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담의 철학
feat 건담을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은 현재 40여년이 넘는 세월동안 이어진 장기 시리즈이다. 또한 건담 시리즈는 현재까지도 소위 키덜트라고 불리우는 여러 팬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건담 시리즈의 인기의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메카(로봇)이 멋져서? 그저 sf붐을 잘 타고 나타난 애니메이션이어서? 단순히 설정이 치밀해서? 그런 점도 있겠지만 나는 건담의 인기에는 건담이 보여준 혁신적인 철학에 있다고 본다. 애니메이션에 무슨 철학까지 들먹이냐고 생각하겠지만 건담은 개인적으로 생각하기론 단언컨데 스타워즈보다도 더 높은 철학을 가지고 있다. 모든 sf물에는 제작자의 철학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방금전 말했던 스타워즈만 해도 그렇다. 스타워즈 4,5,6은 군국주의의 필연적인 멸망과 민주주의의 승리라는 주제가 있었고 1,2,3에는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과정을 다루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건담에는 대체 무슨 주제가 담겨져 있을까.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당시 애니메이션 제작의 풍조를 알아야 한다.
우주전함 야마토라는 애니메이션은 1973년 세계에 등장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지 않는다. 우선 야마토라는 소재 자체가 일본의 군국주의 시절을 떠올리게 하고 여러 장면을 보면 반전주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특공을 미화하는 듯한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주전함 야마토의 반전주의, 무거운 분위기, 여러 하드 sf적인 요소들은 일본 애니메이션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는데 성공한다. 우주전함 야마토의 성공으로 어느정도 애니메이션은 어린아이의 소유물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불기 시작한다. 그 후 6년 기동전사 건담이 등장한다. 이러한 풍조 위에 생긴 건담이 반전주의를 표방하는 것은 당연하다. 사실 반전주의를 표방하는 영화들은 많다. 우선 여러 전쟁 영화들만 보더라도 대다수는 반전주의를 표방한다. 건담은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뉴타입이란 존재를 통해 전쟁이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수불가결한 존재라면 과연 전쟁없는 인류라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새로운 주제를 품고 있다. 이 뉴타입이란 개념에 대해서는 다음에 제대로 서술하겠다.
모든 건담 시리즈의 핵심적인 주제는 반전주의이다. 건담은 애니메이션이란 장르에서 영화와 거의 비슷한 수준에 반전주의를 논한 최초의 애니메이션이라 할 수 있다. 우선 반전주의란 단순히 해석하면 전쟁에 반대한다라는 뜻이다. 사람들은 왜 전쟁에 반대할까? 우선 전쟁을 하면 사람이 죽어나간다. 이건 당연한 이야기이다. 우주전함 야마토에서 묘사된 전쟁은 군인들간의 전쟁이었다. 군인들이 죽어나가는 장면들을 통해 반전주의를 논한다. 이러한 전쟁 묘사는 사람들에게 전쟁의 잔인함을 느끼게는 해주나 전쟁은 민간인, 즉 일반인들의 선에서는 상관없어보이는 또한 그래서 전쟁을 동경하게 되는 그러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건담은 민간인들이 전쟁에서 죽어나가거나 피해를 입는 상황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기동전사 건담 1화를 보면 처음부터 민간인들이 폭발로 인해 죽는 장면을 묘사한다. 또한 중반부에서는 지온군의 첩자로 활동하던 미하루라는 평범한 소녀가 전쟁으로 인해 죽게되는 그러한 장면을 묘사한다. 건담은 이렇게 민간인들이 전쟁으로 인해 죽어나가는 장면을 적나라하게 묘사함으로서 특유의 리얼리티함과 반전주의라는 주제를 극대시켰다.
예전에 한 꼬마가 프라모델 샵에 가서 건담에 나오는 여러 메카를 보고 누가 선역이고 누가 나쁜놈이냐고 묻자 사장님이 건담에는 선역도 악역도 없어요라고 대답해주었다는 우스겟소리가 건담 팬덤에서 유행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말은 사실이다. 물론 건담에는 지온이라는 표면상의 악역이 존재하나 지온의 탄생배경을 알게 된다면 지온이 마냥 악역이라고만을 볼 수 없을 것이다. 건담 세계관은 불어난 인류로부터 지구의 자연을 지키기 위해 인류를 우주로 이민시킨다는 계획으로부터 시작한다. 여기서 지구 연방이라는 세력이 등장하는데 이 세력은 지구통합정부정도로 이해하면 편할 것이다. 그런데 지구 연방은 과도하게 불어난 인류를 우주로 이민시키면서 자신들 즉 높은 고위 관직들은 이주하지 않고 지구에 머물게 된다. 또한 환경을 명목으로 많은 사람들을 강제로 우주로 이민시키면서 많은 분노를 사게 된다. 그리고 우주로 이민간 인류 즉 스페이스 노이드를 차별하고 지구 연방의 힘으로 그들을 복속시키려 한다. 그리고 이러한 지구연방의 횡패로 등장한 것이 사이드 3 지온이다. 지온은 처음에 스페이스 노이드들의 독립이란 가치를 내걸고 나온 세력이다. 물론 뒤로 가면 지온의 이념이 변색되며 같은 스페이스 노이드들을 탄압하나 사실 처음에는 지온 세력이 나쁘다고 할 수 없었다. 이들은 단지 독립을 원했던 것이나 자비가라는 독재가문으로 인해 그 뜻이 변하고 지구 정복이라는 거대한 야망을 품게 된 것이다. 연방과 지온 모두 선과 악으로 확실히 분리할 수 없는 세력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전장에는 선도 악도 없다는 말이 있다. 전장에서는 아군과 적군은 있어도 누가 선이고 악인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건담은 이 말을 가장 잘 나타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적군인 지온공국의 군인들도 민간인을 돕거나 아군과의 약속을 지키는 등 소위 정의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연방의 고위 관직이나 연방군의 군인들이 민간인의 집을 약탈하는 등 여러 선과 악이 분리된 모습이 아닌 혼재된 모습을 묘사한다.
지금까지의 건담의 철학은 이렇다. 건담이 성공한 이유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여러 반전주의적 모습을 애니메이션이란 장르에서 잘 나타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건담의 철학은 이뿐만이 아니다. 건담은 다른 영화에서 시도조차 하지 못한 새로운 인류에 대한 고찰 또한 담고 있다. 바로 뉴타입이란 존재이다.
뉴타입이란 진화한 인류를 말한다. 감응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하여 우주에서도 소통할 수 있는 인류,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인류, 그것이 뉴타입이다. 전쟁이 없어지기 위해서는 서로가 진정으로 소통하는 수 밖에 없다. 이것이 건담의 사상이다. 뉴타입은 단순한 에스퍼를 넘어서 전쟁을 뛰어넘을 수 있는 신인류인 것이다. 물론 z건담이나 역습의 샤아등 후속작으로 가면 건담의 주제가 인류는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러도 서로 소통할 수 없다는 식으로 주제가 변하나 퍼스트 건담, 즉 기동전사 건담에는 인류가 전쟁을 멈출 수 있고 또한 새로운 상태로 진화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이 담긴 작품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