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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레네 Apr 14. 2021

Zoom으로 날 것이 되다.

일주일에 한두번 이상은 Zoom 모임을 한다.

내 공간을 오픈하고 화장기 없는 얼굴에 긴장감과 느슨함 사이 그 어디쯤 대기 중이다.


어쩌다 아이들이 함께 있는 시간이라도 되면 더 산만해진다. 아이들은 엄마의 모임이 집안 어디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주의를 주어도 잠깐뿐이다.


엄마 어깨에 매달리는 아이, 틈틈이 지나가며 일부러 잡음을 넣는 아이. 그러나 나는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 내 얼굴이 생중계중이기 때문이다. 억지 미소라도 짓고 있어야 조금 덜 어색한 시간이다.


이제껏 잘 조절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나는 날것이 되었다.(다듬어지지 않는 그 무엇) 아이가 일러둔 자기 할 일을 하지 않고 옆에 와서 기웃거렸다. 그것을 곱게 넘어갈 내가 아니었다. 이미 30분 이상 실랑이하다 앉은 참이어서 큰소리로 야단을 쳤다.


상황을 정리하고 비디오를 켜려는데 오디오가 이미 켜져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왠지 날 것이 된 느낌. 창피한 마음에 비디오도 켜지 못했다. 음소거, 비디오를 끈 채 모임을 참석했다. 그저 듣기만 했다.



내가 독신이었다면 아이를 혼내며 열 받을 일도 없었겠지. 내 한 몸만 관리했다면 이렇게 남 눈치 볼일이 있었을까.

아이들을 대하는 나의 날것이 드러나는 잠깐 동안 나는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내가 보여주고 싶은 나와 참으로 날것인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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