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쁘다는 건 마음먹기 나름이다.
- 사색하는 밤
어릴 적 나는 못난이였다.
코도 납작하고 눈도 작고 얼굴은 넙적했다.
깡마른 작은 키에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 다녔다.
내가 나를 예쁘다고 인정하지 못했다.
항상 두 살 터울 언니보다 내가 더 못났다고 생각했다. 오빠들이 '못난이'라고 장난치면 참말 같았고 부끄러웠다.
물론 사춘기 지나서는 그 마음의 콤플렉스를 많이 내려 놓았다. 노력해서 이뻐지는데는 한계가 있다는걸 인정했다.
오히려 사회생활하면서 너무 이쁘면 인기가 많아서 피곤하다는 걸 보면서 덜 예뻐서 다행이라 위안을 갖기도 했다.
외모적 콤플렉스가 없어진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귀하지 않은 사람은 없는데 자신을 귀하게 대하지 않는 사람은 많다.
내가 어릴적 아주 가끔 어른들이 말했다.
아유, 이뻐라.
그런데 그 예쁘다고 하는 말이 얼굴을 말하는 건 줄 이해했다. 어른들은 맘에 없는 말도 잘한다고 생각했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길러보니 깨닫는다.
어리다는 그 이쁨을.
얼굴이 예뻐서가 아니라 그 반짝이는 맑은 눈과 천진하게 웃는 그 미소가 이뻤다는 걸.
계산없는 순수한 말투가 이뻤다는 걸.
오빠가 하도 못생겼다고 놀리니 속상한 딸님이 묻는다.
엄마, 난 이쁘지 않지?
엄마 눈엔 니가 제일 예뻐.
니 마음이 얼마나 이쁜지 참 고마워.
나도 엄마가 젤 예뻐.
엄마는 안그런줄 알지만 니가 예쁘다고 해주면 그런거야. 맘도 예뻐지도록 좀더 노력해볼께.
나이가 들면 들수록 이쁘다는 기준이 모호해진다.
얼굴에 성격이 새겨지기 때문이다.
이쁘고 모난 사람보다는 덜 이뻐도 착한 사람이 더 아름다워 보인다.
마음이 보이는 나이.
갈수록 웃음을 잃어가는 와중에 아이들 보다가 한번 미소지을 수 있어 다행이다.
아이들이 있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