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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벤하와 Feb 17. 2021

집이 그리운 나는 집 반찬을 만든다

사람은 먹어본 것을 만들고, 익숙한 것을 먹고 편안함을 느낀다 

난생처음으로 혼자서 만두를 만들어 봤다. 그것도 한국이 아니라 캐나다 밴쿠버에서 말이다. 갑자기 왜 그랬는지 만두가 먹고 싶어 졌다. 이제 구정도 다가오는 시점에 서울에서 어머니랑 같이 만들던 만두가 생각이 났다. 나는 먹고 싶은 건 꼭 먹어야 하는 성격인데 사실 서울에서는 먹고 싶은 게 별로 없었다. 너무 풍족해서였을까. 아니면 마음에서 그립지가 않아서였을까. 정말 가끔 격하게 먹고 싶은 음식이 떠오른다. 가끔 찹쌀 순대와 순댓국이 먹고 싶었고 주말 이른 아침시간에 오빠나 엄마를 꼬셔서 차 타고 내가 좋아하는 순대집에 가서 아침식사를 하고 오곤 했다. 맛있는 찹쌀 순대를 여기서 먹을 수 없고, 또한 나도 집에서 만들 수 없는 게 너무 안타깝다. 




밴쿠버에는 한식당이 꽤 많이 있다. 그런데 내 입맛에 너무 간이 세다. 소금을 넣는 양이 내가 넣는 양의 10배는 되는 것 같고, 설탕의 양도 내가 넣는 양의 7배는 되는 것 같다. 그래도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게 귀찮기도 해서 한 번은 밴쿠버 KFC에서 치킨을 사다 먹어봤다. 오 마이 갓! 이건 무슨 염장 젓갈처럼 짜다. 내가 이상한 건가... 왜 이럴까 싶다. 그럴 때마다 참 절망스럽다. 왜 나가봐도 내 입맛에 맞는 음식이 없을까.. 5성급 호텔의 음식점에 가봤다. 조개 샤프론 리조또를 시켰는데 색깔과 비주얼은 참 먹음직스러웠다. 음 맛있겠지? 한 숟가락 떠서 먹어봤는데 오 마이 갓이다. 너무 짜서 혀가 아린 느낌이다. 헐.. 그런데 여기 사람들은 참 잘 먹는 거 같다. 



5시 반부터 6시까지 TV에서 제이미 올리버 요리 프로그램이 나오길래 한 번 봤다. 디너 테이블에 식사와 곁들이는 요거트를 만드는데 달콤한 요거트가 아니고 식사용 요거트란다. 소금을 주먹으로 움켜쥐며 요거트에 촥~ 소리가 나게 뿌린다. 애정을 가진 듯한 표정으로 "Just to make sure it is savory."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음.. 이런 거구나, 간이 있어야 하니까 넉넉하게 소금을 뿌리는데 그제야 알았다. 서양사람들은 짠맛이 없으면 맛이 없는 건가 보다 하고 말이다. 



아무튼.. 서울에서는 삼표 만두피를 마트에서 사다가 어머니가 만들어 놓으신 만두소를 넣고 만두를 빚었었는데, 밴쿠버에서는 만두피를 구하는 게 더 어렵다. 그리고 가격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밀가루를 사다가 반죽을 만들었다. 고맙게도 네이버에 많은 분들이 레시피를 올려주셔서 참고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두부를 천에 넣고 짜서 물을 뺀다. 숙주나물과 배추도 깨끗하게 씻어서 끓는 물에 데치고 적당히 물을 짜낸다. 그래서 만두를 만들었다. 내가 만들었지만 참 맛있다. 세상에 본인이 만들고 본인이 맛있다고 하는 경우는 처음 본다. 우리 어머니는 본인이 만드신걸 잘 안 드신다. 너무 지겹다고 하시면서 밖에서 드시는걸 더 좋아하시는데 나는 그게 잘 안된다. 내가 만들고 잘 먹는다. 



남편은 요리하는걸 잘 못한다. 안 하는 건지 못 하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냉면국수를 삶아도 너무 푹 삶거나 덜 삶아서 안 익히거나 둘 중에 하나다. 그래도 본인은 뭐 어때 하면서 잘 먹는다. 나는 맛있게 먹는 걸 좋아해서 집에 혼자 있을 때 동치미도 담그고 깍두기도 만든다. 너무 신기한 건 꽤 그럴싸하게 잘 된다는 거다. 서양 마트에서 파는 야채가 한국 야채랑 생김새가 약간 다른데 그래도 비스름한 맛은 난다. 중요한 건 만들어놓고 나면 오 한식이네! 맛도 생김새도! 사람은 본인이 먹어본 걸 만들고, 먹던 걸 먹으면 익숙하고 편안한가 보다. 그래서 엄마표 엄마표 하는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예전에 엄마랑 만들던 대로 내가 만든 음식을 먹으면 나는 고향에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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