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건담과 마징가 둘 다 똑같은 거 아닌가요?
메카물(로봇애니메이션)에는 두가지 종류가 존재한다. 바로 리얼로봇물과 슈퍼로봇물이다. 그런데 많은 수의 사람들은 이 차이에 대해서 오인하거나 아예 모른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수많은 로봇 덕후들도 마찬가지이다. 다수의 로봇 덕후들이 리얼로봇물을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내 의견을 피력하기 위해 내 글을 올린다.
리얼로봇물과 슈퍼로봇물의 가장 큰 차이는 설정의 리얼함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설정의 리얼함을 어떻게 해석하는 것에 따라 매우 큰 차이가 난다.
과연 설정의 리얼함이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sf에서 설정의 리얼함은 하드 sf를 말한다. 하지만 많은 수의 메카물은 설정이 하드 sf수준으로 리얼하기는 힘들다. 가장 큰 이유는 단순히 거대로봇이란 존재가 하드sf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과연 거대로봇이란게 사실상 존재할 수 있을까? 우선 만들어봤자 지상전에선 무기로써 활약도 하지 못하고 여러 지상병기들에게 당하기만 할 뿐일것이다. 이는 우주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주에서도 여러 작은 전투기 형태에 무기들에게 민첩성으로 크게 밀리기만 할 뿐이다. 하지만 이렇게만 생각하면 수많은 하드 sf물이 말도 되지 않게 된다. 여러 sf물 심지어 하드 sf조차도 작품의 재미나 설정을 위해 몇몇 현실의 법칙을 깨부수기도 한다. 메카물또한 이렇게 관대한 시점에서 본다면 어느정도 하드 sf라고도 할 수 있다.
리얼로봇물의 대표격 작품은 건담이고 슈퍼로봇물의 대표적 작품은 마징가이다. 건담과 마징가의 차이는 여러가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차이는 설정이다. 건담은 여러 설정을 통해 어떻게 이런 거대로봇이 현실에 존재하는 것이 가능하고 어떤 식으로 활약이 가능한지 묘사하려 한다. 건담에는 미노프스키 입자라는 물질이 존재한다. 이 입자를 살포하면 레이더가 작동하지 않게 된다는 설정이다. 이를 통해 원래대로라면 전장에서 활약도 못할 거대로봇이 미노프스키 입자라는 것을 통해 전장이 우주전에서 백병전으로 바뀌게 되면서 활약이 가능하게 된다는 하드 sf적 설정이 건담에는 들어간다. 하지만 마징가에는 그런 설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로봇이 존재하고 그것이 활약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마징가는 왜 헬박사가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예를 들어 여러 로봇을 한꺼번에 보내서 마징가를 쓰러트리는가에 대해서 잘 묘사되지 않는다. 하지만 건담에서는 자쿠 여러대가 건담을 기습하는 등 마징가에 비해 현실적인 묘사가 나온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리얼로봇물과 슈퍼로봇물의 차이를 논할 수는 없다. 리얼로봇물과 슈퍼 로봇물의 또다른 차이는 바로 전쟁의 묘사 방식이다. 슈퍼로봇물의 대표격인 마징가는 민간인이 죽는등의 묘사를 잘 보여주지 않는다. 이는 여러 슈퍼 로봇물 예를 들어 용자왕 가오가이가, 천원돌파 그렌라간등의 작품에서도 나타난다. 그러나 건담은 민간인이 죽거나 다치는 묘사를 비교적 자주 보여준다. 마징가등의 슈퍼로봇물에서의 전쟁은 전쟁이라기 보단 1대 1로 싸우는 검투사끼리의 전투에 가까운 반면 건담등의 리얼로봇물에서 묘사되는 전쟁은 다수 대 다수 즉 실제 전쟁의 형태를 띄고 있다.
그리고 리얼로봇물에서는 적이 주로 같은 인간인 반면 슈퍼로봇물에서 적은 주로 인간이 아닌 경우가 많다. 마크로스는 물론 적이 외계생명체이나 사실 인간과 같은 유전자를 가진 사실상 거대화된 인간이다. 리얼로봇물은 적이 인간이 아닌 존재라고 해도 인간과 비슷하게 연출되나 슈퍼로봇물은 적이 인간이다 하더라도 우리가 쉽게 볼수 있는 평범한 인간이 아닌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마징가의 헬박사나 아수라 백작이 그 예이다.
마지막으로 무기에서도 큰 차이를 볼 수 있다. 슈퍼로봇물은 드릴, 화염방사기, 늘어나는 팔 등등 여러 현실에서 보기 힘든 무기를 자주 사용하는 방면에 리얼로봇물은 칼, 총등 비교적 현실에서 찾기 쉬운 무기들을 주로 사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분류가 마냥 정확하다고 할 수는 없다. 대표적으로 신세기 에반게리온이란 작품이 이러한 분류방식이 통하지 않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에반게리온은 1대 1, 혹은 2대 1에 검투사 식 전투 즉 슈퍼로봇물의 전투 방식을 띄고 있다. 그리고 에반게리온에서 나오는 적들은 인간과 전혀 관련없는 외계인들이다. 하지만 에반게리온에서 묘사되는 무기는 칼이나 총등 리얼로봇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무기들이다. 또한 에반게리온의 완결판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을 보면 진정한 적은 자신들과 같은 똑같이 사고하고 똑같이 행동하는 인간들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에반게리온을 슈퍼로봇물이라고 분류해야 할 지 아니면 리얼로봇물으로 분류해야 할지 의문이 들 것이다. 그런데 나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분류 자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로봇물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즐기면 됬지 이러한 분류까지 하면서 어떨때는 서로 폄하하고 무시까지 하면서 서로 싸우는 경우까지 있는 것을 볼 때 개인적으로 이러한 분류 방식은 차라리 없는게 낫다고 생각한다. 또한 세상만사 모든것이 그렇듯 정확히 딱딱 나누어지는 것은 없다. 건담에도 빔샤벨등 말이 되지 않는 무기들이 존재하고 슈퍼로봇물에도 총이나 칼등 현실적인 무기또한 존재하는 등 사실상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는 사이 정확한 분류가 힘들어진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듯 슈퍼로봇물과 리얼로봇물을 정확하게 분류하는 것은 힘들뿐더러 아무 의미가 없고 그저 이러한 차이가 있구나 정도로 숙지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