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의 자투리 .01
아이패드 pages를 켜놓고 조금씩 자투리 글들을 쓰곤 했었다. 글을 쓰면서 나는 굉장히 밥맛인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아무도 보지 않는, 초안도 아닌 아이디어 단계의 글에서도 어떻게든 멋져보이려는 내 욕심이 글에 보였다. 문장으로도 만들어지지 않은 단어들인데도 난 더 완벽하고 더 있어보이는 글을 쓰려고 내 글에서 솔직하지 못했다.
그래서 브런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혼자만 보는 글에서도 솔직하지 못하면서, 최대한 솔직한 글을 쓰겠다고 마음 먹으면 그냥 쓸 수 있을 줄 알았나보다. 스킨이 어떻고, 프로필이 어떻고,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야 쓴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오늘은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난 원래도 진지한 사람이지만 친구와 1대1로 만나는 날에는 한껏 더 진지해진다. 내 상황을 완벽히 이해할 수 없는 친구 앞에서 더 솔직하고 편해진다. 어차피 내 이야기를 금방 잊어버리겠지 싶은 마음에서 말을 하고, 내용이 말소리와 함께 흩어질것이라고 생각해본다. 브런치에 글 쓰는 일도 그렇게 생각해보려고한다. 자투리의 자투리라는 말로 정말 정말 안중요하다는 말을 강조해보면서, 읽는 순간 흩어지는 글자를 상상해보면서 브런치에 부끄러운 글을 박제해본다.
연초가 아니라 연말에 갑자기 타자를 친다. 글을 쓴다는 말도 부끄러운 이상한 자격지심을 갖고. 언제든 그만둘지 모르는 이상한 글로. 오늘 글이 마지막이 아니라 첫 산책이 되면 좋겠다. 나도 성취감을 가질만한 일이 하나쯤은 있어도 괜찮지 않나 싶어서 그렇다.
이것저것 싸들고는 산책을 못간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 더 좋은 시작을 하고 싶어서 우물쭈물댔다. 얄팍한 나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도전해보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움츠려드나보다. 그러니까 입조심하고, 차라리 글로 남기기로 하자.
내일은 더 가벼운 산책을 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오늘은 편하게 여기까지!