게 있어 관심의 표현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고 한다. 


    사람을 16가지 유형으로 나눈다는 것이 어불성설인지도 모르지만 더러 면접서류에서도 요구한다고 하니 하나의 사회적 판단기준이 되어가나 싶다. 요즘엔 mbti를 모르면 대화에 낄 수도, 우스갯소리를 이해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나도 주변에서 자주 유형을 물어 오는데, 신기한 것은 나를 사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과 공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추측하는 유형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잘 아는 사람일수록 F, 아닐수록 T 냐고 묻는 경우가 많다. 나는 사실 75% F의 유형이다. 

   유형이 T인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다. Mbti에 진심인 그녀는 나에게 확신의 T라고 했다. 실제로 우리는 정말로 비슷한 점이 많다. 특히나 일을 할 때의 가치관은 소름 돋을 정도로 비슷한데, 원래의 성격은 일할 때와 많이 다르다. 대화의 대부분이 일에 관한 것이므로 서로를 비슷하다고 느낀 것이다. 실제 mbti는 반대에 가깝지만 말이다.  친구는 직원을 뽑을 때 유형검사를 해봐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유인 즉 슨, mbti를 알면 그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다른 직원들 과의 케미스트리가 유추 가능하는 것이다. 관상이 과학이라 믿는 나에 비하면 mbti를 기반으로 한 유추는 꽤나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

   처음 사회에 나왔을 때가 생각난다. 일을 마치고 나면, 감정에 압도되어 말을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일터에서 날 휘두르던 감정을 사적인 공간으로 까지 끌고 온 탓이다. 감정적으로 일과 생활을 분리하는 연습이 꽤 오랫동안 필요했다. 십 년쯤 지나자 완전한 분리가 가능 해졌고 일이 더욱 즐거워졌다. 반대로 태생이 T인 친구는 일을 할 때 상대의 기분에 공감하기 위해 노력을 해왔다고 한다. 우리는 서로 다른 노력을 통해 평균치의 접점에서 꽤 비슷하게 완성된 모습으로 만났다. 결론적으로 둘 다 사회적 가면을 쓰고 비교적 본모습을 잘 숨기며 살아간다는 것으로 대화를 마무리했다. 

   영화 아이덴티티에서 주인공은 열개의 전혀 다른 자아를 가지고 있다. 모르긴 몰라도 각각의 자아에게 mbti 테스트를 해본다면 열개의 다른 유형이 나올 것이다. 조성모는 노래했다. 내 안엔 내가 너무도 많다고. 하나의 유형으로 단정 짓기엔 우린 너무나도 일관성 없는 존재이다. 심지어 나와 같은 학습형 T도 있으니, mbti는 연습을 통해 충분히 조작이 가능하다. 그래서 잘 모르는 사람이 유형을 물어오면 선뜻 대답을 하기가 망설여진다. 반대로 내 쪽에서 먼저 묻는 경우도 거의 없다. 선입견을 가지고 누군가를 판단하는 것만큼 무서운 것이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내 모습에 정당성이 부여되는 듯한 묘한 안도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F 니까. 그리고 사실은 너무 궁금하다. 당신의 유형이. 이렇게 일관성이 없는 나약한 인간이라니! 참을 수 없는 나란 존재의 가벼움에 몸서리 쳐진다. 물론 편견의 도구로 쓸 것인가, 이해의 도구로 쓸 것인가는 각자의 몫이다.  


  당신의 mbti는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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