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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뚜아니 Apr 15. 2021

(끄적끄적) 엄마는 늘 나한테 한결같은 사람이었다.

엄마 몰래 쓰는 편지.

갑자기 철이 들었는지 이게 왠 궁상인가 싶지만 엄마를 생각하니 눈시울이 붉어졌다. 엄마한테 편지를 써보는게 얼마나 됬는지 아리송하다. 초등학생때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달고 삐뚤빼뚤 글씨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라고 내용없는 편지였다고 기억이 날듯말듯 하다. 그렇다고 지금 갑자기 편지를 쓰는 건 부끄러우니까, 그리고 요즘은 편지대신 돈으로 주는걸 더 좋아하니까. 그 대신 엄마라는 글감으로 글을 써보고 싶어서 이렇게 끄적여본다.


아주 어렸을때부터 내 베개에는 수건이 놓여있었다. 잘때 땀을 많이 흘리는 바람에 엄마는 몸이 약해서 걱정이 되어 그렇게 했다고 한다. 30이 넘어 다 큰 성인이 되어도 엄마는 아직도 내 베개에 수건을 깔아 놓는다. 꼬마인 내가 커서 이제는 엄마보다 큰 어른이 되었다. 직장도 다니고 돈도 벌고 나름 제 앞가림을 하고 다닌다고 하지만 엄마 눈에는 아직 땀흘리는 어린이로 보이나보다. 


닭 삶은 물이 몸에 좋다고 엄마는 여름이 되면 매주 닭을 삶아서 그 삶은 물을 나에게 주었다.  어린 마음에 이 맛없는 물을 왜 마셔야 하는지, 마신다고 땀이 안나는것도 아닌데 투정을 부렸다. 돌이켜보니 엄마는 더운데 그 가스불 앞에서 나 먹인다고 닭을 몇시간씩 삶았었는데, 참 철이 없었다. 


매주 나는 지방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서울집에 찾아온다. 엄마는 늘 집에 오면 내 밥을 챙겨준다. 밖에서 먹는 밥은 맛이 없고 건강에 안좋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말이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나는 올라오는 금요일 저녁이나 내려가는 일요일 저녁은 집밥을 먹으려고 노력한다. 거기다가 가방이 무거워서 안가져간다는 과일이나 간식들을 챙겨서 일요일 다시 지방으로 내려가기 전에 내 책상에 올려놓는다.


그렇게 엄마는 늘 나한테 한결같은 사람이었다.


머리가 좀 컸다고 엄마한테 반항하고 싫은소리 하고 그럴때마다 돌이켜보면 후회가 된다. 엄마는 내가 힘들때면 고민을 들어주고 위로를 해준다. 그런데 막상 엄마가 힘들때에는 나는 들어주지 않았다. 엄마라는 이유로 나는 너무 매정하지 않았나 싶다.


최근에는 엄마가 티비속 경치좋은 장면을 보고 한마디 했다.

'엄마 데리고 놀러좀 가.'

사실 엄마는 매번 경치좋은 장면이 나오면 나랑 같이 가기를 원했다. 그때마다 나는 엄마랑 같이 가면 피곤하고 멀다는 핑계로 거절을 했었다. 엄마는 운전도 못하고 평일은 내내 집에만 있는데 나는 알면서도 그냥 엄마는 이해해주겠지라고 생각했었다.


회사를 잠시 휴직할 예정인데, 나는 그 휴직하는 시간에도 내 자기계발 및 혼자 여행을 가려고 계획을 짰었다. 미리 짠 계획들은 다 제쳐두고 엄마랑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다시 계획을 짰다. 인터넷 꿀팁중의 하나로 평소에스마트폰으로 부모님 동영상을 촬영하는 것을 본적이 있다. 여행을 가서 엄마랑 추억 영상을 많이 찍어야겠다.


있을때 잘하라는 말이 생각난다.

엄마~엄마~ 고맙고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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